영리하게 만들었다. 제네시스 GV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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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게 만들었다. 제네시스 GV60
  • 최주식
  • 승인 2022.02.10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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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동안 컨템포러리 호텔 라운지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지문을 갖다 대고 개인 정보를 인증하는 방식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이미 익숙해졌다. 근데 이걸 이제 차에서 사용한다. 그렇게 인증된 정보로 얼굴을 등록한 다음 안면 인식으로 차문을 연다. 그리고 지문 인식으로 시동. 이 과정이 너무 쉽고 빠르게 진행되는데다 인식의 정확성에 또 놀랐다. 바로 제네시스 GV60 이야기다. 

디자인도 신선하다. 그런데 이런 디자인을 어디서 보았던가. 크라이슬러 PT 크루저? 둥그스름한 보닛 끝에서 뭉툭하게 떨어지는 앞모습. 그 부분만 살짝 비슷한 이미지다. 그 아래는 전혀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억지 웃음 같은 이 부분이 디자인적으로 좀 아쉽다. 

현대식 럭셔리는 전통적인 럭셔리와 다소 거리가 있다<br>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만 변형은 있다. 시동을 걸면 구 모형이 회전하며 변속 레버가 나타나는 크리스탈 스피어. 감각적인 조명까지 들어가 움직이는 모습이 멋지다. 매일 아침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 무언가 신선한 활력이 될 수 있는 장치다. 과거 재규어가 XF를 통해 처음 선보인 로터리식 기어 레버가 떠오른다. 시동을 켜면 돔처럼 스르르 올라왔다가 끄면 내려가는 방식. 재규어는 왜 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지 못했을까? GV60처럼 이렇게 근사한 방식으로 말이다. 

버추얼 사이드 미러는 아우디 e-트론에서 먼저 본 것과 흡사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뒤를 비춰주는 모니터가 e-트론보다 훨씬 보기 좋다. e-트론의 경우 바깥 사이드 미러에 시선이 갔다가 다시 모니터로 옮겨올 때 단차가 생기는데 GV60은 그게 없다. 즉 직결감이 좋다. 무얼 만들 때 나중에 하는 게 유리할 때도 있는 법이다. 

계기판 디지털 정보 그래픽은 선명하고 이어지는 중앙 스크린 역시 깔끔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삼각형 구조 아래 속도와 내비게이션 방향, 도로 정보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은 손닿는 부분을 두툼하게 나머지는 얇게 처리했다. 영리하게 보이긴 한다. 그립은 무난하다. 그 아래 양쪽에 동그란 버튼이 있다. 왼쪽에 드라이브 모드, 오른쪽에 부스트 모드. 어디서 봤더라. 맞다. 포르쉐 911 등에서다. 아무튼 이런 기능의 직관적인 배치는 마음에 든다.

시승차는 퍼포먼스 AWD 모델. 앞뒤 각각 160kW(218마력) 모터로 총 320kW(435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부스터 모드를 사용하면 총 출력은 360kW(489마력)으로 올라간다. 최대토크 역시 부스트 모드 사용 시 71.4kg.m에 이른다. 수치상으로도 대단한 파워는 도로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드라이브 모드를 눌러 스포츠 모드에 들어가면 바로 시트가 허리를 조이면서 긴장감을 준다.계기판이 붉은색으로 부채처럼 펴지며 반응도 빨라진다. 부스터를 누르면 순간 가속이 더 강렬해지는 효과가 곧바로 전해진다. 물론 일시적이지만 기분 좋은 가속이다. 초기 가속에서부터 고속 크루징까지 조용하고 빠르다. 컵홀더에 세워둔 작은 페트병에서 나는 찌거덕거리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할 따름이다. 미세한 잔 진동이 영향을 미쳤을까. 하체가 좀 더 묵직하면 좋겠다.  

시트는 고급 가죽 느낌보다는 컨템포러리 호텔 라운지의 캐주얼한 시트 느낌이다. 잠깐 걸터앉아 있기에는 기분도 상쾌하지만 오래 앉아 있기에는 왠지 불편해지는. 그러고 보니 실내 분위기도 트렌디한 컨템포러리 호텔 라운지 분위기다. 전통적인 고급감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는 얘기다. 

시승 행사에 참석해 짧은 시간 운전해보는 경험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용성의 측면에서 전기차는 좀 더 많은 경험의 축적이 필요해 보인다. GV60의 첫 시승 느낌은 우선 영리하게 만들었다는 것. 유틸리티에서 뚜렷한 장점은 없지만 신선함과 활력, 강렬한 가속성 등에서 눈길을 끌 만한 요소는 충분하다는 점이다.  

 

 Fact File  GENESIS GV60
가격    7040만 원(퍼포먼스 AWD)
크기(길이×너비×높이)    4515×1890×11580mm 
휠베이스    2900mm 
전기 모터     
최고출력    앞 160kW, 뒤 160kW 총 320kW 
최대토크    앞 35.7 뒤 35.7 총 71.4kg·m(부스터 모드 시) 
변속기    자동 1단 
배터리    77.4kWh
0→시속 100km 가속    4.0초
연비(복합)    4.1km/kWh
서스펜션(앞/뒤)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55/40 R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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