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다운사이징의 표상, SM5 노바
상태바
국산 다운사이징의 표상, SM5 노바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3.02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노의 최신 디자인을 담아 한층 세련되게 탈바꿈한 SM5 노바가 국산 중형차 시장에서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선도한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모기업인 르노는 지난 2010년 디자인의 대변혁을 예고했다. ‘사람의 일생’(The Cycle of Life)이라고 이름 지은 르노의 새로운 디자인 전략은 인생을 여섯 장면으로 나눴다. 사랑에 빠지고(Love), 삶을 발견하고(Explore), 가족을 이루고(Family), 일하고(Work), 즐기며(Play), 최종적으로 인생의 지혜를 얻는다는(Wisdom)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키워드로 단순함(Simple), 관능미(Sensual), 따스한 감성(Warm)을 내세웠다.
 

르노는 2010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드지르(DeZir)를 시작으로, 201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이니셜 파리(Initiale Paris)까지 ‘사람의 일생’ 여섯 장면을 상징하는 총 6대의 콘셉트 카를 내놓았다. 이것들을 토대로 사람과 동행하는 새 디자인 방향을 정립했고, 그것을 시판 모델에 충실히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차도 지난 2013년 12월 QM3을 통해 ‘사람의 일생’ 디자인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고, 지난해 1월 QM5 네오를 시작으로 4월 SM3 네오, 9월 SM7 노바를 차례로 출시했다. 이어서 지난 5일 SM5 노바로 최신 디자인 전략을 담아내는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신규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르노삼성차에게 SM5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르노삼성차의 전신인 삼성자동차의 역사가 SM5로부터 시작됐고, 줄곧 중추 모델 역할을 담당해왔기에 르노삼성차의 역사 그 자체이자 뿌리이고 기둥이기 때문. 2010년 1월 출시된 현행 3세대 SM5는 지난 2012년 SM5 플래티넘으로 이미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현행 SM5는 전기형, 중기형(플래티넘), 후기형(노바)으로 나뉘게 됐다.

SM5 노바의 라인업은 사용 연료에 따라 크게 G(휘발유), TCE(휘발유 터보), D(디젤), LPLi(LPG) 4종으로 나뉜다. 그중 1.6L 직분사 터보 휘발유 엔진을 품은 TCE로 시승에 나섰다. 색상은 이번에 새로 추가된 노르딕 블루.
 

라틴어로 신성(新星)을 뜻하는 노바(Nova)의 디자인 변경 포인트는 앞면에 집중됐다. 사람의 얼굴에 해당하는 자동차의 앞면은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인상을 크게 좌지우지하는 부분. 헤드램프는 그대로 두되 그릴과 앞 범퍼를 완전히 바꿔 인상이 달라졌다. 크기를 키우고 굵직굵직한 크롬 라인을 3단으로 넣은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은 앞서 데뷔한 SM7 노바와 닮았다. 다소 보수적으로 보였던 이전에 비해 한층 세련된 인상이다. 앞 범퍼도 최신 유행을 따른 디자인으로 다듬었고, 양쪽 끝에는 LED 주간 주행등을 달았다.
 

TCE에는 17인치 5스포크 ‘TCE 전용 휠’이 기본이지만, 시승차에는 옵션인 18인치 멀티스포크 ‘프레스티지 휠’이 달렸다. SM7 노바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휠이다. SM5 노바 예비 오너라면 반길 일이지만, SM7 노바 오너들은 억울하겠다. 나머지 부분은 이전과 같다. 단정한 LED 테일램프와 TCE만의 듀얼 머플러도 그대로다. 옆면과 뒷면에는 이전처럼 TCE 배지와 XE 배지가 각각 붙었다.
 

