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5세대 그랜드 체로키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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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5세대 그랜드 체로키의 디자인
  • 구 상 교수
  • 승인 2021.11.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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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형 그랜드 체로키

5세대 완전 변경 모델의 그랜드 체로키가 등장했다.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지프(Jeep) 브랜드의 대형 SUV였던 그랜드 체로키가 전통적인 4륜구동 시스템 이외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된 전동화 4륜구동, 이른바 4xe에 4기통 2000cc 엔진으로 변화된 모습으로 나왔다.

이는 전동화 트렌드와 기업 평균연비 등의 반영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과 유럽 자동차 기업 합병으로 형성한 거대 그룹 스텔란티스(Stellantis) 브랜드 중 하나로 바뀌었다.

8개의 슬롯을 가진 1992년형 1세대 그랜드 체로키(ZJ)
1983년형 체로키(XJ)

지프의 시초는 1941년에 개발됐던 미군 군용 차량에서부터 유래됐고, 2차대전 이후 민간용 차량으로 개발되면서 오늘까지 80년의 역사를 가지게 됐다. 그리고 오늘 살펴보는 그랜드 체로키의 역사는 1992년에 등장한 1세대 모델에서부터 비롯됐다. 물론 그랜드 체로키는 1980년대 초부터 판매되던 중형 모델 체로키의 후속 모델로 개발됐으나, 더 커진 차체로 대형 모델로 등장한 그랜드 체로키와 아울러, 인기가 지속되면서 기존의 체로키 역시 단종되지 않고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980년대의 체로키는 SUV라는 명칭이 미국을 중심으로 쓰이기 시작한 시초를 제공한 모델이다. 그 전까지는 작은 차체에 4륜구동 기능을 가진 랭글러 시리즈가 본래 지프 브랜드 차량의 대표적 모습이었지만, 전천후 주행성능(sports)과 공간 활용성(utility)을 가진 차량(vehicle)이라는 의미의 SUV 명칭이 198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한 시초를 제공한 것이다.

체로키(Cherokee)는 본래 북아메리카 원주민(American Indian)의 다양한 부족 중 한 그룹의 이름이었는데, 매우 용맹스러웠던 부족 중의 하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 부족 추장의 머리 깃 장식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것이 체로키 초기 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판매된 초기 체로키 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수직 리브가 촘촘하게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다.

체로키 인디언 부족의 깃털 장식(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그릴의 슬롯이 많은 초기 체로키

현재의 지프 브랜드는 2차대전부터 사용돼 온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대표적인 이미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7 슬롯(slots)이라고 해서 모든 지프 브랜드의 차량들은 일곱 개의 직사각형 모양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의 체로키와 1992년의 1세대 그랜드 체로키 모델에서는 8개의 슬롯으로 구성된 그릴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초기의 체로키 부족 모티브의 그릴에 바탕을 둔 디자인이다.

현재의 지프 브랜드는 7슬롯 그릴로 통일되면서 체로키와 그랜드 체로키 모두 7개의 슬롯으로 변화됐다. 엄밀하게 본다면 지프 랭글러 시리즈의 7슬롯과 체로키 시리즈의 그릴은 그 기원이 다르지만 이제는 지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통일하면서 7슬롯의 모티브에서 변화된 체로키 시리즈의 그릴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그랜드 체로키는 수직형 슬롯으로 디자인 된 그릴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이미지는 수평 비례를 강조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전면의 슬림한 그릴과 헤드램프는 물론이고, 후면의 테일 램프 역시 슬림 비례로 수평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벨트 라인 위쪽을 모두 블랙아웃 시켜서 차체 비례를 더 날렵해 보이게 하면서 미래형 차량의 인상도 풍기고 있다.

2022년형 그랜드 체로키의 앞모습
2022년형 그랜드 체로키의 후측면

이러한 수평 이미지 기조는 실내에서도 이어지는데,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전반적인 구성이 수평으로 재질과 색상을 구분한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 앞 도어 트림 패널에서 인스트루먼트 패널로 이어지는 긴 우드 트림은 크롬 몰드와 무드 조명이 결합되면서 풍성한 질감을 보여주는데, 아웃도어 활동을 상징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센터 페시아에 10.25인치 크기의 터치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했으며, 조수석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도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SUV는 수직 방향의 공간 확보가 충분해 승용차에 비해 거주성이 유리하다.  

수평 기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거기에다 길이 방향의 레그룸도 더해 거주성이 더욱 유리해진 것을 볼 수 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개별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돼 레저 활동에서 공간 활용성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모습이다.

1992년에 등장한 1세대 그랜드 체로키가 8기통 4000cc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던 것에 비하면 새로운 그랜드 체로키는 그야말로 ‘반토막’의 파워트레인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전동화로 인해 실질적인 실용성은 더 유리해지고 에너지 효율성과 성능도 더 높아졌다. 이러한 최근의 기술 발전이 과거의 미국차들이 미국 안에서만 탈 수 있었던 차에서, 좀 더 친환경적이고 보편적인 실용성을 가진 차량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프 브랜드만의 역사와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기술의 변화와 함께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5세대 그랜드 체로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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