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재미,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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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재미,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 박해성
  • 승인 2021.08.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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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첫 전동화 모델은 탄탄한 기본기 그대로에 전기차의 재미를 더한다

고백하건데 내가 처음 온전하게 시승했던 첫 번째 전기차는 포르쉐 타이칸이었다. 오르내리는 급경사와 연속되는 코너링에서 땅을 움켜지며 순간 파워로 선도차였던 911을 치고 나가려 용트림을 하던 타이칸에서 나는 전기차의 신세계를 보았다. 짜릿했던 첫 경험은 이후 독이 되어 어떤 전기차를 만나도 나도 모르게 과한 기대심리를 갖게 되었고, 그것은 무료한 시승으로 연결되기 십상이었다. 

이번에 만나는 전기차는 제네시스 G80의 전동화 모델이다. G80은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눈높이를 맞춘 제네시스 브랜드의 주력 모델. 이제 순수한 전기차로 변신 한 제네시스 G80은 어떤 감성을 가지고 있을지, 그리고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어떠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제원으로 먼저 살펴본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은 기존 G80의 파생 모델이므로 환경과 경제성에만 초점을 두었다기보다 본래의 고급 감성과 고성능, 고효율을 두루 갖추었다는 게 포인트. 

앞뒤 바퀴에 개별 모터를 적용하여 총 272kW(약 370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파워로 0→시속 100km 가속 4.9초의 성능을 낸다. 현대차 계열에서 제로백 수치를 밝히는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겠다. SK이노베이션의 87.2kW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427km를 주행할 수 있고,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에는 22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의 10%~80%까지 충전 가능하다는 설명. 차량의 지붕을 통해 충전하는 솔라루프와 스마트 회생 시스템 등의 특화사양도 탑재했다. 

 

아울러 앞바퀴에 모터와 구동축을 주행상황에 따라 분리하거나 연결할 수 있는 디스터넥터 구동 시스템(DAS)을 달았다. 이를 통해 2WD와 AWD를 자유롭게 전환함으로써 불필요한 동력 손실을 최소화 하고 주행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 경량 소재 사용 및 부품 개수를 최소화하는 등 설계 최적화를 통해 기존 G80 대비 높아진 차체 강성은 17%에 달한다. 

외관은 익숙한 기존 G80과 거의 같다. 전기차 전용 디자인 그릴과 휠 그리고 푸른색 번호판이 눈에 띄는 전부인데 자세히 보니 범퍼 하단부에 휠 에어 커튼을 적용했다. 보다 스포티한 성격의 동력성능을 가늠케 하는 부분이다. 전기차에 어울리는 다이아몬드 패턴 그릴은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 그리고 그릴 오른쪽 부분을 열면 배터리 충전 단자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실내에 들어서 시트에 앉았다. 여전히 시트는 고급스럽고 편안하다. 사실 제네시스 G80 디자인은 고급스러움이 좀 과하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고급스러워 보이려는 노력이 좀 과한 것 같다. 전동화 모델도 같은 분위기인 만큼 그런 어색함도 같이 따라 왔다. 

차의 움직임이 묵직하고 페달 감각도 묵직하게 느껴진다. 부드럽고 단단한 느낌으로 주행을 시작한다. 두툼한 토크가 뒷받침하는 가속은 강력하다. 코너를 빠르게 감아도는데 접지력이 안정감 있다. 지면과 타이어, 서스펜션과 차체를 통해 내가 앉아있는 시트까지 쫄깃하게 연결된 듯한 주행감이다. 

 

‘컴포트’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마치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탄탄한 가속을 좀 더 밀어부치고 싶었으나 도로사정이 그 한계를 느껴볼 수 있을 만큼 녹녹하질 않다. 넘치는 차의 힘을 다 써보지 못해 아쉬운 느낌은 오랜만이다. 

국도에서 일상적인 주행을 할 때 들리는 것은 작은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음밖에 없다. 차 자체의 정숙성도 좋지만 능동형 소음 제어 기술인 ANC-R이 톡톡히 역할을 하는 듯하다. 이 기술은 4개 센서와 6개 마이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노면 소음을 측정, 분석함과 동시에 반대 위상의 소리를 스피커로 송출해 탑승자가 느끼는 실내 소음을 크게 줄여준다는데,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한다. 

2시간에 걸쳐 국도와 고속도로, 지방도를 오가며 시승을 한 후 느낀 건 한마디로 “재미있다”라는 것이다. 시승이 끝났는데 내리고 싶지 않은 기분도 오랜만이다. 제네시스 G80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성격의 차는 아니었다. 근데 전동화된 G80은 다르다. 내연기관보다 전기차에 더 재미를 느끼는 건 기존에 가졌던 생각과 분명 배치된다. 앞으로 전기차 시대가 좀 더 빨리 다가오겠구나 생각이 드는 이유다. 

 Fact File  GENESIS ELECTRIFIED G80
가격    8281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5005×1925×1475mm
휠베이스    3010mm
구동방식    AWD
최고출력    272kW(약 370마력)
최대토크    71.kg·m
공차중량(kg)    2265
배터리 용량(kWh)    87.2
복합연비    4.3kWh
1회 충전 주행거리(복합)    427km
타이어    앞 245/45R19 뒤 275/40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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