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의 섹시미 되살리기 - 루카 드 메오 CEO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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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의 섹시미 되살리기 - 루카 드 메오 CEO 인터뷰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 승인 2021.06.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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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드 메오는 르노 그룹의 운명을 바꿔 놓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가 어떤 미래를 쥐고 있는지 스티브 크로플리가 만나봤다

 

르노 그룹의 총 책임자이며 ‘르놀루션’이라 불리는 전기차 혁신 계획을 설계한 인물인 루카 드 메오는 어느 날 아침 샤워를 하던 중 이 프로젝트의 매력적인 이름이 떠올랐다고 한다.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종종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는 “그래서 방수 메모장을 아마존에서 샀죠. 긴박함을 표현하는 ‘레볼루션’이라는 단어와 우리의 재능을 나타낼 수 있는 ‘르노’라는 단어가 합쳐져 모두에게 통할 거라는 걸 알았죠.”

 

높이 평가된 A110은 2025년경에 교체될 예정이다

르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모험적인, 전위적인 영혼을 기억하고 있는 드 메오는 그동안 외부에서 볼 때 르노 그룹이 너무 정통적인 방식으로만 접근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전동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 시점이 르노 같은 기업에게는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시장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아니라도 말이다. 

“기회를 보고 라이벌보다 먼저 이를 사용할 수 있다면, 승자가 될 것입니다.” 드 메오가 말했다. “팀에서 슈퍼스타 플레이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또는 대단한 예산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둘러 움직인다면, 그리고 팀워크가 뒷받침이 된다면, 이길 것입니다.”

 

디자인 총책 로렌스 반 덴 에이커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알핀 총책임자 로지는 F1을 통해 A110 판매가 급증했으면 한다

폭스바겐그룹의 문제아, 세아트의 운명을 5년에 걸쳐 돌려놓은 이후 드 메오는 르노에 발령이 났다. 그게 지난해다. 전임이었던 카를로스 곤이 추방당하고 일 년 동안 표류했지만, 드 메오는 이후로도 6개월간 사무실을 사용하지 못했다. 휴가 제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르노의 새로운 책상 아래 발을 들여놓을 땐 사태를 회복할만한 선명한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많은 정보가 필요했습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자료 말이죠”라고 그가 말했다. 

첫 4주에서 5주 동안은 작업자와 매니저들을 만났고 회사의 공장과 시설들을 살펴봤으며, 엔지니어와 다지이너의 사무실을 찾았다. “서랍 속에서 어떤 차들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그리고 다양한 나이와 르놀루션 계획을 뒷받침해줄 경험을 보유한 구성원 40명을 모았다. 그는 이 그룹을 ‘소스’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모두 자기 책상을 정리하고 드 메오와 같은 7층으로 옮겼다. 쉽게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대본은 이미 대부분 거기에 있었습니다. 일부는 도전이 필요했죠. 추가할 디테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물론, 모든 것에 숫자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많은 이점이 있다는 드 메오의 설명도 있었다. “계획을 짜야 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무엇을 하는 지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자기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죠. 그리고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다음 해 우리는 500만 대의 차를 만들겠다라고 말만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만 해서는 안 되죠.” 

 

 

다시 태어난 르노 5 EV는 드 메오의 재생 계획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 그 계획은 완성됐다. 지난 1월 중순 자동차 뉴스 소식통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실이다. 이는 르노 5가 전기차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끌어낸 영리한 결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계획의 다른 요소들은 잘 알려진 대로(이 페이지에 열거해 놓기도 했다)다. 하지만 드 메오는 이 부분을 아주 간결하게 요약했다. “우리가 가진 돈으로 수익성이 있는 시장과 세그먼트에 다시 집중했습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회사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소형차에 집중한다는 것은 이윤 창출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한 단계 밟고 올라서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세아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비자와 아로나는 레온과 아테카로 초점을 옮기는 것이죠. 마진과 볼륨을 더 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죠.“

