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카의 꿈, 드론으로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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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카의 꿈, 드론으로 현실이 된다
  • 최주식
  • 승인 2021.06.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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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택시와 개인항공차량(PAV)들이 날아다니는 하늘은 과연 멋진 신세계일까?
GM이 발표한 UAM 콘셉트, 전기 수직이착륙기 eVTOL 개념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류의 오랜 꿈은 비행기로 실현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동차와 비행기를 결합한 플라잉카(Flying Car)에 대한 꿈 또한 마찬가지다. 항공산업 또는 자동차산업 관계자나 엔지니어들이 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다. 그것은 이미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너무 값비싸거나 제한적인 이용 등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이 가시화되면서 대중적인 플라잉카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다. 이 중심에 바로 드론이 있다.  

2021년 CES에서 GM은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한 캐딜락 콘셉트카와 함께 거실 같은 실내를 갖춘 UAM 콘셉트를 공개했다. 바로 수직 이착륙기, eVTOL이 그것이다. GM은 이것이 자사의 첫 항공 이동 수단이라고 발표했다. UAM 콘셉트는 90kWh 전기 모터를 통해 4개 로터를 작동하는 1인승 전기 수직 이착륙(eVTOL) 드론 형태를 갖췄다. 

“우리는 전기와 자율 기술의 발전을 통해 개인 항공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세계를 준비하고 있다. VTOL은 시간과 편리함이 가장 중요한 그 순간을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당신이 사무실에 있다가 이제 시내 건너편 장소에서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VTOL은 당신을 옥상에서 만나 당신의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수직 착륙지에 내려줄 것이다.” 

GM은 UAM 콘셉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향후 5년 내 이를 실용화하는 한편 그 이후 지속적으로 개인용 운송 수단의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아우디와 유럽 항공기제조사인 에어버스(Airbus), 이탈디자인이 공동 개발한 비행 택시 ‘팝업 넥스트’(Pop. Up Next)의 실물 모형이 공개되었다. 커다란 드론이 날아와 특별히 설계된 자동차와 결합해 하늘을 날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드론과 분리되는 방식의 공공 택시 개념이었다. 

드론이 자동차를 들어올리는 아우디의 팝업 넥스트 콘셉트

또한 네덜란드 업체 ‘PAL-V’에서 만든 ‘리버티’(Liberty)가 눈길을 끌었다. 이는 오토자이로(자이로플레인이라고도 한다)와 세바퀴 자동차를 조합한 형태였다. 

1967년 숀 코넬리가 주연한 007시리즈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에 등장한 ‘리틀 넬리’(Little Nellie)가 바로 오토자이로 개념이다. 오토자이로는 이륙을 위한 로터 날개와 추진력을 얻기 위한 강력한 프로펠러를 갖추고 있다. 헬리콥터와 달리 로터 날개는 엔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로터가 공기를 아래쪽으로 흐르게 할 때 반작용으로 생기는 양력을 활용한다. 즉, 로터는 엔진의 도움을 받아 이륙할 때 생기는 힘으로 회전한다는 것이다.

007시리즈 ‘두 번 산다’에 등장한 비행체는 오토자이로 개념이다

PAL-V가 만든 리버티에는 총 2개의 엔진이 있는데 하나는 비행 전용이고 다른 하나는 비행 및 주행 겸용이다. 그런데 리버티의 단점은 쉽게 전복된다는 점이었다. 2000년대 초반 네덜란드 카버(Carver)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기울어지는 자동차가 있었다. PAL-V는 카버의 특허권을 사서 이를 리버티에 적용했다. 이렇게 해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기울어지는 세바퀴 자동차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리버티는 가격이 너무 비쌌다. 당시 퍼스트 에디션 가격은 44만 파운드(약 6억4416만 원)이고 그다음 기본형 가격은 35만 파운드(약 5억1240만 원). 이 가격이면 “신형 포르쉐 911 한 대와 시속 322km로 날 수 있는 경비행기 한 대를 살 수 있다”고 리버티를 직접 시운전했던 <오토카>의 콜린 굿윈이 말했다. 참고로 리버티의 비행 속도는 시속 161km다.

