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스포츠 세단, 로드스터, 쿠페를 만들던 80년 역사의 재규어가 사상 처음으로 SUV(또는 ‘스포츠 크로스오버’)를 내놓는 것이다.
재규어가 선보일 새 모델 이름은 F-페이스(Pace)로 결정됐다. 스포츠카 F-타입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한편, 1950~60년대 재규어 모토였던 ‘그레이스, 페이스, 스페이스’(Grace, Pace, Space‧기품, 속도, 공간)를 떠올리게 하기 위함이다. 포르쉐 마칸과 BMW X4를 정조준 하는 F-페이스의 가격대는 약 3만5천 파운드(약 5천990만원)부터 5만 파운드(약 8천560만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F-페이스는 크기와 디자인이 지난 201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C-X17 콘셉트와 거의 같다. 곧 출시될 XE 세단과 함께 재규어 베스트셀러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많이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F-페이스와 XE가 모두 나오면, 재규어 연간 판매량을 2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지난해 재규어 전 세계 판매량은 약 8만대였다. 재규어 랜드로버 글로벌 세일즈 총괄 사장 앤디 고스에 따르면, 향후 수년간 제품개발에 연간 35억 파운드(약 6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계획의 직접적인 결과물이 F-페이스다.
지난 2013년, 이안 컬럼이 이끄는 디자인 팀이 F-페이스 개발을 시작했다. F-페이스는 소형 SUV치고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비교하면, 높이는 엇비슷하고 길이는 40cm 길다. 이러한 넉넉한 크기 덕분에 풍만한 엉덩이와 재규어 특유의 고전적인 보닛 라인, 매우 경사진 앞 유리를 갖춘 관능적이고 곡선미가 살아 있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다.
컬럼은 F-타입의 이미지를 담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건 우리가 처음 시도한 SUV 디자인이다. 그렇다, 어려웠다. 개발 초기에는 실망스런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은 200m 떨어진 곳에서 보는 옆모습이었다. 매력적인 옆모습은 판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나는 우리가 결국엔 좋은 디자인을 뽑아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재규어는 F-페이스에 어떤 엔진이 들어갈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엔트리 모델에는 4기통 인제니움(Ingenium) 엔진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F-타입에 들어간 V6 375마력 슈퍼차저 휘발유 엔진도 라인업에 포함될 것이다.
F-페이스는 최근 증설한 솔리헐 공장에서 생산돼 2016년 초 출시된다. 고스는 “우리는 신제품을 마구 쏟아내겠다는 말을 꽤 오랫동안 해왔다”며, “그것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Q&A 앤디 고스(Andy Goss), 재규어 랜드로버 글로벌 세일즈 총괄 사장
‘F-페이스’는 흔치 않은 이름이다. F-페이스라고 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모델명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수많은 논의가 있었다. 우리는 정신적 지주로 삼은 F-타입과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또한, ‘페이스’는 차의 성능을 넌지시 비치기도 한다. 게다가 우리가 아주 오래전에 썼던 유명한 모토 ‘그레이스, 페이스, 스페이스’에 들어간 단어이기도 하다.
F-페이스가 재규어 라인업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F-페이스는 크기가 비슷한 XE와 함께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 될지도 모른다. 소형 SUV 시장은 지난 5년간 3배 성장했고, 앞으로 5년 동안 또 3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페이스와 XE는 주요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에서 잘 팔릴 것이다. F-페이스는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모델이다.
랜드로버 판매에 악영향을 주리라고 염려하진 않나?
전혀 아니다. F-타입의 이미지를 담은 디자인은 랜드로버와 차별되는 점이다. 또한, 랜드로버가 오프로드 성능에 주안점을 둔 반면, F-페이스는 고속도로 주행에 역점을 뒀다. 솔직히, 우리가 아직까지 이런 SUV를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F-페이스나 XE 없이도 2014년은 성과가 좋은 한 해였다. 그렇지 않나?
맞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지난해 총 462,678대를 팔아 전년 대비 판매량이 9% 늘었고, 재규어는 지난 10년 사이 가장 좋은 한 해를 보냈다. 우리는 올해 12개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고, 역사상 처음으로 50만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