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와는 다른 생산방식, 슬로바키아 랜드로버 공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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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와는 다른 생산방식, 슬로바키아 랜드로버 공장을 가다
  • 레이첼 버기스(Rachel Burgess)
  • 승인 2020.11.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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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디펜더가 21세기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만드는 방법까지도… 슬로바키아에 있는 새로운 랜드로버 공장에서 레이첼 버기스가 알아봤다

지난 2016년 디펜더 생산이 종료됐을 때, 한 시대의 종말처럼 느껴졌다. 68년간의 생산 후 마지막 차가 라인을 따라 나오는 것을 보기 위해 세계의 기자단이 재규어랜드로버의 솔리헐 공장으로 모여 들었을 때처럼, 그렇게 인상 깊었던 출고는 없었다.

4년 뒤 다소 과장된 광고와 함께 올 뉴 디펜더가 나왔다. 길 위에서 편안한 만큼 터프하기도 한 차. 그리고 다른 나라에 있는 새로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슬로바키아다.

니트라에 있는 공장은 2018년 10월 완공됐다. 솔리헐에서 거점을 옮긴 디스커버리 모델을 생산하기 시작한 때다. 러셀 리즐리(Russell Leslie)는 슬로바키아 운영 디렉터로, 디펜더 라인 관리를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재규어랜드로버에서 26년간 일해 온, 친근한 버밍엄 사람이다. 그는 디스커버리의 경우는 니트라에서 생산하던 노하우로 이미 확립된 프로세스가 있었기 때문에 쉬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디펜더의 경우는 진정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물론, 일부 청교도들은 디펜더를 영국에서 만들지 않는다고 불평했지만 레슬리가 여기에 답했다. “우리는 세계로 널리 나아가고 있다. 우리의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기지로 영국에 헌신하고 있다. 다만, 미래의 제품 개발을 위해 영국 밖에서 공장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이 공장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시장에도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환율 변동에도 도움이 된다.”
 

보디숍에만 642대의 로봇이 작업하고 있다

200만ft2(약 18만5800m2)의 이 시설은 솔리헐 공장의 두 배 크기다. 분명히 그 지역 경제에 이바지 할 것이다. 수 마일에 걸친 잘 뻗은 도로가 있어 부품 등 물류가 이동하기에도 좋다. 이를 뒷받침하는 수치도 있다. 지역 실업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JLR은 28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 중 3분의 1 이상이 여성 직원이며, 이는 자동차 공장으로서 꽤 높은 편이다. 시설이 잘 되어 있어 누구나 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니트라는 연간 1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 작년에 약 3만8000대의 디스커버리를 만들어 냈다. 거기에 2000대 정도의 디펜더도 나왔다. JLR은 앞으로의 생산량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수치는 총 생산량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새로운 디펜더를 만들어 내는 데 충분한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레슬리는 “항상 3교대 용량으로 시설을 짓는다. 일정한 시간 당 일자리 비율을 갖추도록 디자인 한 것이다. 오늘과 내일을 위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뿐만 아니라 니트라는 디펜더 90과 110을 만들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다. 하지만 디펜더는 아직 나올 모델이 많다. 향후 몇 년 안에 나올 예정이다. 메르세데스-AMG G63 럭셔리의 라이벌이 될 130 모델도 그 중 하나다. 비용 효율적이며 수익성이 좋은 모델 라인업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앞선 세대에서는 달성하지 못한 결과다.

 

새로운 디펜더의 보디는 400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스커버리와 디펜더는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다. 생산량은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레슬리는 “차들은 약간의 다른 뉘앙스가 있다. 예를 들어, 디스커버리의 테일게이트와 디펜더의 테일게이트를 다르게 만든다. 하지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는 표준 공정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두 차의 시트를 같은 스테이션에서 집어넣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하이테크 시스템은 웨스트 미들랜드에서부터 가져온 것이다. 그러면 예전 디펜더와 새로운 디펜더를 생산하는데 다른 점은 뭘까? “기술적으로 다르다.” 레슬리가 대답했다. “예전에는 642개의 로봇들과 함께 같은 보디숍에서 디펜더와 디스커버리가 만들어졌다. 디펜더 보디숍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환경친화적인 키트를 갖춘 하이테크 페인트샵이 있다. 트림 홀은 솔리헐에서 사용하던 것과는 다르다. 예전 방식과 새로운 생산라인이 모두 한 곳에 분필과 치즈처럼 갖춰져 있다. 

