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스펙터 티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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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스펙터 티구안
  • 박해성
  • 승인 2021.09.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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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는 차는 폭스바겐의 중간급 SUV 티구안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티구안은 2008년 국내에 1세대를 선보인 후 특유의 실용성과 디자인, 합리적인 사양, 독일차 프리미엄까지 더해 현재까지 5만6000대 이상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1만1163대를 판매해, 2020년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SUV 10대 중 1대꼴로 티구안이라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번 2021 티구안은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 "3A전략”을 발표한 폭스바겐 코리아가 첫 주자로 내놓은 모델이다. 3A 전략이란 누구나 부담없이 수입차를 구입할 수 있고(more Accessible),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한 총 보수비용은 더욱 합리적으로 줄이고(more Affordable), 첨단 안전 장비와 편의 사양은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해(more Advanced) 폭스바겐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착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요약하면 타사와 비교해 합리적인 가격과 유지비로 적극적인 옵션이 제공된 독일차라는 이야기. 하지만 여러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 여러 상충되는 부분에서 어떤 균형감을 갖는 차인지 궁금하다. 

 

운전석은 기능적이지만 소재 품질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시승 전에 차의 외관을 둘러 보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해 직선이 강조된 견고하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이다. 넓어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변화된 LED 헤드라이트가 눈에 띄는데 파사트 GT 모델에 탑재된 IQ LED 헤드라이트가 적용되었다고.

보닛에 굴곡을 주어 시각적으로 양감 있는 느낌을 준다. 옆모습은 기존 18인치에서 2021년형부터는 19인치의 휠(프레스티지)이 적용되어 보다 안정적으로 보인다. 후면부는 리어 램프의 폭과 길이가 커졌고 페이크 듀얼머플러로 장식했다. 변경된 폭스바겐 브랜드 로고와 함께 배치된 ‘TIGUAN’ 레터링은 한결 산뜻하다. 

 

직렬 4기통 2.0L 150마력 디젤 엔진

시승차는 최고급 사양인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로 판매가격 4710만 원인 모델이다. 전동과 메모리 기능의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마 선루프 등이 적용되었다. 

차에 오르기 위해 손에 쥔 무선 자동차 키에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다. 휴대전화와 손지갑, 필기구 등 일상적으로 손에 쥐고 있는 물건에 작은 투자를 하는 습관을 가진 필자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2열을 모두 접을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이 좋다

차에 오르는데 문 닫힘이 묵직하고 절도 있어 독일차에 올랐구나 하는 느낌을 전해준다. 실내는 신형 파사트와 맥을 같이 하는 디자인이다. 매우 간결하고 소박하다. 사용된 소재의 느낌이 실망스러운데, 플라스틱 내장재라도 또 레자 재질의 시트라도 조금 더 나은 느낌을 주려는 감성적인 노력이 더 있었으면 좋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국내 생산차 중 경쟁 모델이 될 싼타페나 쏘렌토의 조금 과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움과는 대척점에 있다. 선택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전적으로 달린 듯한데 그래도 좀 아쉽다. 

스티어링 휠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경된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터치식 공조기 등의 디자인이 파사트와 공유되었다. 패밀리카에 중점을 두며 실용성 위주로 설계한 것이 느껴진다. 승차시 느끼는 개방감이 매우 좋다. 그런데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게 보이려고 한 디자인 때문인지 아늑하게 탑승자를 감싸주는 느낌은 없다. 2열의 공간도 무난하고 폴딩이 가능해 요즘 유행하는 차박과 캠핑에 유용할 듯 하다. 2열 시트는 슬라이딩도 가능하다. 트렁크 공간도 차 크기의 기대치에 적당하다.

시동을 걸자 2.0 TDI 디젤 엔진 소리가 나즈막히 들린다. 이번 모델에서 계기판이 화려한 디지털로 바뀌었다. 필자에게는 아날로그 계기판과 로터리 디자인의 공조 장치가 익숙하다. 그런데 이 차의 디테일한 느낌이 어딘가 익숙하고 감성적이다 싶어 생각해보니 내 어릴 적 아버지의 포니에서 느꼈던 감성이 군데군데 있다. 빨강파랑 공조 장치와 계기판이 그렇고 뚝뚝 떨어지는 실내 디자인이 그렇다. 기계식과 터치식의 차이인데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어를 넣는다. 변경된 기어 노브는 움직임이 크고 헐렁하다. 요즘 딸깍거리는 기어노브들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구식 자동차 느낌이 난다. 어쨌든 달려보자. 신형 티구안은 2.0 TDI 엔진에 7단 DSG 변속기를 결합해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힘을 낸다. 

 ‘트윈도징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차세대 EA 288 에보 엔진은 기존 엔진 대비 질소산화물을 약 80%까지 저감시킨다고 한다. 환경이 중시되는 요즈음 수치만으로도 운전자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겠다.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HUD)가 적용된다. 편리함에서 이것의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그래픽 디자인이 떨어진다. 어차피 이 정도면 가격도 낮출 겸 그냥 휴대전화에 있는 내비게이션을 미러링으로 쓰게 하면 어떨까 싶다. ‘무선 앱 커넥트’ 기능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다. 앞좌석 시트에 열선 기능이 있고 통풍 기능은 없다. 

액셀러레이터를 조금 깊게 밟아야 차가 원하는 만큼 반응을 한다. 그에 비해 승차감은 조금 가벼운 느낌이다. 경쾌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힘과 가속감은 부족하지 않다. 엔진 소음도 절제되어 가솔린 모델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진입한 인터체인지에서 코너링은 자로 잰 듯 정확한 실력을 보여준다.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고속에서도 차의 흔들림은 적었다. 후측방에 차량 접근 경고등은 사이드미러가 아니라 미러 몸통 쪽에 큼직하게 점등 되어서 코너링 깜박이처럼 확실하게 시그널을 나타냈다. 이런 걸 보면, 이 차는 만들면서 지극히 실용성에 주안점을 둔 차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메이커에서 이야기 하는 프리미엄은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실용성과 기본기가 되겠다. 반자율 주행 시스템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 등의 기능을 통합 운영하는 트래블 어시스트는 적극적으로 운전에 관여해 매우 편리하다. 

티구안 일반 모델의 복합 연비는 15.5km/L(4모션 13.4km/L)로 우수한 편이고 실 주행에서도 유사한 연비를 보였다. 티구안은 탄탄한 기본기와 질리지않는 디자인 등 가족 중심의 패밀리 SUV로 적당한 선택지다. 국산 경쟁차들보다 조금 높은 가격은 프로모션의 기회를 잘 살려보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티구안의 전동화 모델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진다. 

사진·송정남 포토그래퍼

폭스바겐 티구안 2021 4모션 프레스티지
가격    4710만 원
길이x넓이x높이    4510 x 1840 x 1645mm
휠베이스    2680mm
엔진    직렬 4기통 1968cc 디젤 TDI
최고출력    150마력 / 3000~4200rpm
최대토크    36.7kg·m / 1600~2750rpm
변속기    자동 7단 DSG
최고시속    198km
연비(복합)    13.4km/L
CO2 배출량    142g/km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디스크
타이어    235/50 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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