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카 매니저로서 분명한 목표 의식과 원칙 있어야” 황은자 쉐보레 김포대리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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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카 매니저로서 분명한 목표 의식과 원칙 있어야” 황은자 쉐보레 김포대리점 대표
  • 최주식
  • 승인 2021.03.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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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유엔(UN)이 정한 공식 기념 날자는 1977년부터 시작되지만 그 기원은 1만5천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모여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던 1908년 3월 8일의 뉴욕 시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불과 3년 전인 2018년이다. 일하는 여성에게 우리 사회의 공고한 벽은 얼마나 얕아졌을까?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쉐보레 김포대리점 황은자 대표를 만나 자동차 업계에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동차 업계에서의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이전에 백화점 관리직, 책 대여점 등 다른 사업을 해왔다. 당시에 대우차를 탔는데, 이상하게 대우차가 좋았다. 대우 정비소를 종종 갔는데, 그곳 정비소장이 “그렇게 대우차가 좋으면 한 번 차를 팔아보는 게 어떠냐”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권유하곤 했다. 어쩌다 2000년도에 카 매니저(자동차 영업사원)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재미도 있고 영업성과도 잘 나왔다. 그래서 2004년에 김포 대리점을 열게 됐다. 이렇게 오랫동안 몸담게 될 줄 몰랐는데 벌써 18년이 지났다. 

다소 남성적인 분위기가 강한 자동차 업계에서 있으면서 여성으로서 느꼈던 어려움은 없었는지.
남성 카 매니저였다면 고객 고충이나 불만사항 등을 때로는 술 한 잔이나 담배 한 대로 풀어내기 쉬웠을 줄 모른다. 가끔 반 박자 늦게 피드백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소통의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특별히 ‘여성’이기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은 크게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술이나 담배를 할 줄 모른다. 

여성으로서, 자동차 영업직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어릴 때부터 나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사업가적인 기질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6남매 중 유일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 가족들도 내 성격을 알기 때문에 딱히 반대하지는 않았다.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미혼으로 남게 됐는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조카가 10명이 넘는데, “이모가 내 롤모델이야”라는 말을 들을 땐 뿌듯하고 보람이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결혼했다고 해도 지금의 위치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오히려 남성적인 업계에서 여성으로서 더 잘 해낼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을까?
나는 긍정적이고 원칙적인 것을 좋아하는 섬세한 성격이다. 특히 대리점의 청결, 고객 응대 방식 등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좋은 인상을 남기고자 많이 노력했다. 건물 청소하시는 분이 따로 계시더라도,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물기는 없는지, 거울은 깨끗한지 등을 일일이 직접 체크하면서 챙겼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이 나를, 우리 대리점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신뢰들이 켜켜이 쌓여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쉐보레 중 가장 애착 가는 모델, 그리고 김포 대리점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모델은?
요즘은 볼트 EV에 애착이 많이 간다. 이 차를 통해 앞으로의 전기차 시대를 기대하게 되었다. 쉐보레 모델 중 유일하게 2년 이상 소유하고 타본 차다. 주변에 가장 많이 자랑하는 모델도 볼트 EV다.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좋은 차였다. 김포에서 강릉까지 장거리를 달렸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에도 적응할 만 했다. 지인이 하도 볼트 EV를 욕심내 그이에게 넘겨주고서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앞으로 쉐보레를 먹여 살릴 차는 단연 트레일블레이저다. 요즘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게 잘 나온 전략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또, 김포지역에서는 픽업트럭인 콜로라도가 인기다. 그러다 보니 콜로라도에 맞는 판매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쉐보레 여성대표 대리점 내 스파크 판매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경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어떤 생각이 드나?
‘안전한 경차’라는 점을 강조하며 스파크를 많이 판매했다. 이 역시 내가 여성이다보니 고객들이, 특히 생애 첫 차를 사러 오는 여성 고객들이 더 신뢰해준 덕이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고객들이 생애 첫 차, 또는 세컨카로 스파크를 많이 찾았다. 이제는 고객들의 구매 트렌드가 ‘똘똘한 차 한 대’로 굳혀가는 분위기다. 핵가족화 되면서 한 가구 당 여러 대의 차가 필요하지 않게 됐고, 그에 따른 시대적 흐름이라 본다. 요즘 소형 SUV들이 경쟁력 있게 출시되고 있다 보니 첫 차에 대한 선택 폭이 넓어졌다. 시장은 고객들의 구매 트렌드나 니즈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본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꾸준히 주목 받고 있다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자동차 판매 비법, 철학은?
카 매니저는 고객을 기억해야한다. 투명하고 원칙적으로, 기본적인 것을 지켜야 한다. 기본적인 것들, 정도를 지키다 보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카 매니저는 고객 앞에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편한 점퍼나 티셔츠 차림으로 고객을 맞이해서는 안 된다. 나부터도 늘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일한다. 직원들에게 이런 세세한 것들까지 지적할 때가 있다 보니, 불만을 갖는 직원들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우리 김포 대리점은 근속률이 높다(웃음). 영업은 자유로운 만큼 책임감이 따른다. 강압적인 틀은 없지만, 자율적으로 원칙을 세우고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강조하는 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전반의 비대면 트렌드로 자동차 영업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고객들이 대리점에 안심하고 찾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유도하는 한편, 방문 고객들이 계약까지 진행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방문판매업으로 등록되어 있는 사업장이라 인터넷 판매를 할 수 없다 보니, 대리점 내 방역을 철저히 하고 고객 방문을 유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작년엔 고객 내방에 의한 계약률이 높았다. 차를 1~2층에 전시하고, 계약과 상담이 진행되는 공간은 3층에 분리해서 진행하는 식으로 공간 배치를 바꾸고, 통풍이 잘 되는 환경을 만들고, 정기적인 소독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마침 작년에는 연초에 트레일블레이저라는 전략모델이 출시돼 꾸준히 관심을 받은 덕에 그나마 큰 어려움 없이 버텨낼 수 있었다.