니트라 JLR의 최초 기록들 중에 보디숍을 가로질러 가는 혁신적인 컨베이어 벨트가 있는데 자기부상 열차와 유사한 기술을 보여준다. 이 컨베이어 벨트는 쿠카 펄스 공정 시스템이 적용된 유럽 최초 사례다. 이는 기존 세팅보다 30% 더 빠르며 초당 3.7m를 이동할 수 있다. 

 

니트라는 버밍엄 출신의 러셀 레슬리가 운영한다
JLR의 다른 공장들은 제법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의 외장을 이루는 400개의 부품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첫 번째 중요한 단계는 한 눈에 봐도 이 차가 디펜더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도록 하는 하체와 측면, 그리고 루프 헤더를 조립하는 과정이다. 보디숍 책임자인 크리스천 클래슨(Christian Classon)은 “여기 있는 모든 것은 0.5mm의 오차도 없이 정확해야 한다. 보디쉘을 완성하는 데는 2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디펜더가 랜드로버 중 가장 견고하다고 말하는 근거에는 알루미늄 구조의 강성 때문으로, 3600개의 리벳과 170m의 접착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클래슨은 “알루미늄 구조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의 장점은 용접 공장보다 깔끔하며 조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벳은 매우 민감하며 용접 과정만큼 오차 범위가 허용되지 않는다.”

보디숍에서 사람의 손이 타는 부분은 도어, 펜더, 보닛, 그리고 부트 도어가 접합되는 클래딩 라인 밖에 없다. 클래슨의 말에 따르면 “차가 나오는 마지막 단계에서, 어떤 문제든 바로잡을 수 있는 세 곳의 세션이 있는데, 영국에서는 라인이 훨씬 길기 때문에 처음부터 문제점을 발견하면 굉장히 뿌듯해 했다”라고 한다.

페인트샵을 지나면, 트림을 다는 마지막 홀로 접어든다. 여기서 첫 번째 일은 작업자가 쉽게 내부 공간을 작업할 수 있도록 도어를 떼어내는 일이다. 그러나 훨씬 더 매력적인 부분은 피팅 로봇이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선루프를 들어올리고, 접착하고, 다시 붙여 넣는다는 것이다.

 

니트라는 1년에 15만 대의 디펜더와 디스커버리를 생산할 수 있다

트림 파트와 최종 감독을 맡고 있는 울라스 바그(Ulas Bagci)씨는 우리를 엔진과 라디에이터가 조립되는 곳을 포함한 주요 스테이지에 안내했다. 그는 “여기가 바로 육체가 영혼을 찾는 곳”이라고 지칭했다.

그가 맡은 구역에는 총 250개의 스테이션이 있다. 각 스테이션에는 노란색 코드가 있는데 팀 리더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이 줄을 잡아당긴다. 두 번 당기면 라인이 멈춘다. 바그 씨는 “2분짜리 작업을 진행하는 데 한 번 멈추게 되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복잡한 전자 장비들의 병목현상”이라고 말했다.

레슬리는 끝으로 “신차를 출시하는 것은 항상 도전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팀과 함께 신차를 출시하는 건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 어디를 가나 배울 점이 많다. 디펜더는 영국에서 디자인 됐다. 하지만 새로운 공장에서 새로운 차를 조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하고 있는 우리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견학이 끝났을 때, 수백 명의 근로자들이 교대 근무를 위해 도착했다. JLR이 운영하는 7대의 버스에서 쏟아져 나왔다. 공장까지 데려다 줄 대중교통 수단은 아직 없다. 지역 협의회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하지만 전체 생산 과정이 얼마나 완벽하게 짜여져야 하는지를 안다면 슬로바키아의 대중교통이 조금 더 실용적이기를 희망할 것이다. 

 

 자동차가 슬로바키아에 미치는 영향

니트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슬로바키아 사람들이다

슬로바키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오래된 성이나 맥주 정도로, 자동차산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2007년 이후 슬로바키아는 1인당 자동차 생산량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주민 1천 명 당 자동차 202대가 만들어져 총 110만 대가 생산됐다. 재규어랜드로버 이외에도, 기아자동차와 PSA그룹, 그리고 폭스바겐그룹에서 폭스바겐 업(UP!)과 고급 SUV인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의 자동차산업은 약 27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니트라는 지자체의 원조 대상이며, 2015년 12월 11.2%였던 실업률이 2019년 12월인 4년 만에 2.1%로 떨어져 전국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한때 농업국가였던 슬로바키아는 이제 전체 산업의 절반이 자동차 제조업에 종사하게 됐고, 이를 고마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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