PAL-V가 만든 플라잉카 리버티

모건 스탠리의 예측에 따르면 플라잉카를 중심으로 한 UAM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1700조 원) 규모로 전 세계적으로 200여 개 업체가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공유 플랫폼으로 유명한 우버는 지난 2018년 시속 320km로 하늘을 나는 항공택시용 플라잉카를 선보여 깜짝 놀라게 했다. 우버는 지난해 플라잉 택시 사업 부문을 미국 조비에비에이션에 매각했다. 2023년 예정대로 항공 택시 서비스가 실행되면 우버앱으로 조비 항공택시를 호출할 수 있게 된다. 조비는 이를 위해 1000회 이상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는 조비 에비에이션에 430억 엔(약 4413억 원)을 투자해 플라잉카 부문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 지리는 테라퓨지아(Terrafugia)를 인수해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임러는 블로콥터와 포르쉐는 보잉과 제휴를 통해 플라잉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현대자동차와 한화시스템이 UAM 선점을 위해 나선 가운데 대한항공도 가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구상하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 이미지

한편 지난 2월 호주의 드론업체 알라우다(Alauda) 공개한 레이싱 드론 에어스피더 Mk3는 모터스포츠를 위한 세계 최초의 eVTOL, 전기 플라잉카다. 탄소섬유 모노코크 보디에 무게 100kg으로 최고출력 96㎾, 최고시속 120㎞ 이상의 속도를 낸다, 피트 스톱 개념을 도입해 신속한 배터리 교체가 특징이다. 마치 F1 머신처럼 헤어핀을 회전하는 기술도 가능하다는 설명. 카메라와 충돌 방지를 위한 레이더, 라이다, 무인 비행 시스템 등을 탑재했다. 

알라우다는 지상에서 모터스포츠가 자동차 발전을 촉진시킨 것처럼 하늘에서의 레이스를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내년 세계적인 유인 드론 레이싱 대회를 열 계획이다. 알라우다 관계자는 "유인 드론 레이싱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진보적인 모터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보다 발전된 Mk4를 선보일 예정이다. 

알라우다가 공개한 레이싱 드론 에어스피더 Mk3

플라잉카는 로터를 통해 동력을 얻는데, 로터는 전기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 소음이 없고 기존 항공기처럼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좁은 공간에서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서 개인항공차량(PAV ; Personal Air Vehicle)의 폭발적인 성장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상을 달리다가 활주로도 필요 없이 그대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건 꿈같은 일이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과제와 더불어 일반항공기에 준하는 항공법을 적용받아야 하기 때문에 안전과 통신, 항법, 배터리 소재 등 해결 과제도 적지 않다. 

아무튼 플라잉카 시장이 머지않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기술로드맵을 의결하고 25년 상용화, 35년에는 서울에서 대구까지 간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실제 인천공항에서 항공택시를 타고 서울 도심으로 이동하는 것은 25년쯤 가능하다고. 

청사진에 따르면, 30년~34년 성장기에는 서울에서뿐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광역권 도시에서도 항공택시를 이용하고 기차, 버스 등 기존 교통서비스와 연계된다. 그리고 2035년 이후 성숙기에는 비 내리는 궂은 날이나, 늦은 귀가길에도 항공택시를 이용해 집 근처에 신설된 버티포트(Vertiport)에 내리는 등 일상의 교통수단이 된다는 것. 

자동차와 비행기 모두 인류의 끈질긴 꿈으로 탄생하고 발전해 왔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카 또한 그 꿈의 결과물로서 눈앞에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에어 택시 또는 PAV들이 날아다니는 하늘은 마치 SF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된 듯 놀라운 장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현실을 앞질러 보여준 것은 이미 익숙한 일. 그런데 그것은 과연 (교통지옥을 벗어나게 해줄) 멋진 신세계일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흐름의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플라잉카의 선구자들

테일러 에어로카(Taylor Aerocar)

1949 에어로카는 매우 성공적인 플라잉카다. 미국 항공국(US aviation authority)에서 여섯 대가 인증을 받았다. 에어로카는 라이커밍(Lycoming)에서 항공기 엔진을 공급받으며 자동차 모드에서 비행을 위한 날개를 끈다. 

 

테라푸지아 트랜지션(Terrafugia Transition)

2006년부터 개발한 테라푸지아 트랜지션은 리버티와 같은 로택스 엔진에서 힘을 얻으며 도로에서 최고시속 113km, 하늘에서는 185km의 속도로 난다. 중국 지리가 테라푸지아 트랜지션을 인수하면서 개발자금을 많이 확보했다. 

 

에어로모빌(AeroMobil)

슬로바키아에서 만든 플라잉카 프로젝트 뒤에는 프로드라이브(Prodrive)와 안토니 쉐리프(Antony Sheriff) 같은 유명 회사가 있다. 비행을 위한 스바루 엔진은 앞바퀴에 달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포함된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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