자동차 업계에 취업하고자 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본인의 분명한 목표의식이나 열정이 없다면 여성, 특히 미혼 여성으로서 카 매니저로 오래 근속하기 다소 쉽지 않을 수 있다. 본인만의 확고한 원칙과 룰이 있어야 한다. 남성 카 매니저들보다 여성 카 매니저들이 주변의 반대나 소문 등에 흔들리기 쉽고, 본의 아니게 남들로부터 주목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카 매니저의 8~90%가 아직까지는 남성들이고, 고객들 역시 아직까지는 남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남자친구가 남성 고객들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여자친구의 직업에 대해 탐탁지 않아 해서 그만 둔 직원들도 더러 있었다. 물론 기혼 여성 중에도 이런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결혼 여부가 카 매니저가 되는 데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도 본인 스스로의 목표 의식과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포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황은자 대표

김포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기업인으로서 추구하는 가치는?
김포에서 오래 사업을 했으니,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30년 이상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왔기에, 나눔의 정신에 입각해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노인, 미래 세대, 여성을 지원하는 사업들에 빛을 비추고 싶다.

세계 여성의 날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전달되었으면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세계 여성의 날을 우리나라에서 조명하게 된 지 채 3년밖에 안 됐다는 데 사실 좀 놀랐다. 오랜 세월 남성권위가 우선했던 사회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씩 반짝 이슈가 됐다가 수그러드는 것이 아니라, 여성 권리 신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다.

여성 리더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싶은 말,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지.
스스로를 단절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회를 지레 차단시켜버리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했으면 좋겠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즐겁게 일하고, 욕심은 적당히 내려놓기 위해 노력한다. 집에서는 잘 쉬고, 일터에선 또 열심히 일하는 것. 쉐보레로 커리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에서 향기 나는 대리점으로 이끌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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