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아메리카 통신] 반도체 부족으로 점점 심해지는 생산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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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혁의 아메리카 통신] 반도체 부족으로 점점 심해지는 생산 차질
  • 최중혁
  • 승인 2021.06.14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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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없습니다. 적어도 수 개월은 기다려야 합니다."

최근 포드의 새로운 전기차 머스탱 마하 E(Mustang Mach-E)를 시승하러 미시간에 위치한 포드 딜러십에 방문한 필자는 딜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차는 너무 잘 팔리는데 차가 없다는 것이다. 그간 테슬라와 GM, 폭스바겐에 밀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했던 포드가 작년 12월에 야심차게 출시한 마하-E는 출시하자마자 연초부터 충전 후 시동 불능으로 잠시 리콜 문제를 겪었지만, 문제를 해결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매끈한 차량 곡선에 머스탱 감성, 거기에 포드에서 제대로 출시한 첫 SUV 전기차이니 인기가 많을만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차량 생산이 제대로 안된다는 점이다. 차가 있어야 팔 것 아닌가. 가장 큰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것이다. 작년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올 2분기까지 이어지고 있고 상황은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오토캐스트솔루션에 따르면 연초부터 5월 첫째 주까지 반도체 부족으로 북미에서 103만 대, 글로벌에서 257만 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오토캐스트솔루션는 장기적으로 글로벌에서 368만 대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은 미국 빅3 모두에 해당한다. GM은 이번 1분기 실적발표에서 2분기의 생산 차질 상황이 최악일 것으로 예상했으며 적어도 3분기까지 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GM은 일부 차종의 경우 특정 부품을 빼고 판매한 뒤 반도체 수급이 좋아지면 장착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차를 판매하고 있다. 

포드 또한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계획 대비 20만 대 생산 차질이 있었으며, 2분기의 경우 계획된 생산의 약 50% 차질이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포드는 2021년 연간으로 약 110만 대 생산 차질이 예상되며 현금흐름에도 약 30억 달러의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스탤란티스는 차량 생산 차질이 아예 2022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고가 부족한 덕분에 미국에서 신차 가격은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3만 7314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4000달러 이상 올랐다. J.D. 파워에 따르면 올해 3월 자동차 1대당 평균 인센티브가 3527달러로 1년 전보다 888달러 감소했으며 딜러의 평균 차량 보유일수는 53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0일이나 줄었다. 특히 픽업 트럭의 공급이 부족해 대기 수요가 발생 중이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심화로 재택근무 등이 지속되며 IT 기기들의 수요가 급등한 여파가 자동차 산업에까지 미친 것이다.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면서 기존보다 차량 1대에 필요한 반도체의 수량도 증가한 것이 한몫했다. 이미 연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대두됐지만, 지난 2월 미국 텍사스 주에서 기록적 한파 영향으로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불안정해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된 원인도 크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는 반도체 회사 NXP가 인수한 프리스케일(Freescale)이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반도체를 양산 중이다. 또 다른 반도체 회사 인피니온이 인수한 차량용 전력 반도체 회사 사이프레스(Cypress)가 위치해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일본 차량용 반도체 회사 르네나스 일렉트로닉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한 달 간 공장 가동을 멈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 자동차 생산기업들의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4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TSMC, 삼성전자 주요 반도체 생산 업체와 GM 등 완성차업체 등 19개 기업과 함께 화상회의를 열고 반도체 문제를 논의했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26주에서 최대 38주까지 제조 리드타임이 소요되며 복잡한 반도체 제조 공정을 고려했을 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반도체 제조공장들이 생산 역량을 재배치하고 소비 가전에 대한 수요가 잠잠해져야 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가 늘어나게 되면 차 한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수많은 반도체를 장착해야 비로소 제대로 굴러가는 자동차를 보면 이제 정말 ‘자동으로 굴러가는 차’가 아니라 ‘바퀴 달린 모바일 컴퓨터’라고 불러야할 것 같다. 

글 · 최중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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