 

르노와 알핀의 합병은 타당했지만 아직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이어서 그는 ”이러한 효과는 내년부터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카다르를 대체하는 전기차 버전 메간 SUV 모델이 출시될 때부터 말입니다. 완전한 효과를 보는 시점은 아마도 2023년이나 2024년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매우 훌륭한 제품이 나올 것은 분명합니다. 가끔 생각이 없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도.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입니다. 왜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하지만 과거에 너무 얽매여 있어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제품에 큰 믿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프랑스 금융 관계자들의 세계도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드 메오의 발표 이후 르노의 주가는 13파운드(2만560원)에서 35파운드(5만5350원)로 부풀었다. 지난해 하반기 3.5%를 기록했다는 점을 놓고 봤을 때 2023년까지 3%의 실적을 달성하겠다고 한 CEO의 전망치가 매우 신중했다는 게 분석의 골자로 보인다. 드 메오는 항상 그의 예상이 “최소한”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아왔지만, 과거 10년, 두 번의 전환 계획 실패 이후 보다 현실적인 목표치를 제시할 때라고 주장한다. 

드 메오는 생산량만을 보려고 하는 일부 미디어의 성향에 참을성이 꽤 있는 편이다. “미디어들은 ‘10년 전 당신은 여기서 70만 대의 차를 만들어 냈지만, 지금은 50만 대밖에 만들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당신은 실패했다’라고 말합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생산량은 국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연구개발, 우리의 전기차 프로그램, 수소 프로젝트, 그리고 우리가 이룬 소프트웨어 수익 등은 포함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우리는 프랑스를 가치사슬에서 더욱 높은 위치에 서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대중차로 인기 있는 르노 카자르는 곧 교체된다

르노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잠깐이지만 알파 로메오와 아바스를 거쳐 토요타, 피아트로 옮겼고, 이후 폭스바겐, 아우디, 그리고 세아트에까지 몸담았던 53세 드 메오의 이력은 나이에 비해 눈에 띄게 활발하게 필드를 누비고 다닌 경험이 드러난다. 자동차 산업에 가혹한 현실을 대부분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르노의 과거에서 드러난 비현실적인 비전에 삽을 뜨는 일은 견디지 못했다.

“몇 년 전 저희는 8억6700만 파운드(약 1조3710억9980만 원)를 들여 메간, 시닉, 그랜드 시닉, 탈리스만, 에스파스, 그리고 다른 몇 개의 차종(여섯에서 일곱 가지의 중대형 차종)을 한 공장에다 옮겨놨습니다. 생산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계산이 될 겁니다. 이게 말도 안된다는 사실을요. 3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했었지만 결국 8만 대만을 내놨습니다. 르노는 인기 있는 브랜드입니다. D나 E세그먼트에서만 신임을 얻고 있는 브랜드가 아니죠. 이건 본보기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에 토를 달았다. 작은 차를 만드는 것도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모든 제조회사가 입을 모은다. 소형차들은 수익이 적다. 그리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그들은 미래가 없지 않나? 드 메오에게서 ‘정형화된’ 대답이 돌아왔다. 

 

내연기관 엔진을 단 소형차들은 유럽의 강력한 친환경 규제에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사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2025년 말에 유로 7 규정에 징벌적 대상이 된다면 슈퍼미니의 내연기관 엔진들은 두 배의 가격표를 달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던지면서 말이다. 