TCE는 ‘터보 차지드 이피션시’(Turbo Charged Efficiency)의 약자. 성능보다는 연비 개선을 중시한 터보 엔진임을 암시한다. SM5 노바 TCE에는 직렬 4기통 1,618cc 직분사 터보 휘발유 MR190DDT 엔진이 들어간다. 닛산 쥬크에 들어가는 닛산 MR16DDT 엔진이 모체. 최고출력은 190마력으로 쥬크와 같지만, 최고출력 발생 시점이 다르다. 쥬크는 5,600rpm인 반면, SM5 노바 TCE는 6,000rpm으로 조금 더 고회전에서 최고출력이 나오는 세팅. 최대토크는 24.5kg·m/2,000~5,200rpm으로 같다.
 

SM5 G의 2.0L 자연흡기 휘발유 엔진에 비해 배기량은 380cc 적지만, 최고출력은 49마력, 최대토크는 4.7kg·m이 높다. 또한, 4,800rpm에서 최대토크를 내는 2.0L 엔진에 비해 토크밴드가 비약적으로 확장된 장점도 있다. 연비는 0.4km/L(정부 공인 복합 연비 기준), CO₂ 배출량은 4g/km 개선했다. 요컨대 배기량은 줄이면서 성능·효율성·친환경성은 높인 다운사이징의 좋은 본보기다.

다만, 배기량이 1,618cc로 1,600cc를 초과하기 때문에 2.0L 엔진과 같은 세율을 적용 받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2.0L 엔진에 비해 연간 자동차세 절감 효과가 7만6천원으로 크지 않기 때문. 만약 배기량을 18cc만 덜어냈다면, 연간 17만5천600원 절약이 가능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엔진은 제법 굵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당차게 돌아간다. 회전이 경쾌하고, 저회전부터 토크 감각이 살아 있으며, 고회전으로 갈수록 앙칼진 소리를 낸다. 변속기는 게트락 6단 듀얼클러치(DCT). 르노 그룹 내에서 1.6L 터보 휘발유 엔진과 6단 DCT 조합은 SM5 TCE가 처음이다. 같은 엔진을 공유하는 쥬크에는 CVT가 조합을 이룬다.
 

SM5 TCE의 6단 DCT는 절도 있게 작동하는 일반적인 DCT와 달리, 토크컨버터 방식의 재래식 자동변속기처럼 부드럽게 작동한다. DCT 특유의 직결감을 선호하는 이들은 아쉬울지 모르지만, 패밀리 세단에는 적합한 세팅으로 생각된다. 다만, 시속 30km 이하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는 울컥거림이 다소 느껴진다. 서스펜션 상하 움직임은 시종일관 온화하다. 고속주행에선 두둥실 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불안하지는 않다. 충격을 부드럽게 잘 걸러내고 진동과 소음도 잘 막아 실내가 쾌적하고 안락하다.
 

수수하고 단정한 실내는 이전 그대로다. 마감품질은 우수하지만, 이제는 조금 오래돼 보인다. 대신 SM7 노바를 통해 처음 선보인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내실을 다졌다.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은 센터페시아의 7인치 모니터와 스마트폰 간 양방향 미러링 기능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T맵이나 멜론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스마트폰의 동영상을 모니터로 재생할 수 있다. 허나 양방향 미러링 기능은 안드로이드 전용이며, iOS용 스마트 커넥트(SMart CONNECT) 앱은 현재(1월 9일) 기준으로 SK 측이 업데이트 중이라 실행이 안 되는 등 아직 통신사나 기기의 제약이 있다.
 

SM5 노바 TCE는 이전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이지만, 한층 세련되게 바뀐 외모 덕분에 새롭게 다가온다. 르노삼성차는 2013년 SM5에 1.6L 엔진을 적용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5L 터보디젤 엔진을 적용하며 국내 메이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다운사이징 행보를 보여왔다. 적은 배기량으로 오히려 더 좋은 성능과 연비를 낼 수 있다면 작은 엔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세계적 추세인데, 유독 국산 중형차는 2.0L 이하 엔진을 다는 데 인색하다. SM5 노바가 그 이름처럼 밝게 빛나는 별과 같이 느껴지는 이유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