”내연기관 엔진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이 있습니다. 플로티늄, 로듐, 다른 비싼 것들을 포함한 미립자 필터가 필요합니다. 클리오에는 1만5000달러(1680만 원)이 들 수도 있고 메르세데스 S-클래스에는 12만 달러(약 1억3430만 원)가 들 수 있습니다. 물론 S-클래스 필터는 조금 더 크겠죠. 하지만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상대해서는 훨씬 싼 편입니다. 회사들은 계속 소형차들을 만들기가 힘들어지는 겁니다.“

 

한편, “우리 경험에 따르면 배터리 가격은 연간 약 10%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소형 전기 자동차는 더 작은 배터리만 있으면 되죠. 패밀리 사이즈의 전기차보다 싸게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 이 두 가지가 그리는 비용 곡선이 교차하는 시점이 지나면 유럽에서 더 가치 있는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교차점에 먼저 도달하고자 자동차 제조사들 사이에서 전쟁이 치러지고 있는 것이라고 드 메오는 설명한다. 유럽 전역에 걸쳐 전기차가 공평하게 퍼져나가는 대단한 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르노는 그 결승선에 도달하는 첫 번째 선수가 될 것이다. 현재 르노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생산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미래 차 프로젝트 R5는 이 순간을 상징화하기 위한 것이다. “산업계 대부분은 2025-26년에 이 선을 넘을 겁니다. 하지만 아마도 우리가 첫 번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엔지니어들이 스마트한 프로젝트를 설계한다면요. 시간과의 싸움일 뿐입니다.”

 

큰 차의 이야기로 넘어가 본다면, 드 메오는 벽돌처럼 생긴 모양과 전방 부분이 크기 때문에 전기차 파워트레인이 잘 들어맞지 않는 타입임에도 불구하고 SUV와 크로스오버가 앞으로도 한동안 핵심 트랜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역학적 기술을 통해 주행 거리를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으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알핀 A110이나 람보르기니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보통 낮은 차에 올라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가 바라보는 중요한 전기차 트렌드 중 하나는 세아트에서 내놓은 쿠프라 포멘터의 라인을 따라 나온 크로스오버 쿠페의 성장이다. “이런 차들이 트렌디한 차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전기차들은 긴 보닛을 필요로 하지 않죠. 횡방향 전륜구동이 아닌데다가 차체의 모서리에 바퀴가 제대로 고정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차들은 또한, 큰 바퀴를 달 수 있습니다. 우리도 큰 바퀴를 달고 높은 시트 포지션을 갖추고 있지만,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한 차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알핀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 중 하나죠.”

 

르노의 디자인 디렉터 길스 비달은 지난해 푸조에서부터 자리를 옮겼다

드 메오는 전기차가 미래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지만, 2030년 이후부터는 전기차만 만들겠다고 말하는 기업(굳이 포드라는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에 대해 달갑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아마도 틈새를 노리는 제조사라면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2030년까지 유럽 사람들 모두가 전기차에 적응할 수는 없을 겁니다. 남부 스페인 또는 이탈리아 남부 지방이라면 모를까 전기차를 쉽게 받아들일 만한 구매력이 되지 않을 겁니다. 인프라도 없죠.”

하지만, 드 메오는 유로 7이 시작되면 내연기관 엔진들이 몰락할 것이라고는 확신했다.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차가 아니라면 말이다. 심지어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조차도 기준에 부합할 만큼 깨끗하지 않다고 믿는다. 때문에 르노가 이 기술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르봇(Le Vot)이 이끌었던 다치아는 유럽인들의 성공 스토리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대화로 끝을 맺었다. 르노는 현재 중국 사업 부문을 접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재앙에 가까웠다.” 하지만 르노는 더욱 나은 조직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략적 수단을 실행할 수 있는 검증된 마켓 전문가를 임명했다. 

“저는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고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생각합니다. 단순히 나라의 크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진보적인 성향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은 혁신을 원합니다. 우리가 걸어온 120년의 자동차 역사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전기차 기술을 커다란 기회로 삼고 단박에 뛰어오를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죠. 특히,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조절하는 데는 그들이 앞서고 있습니다.”

드 메오가 설명하길 르노가 중국에서 다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력을 맞추고 그들이 가지지 않은 무언가를 추가로 더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나서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그들 중 한 곳과 협력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고려할 때, 르노가 다시 중국에 진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그리고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가 이 도전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이 문제는 그가 우선시 생각하는 것들과 함께 두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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