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클래식④토요타 헤리티지
상태바
내일의 클래식④토요타 헤리티지
  • 펠릭스 페이지(Felix Page)
  • 승인 2020.11.05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스스로의 역사적인 라인업을 유지 및 관리한다. 그리고 토요타와 렉서스 역시 그중에서 눈에 띄는 브랜드다. 펠릭스 페이지가 다양한 차들을 보유하고 있는 서식스의 한 차고를 들여다봤다

혹시 가능하다면 지난 1994년으로 돌아가보자. 정확하게 말하자면 5월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FA컵 결승에서 첼시를 4-0으로 격파했고, 유럽 대륙과 영국을 잇는 해저 터널(채널 터널)이 개통되었으며 토요타가 근래 내놓은 가장 대담한 모델 라브4(RAV4)를 출시했다. 

서퍼들에 의해 디자인된 듯한 굴곡지고 기이한 네바퀴굴림? 직선적이고 다용도인 지프 랭글러, 랜드로버 디펜더, 심지어 토요타 자체의 랜드크루저 같은 네바퀴굴림 차량의 팬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라브4는 그들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 아니었다. 이 차는 서핑과 하이킹, 등산 등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는 현대적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는 곧 시장 전체에서 가장 인기 있고 양극화된 장르가 됐다. 

이 모든 것은 최상위 등급의 가장 깨끗한 라브4라고 할지라도 가격은 6000파운드(약 937만원) 장벽에서도 한참 아래에 있는 현재, 토요타 영국의 역사적 라인업에서 당당히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철저한 복원작업에 의해 깨끗해진 외관을 가진 이 차는 13만5000마일(약 25만km)에 달하는 적산거리를 보여준다. 

 

GT86은 컬트적인 만화 이니셜 D에 대한 오마주다

<오토카>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라브4를 타고 달린 것은 1994년, 포드의 핫해치 에스코트 RS2000과 동시 시승을 진행할 때였다. 경쟁 모델 선택이 기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여기엔 콤팩트한 가족용 자동차인 척하는 모델이란 주제 아래에서 각각 네바퀴굴림과 스포츠 성향이란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에스코트가 노골적인 힘의 우위를 차지했을 때, 라브4는 65kg 정도 차이로 더 가벼운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결정적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기에는 비교 대상으로 삼을 닛산 주크나 포드 푸마, 또는 스코다 카록 따위가 없었다는 점이다. 

다소 이상한 대진표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매우 기대되는 맞대결이었다. RS2000과 같은 핫해치는 일반적인 운전자들에게 권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고, 랭글러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같은 전통적인 오프로더는 솔직히 너무 크고 무거웠으며 일상적인 사용성에 대해서 목마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등장한 라브4는 근본적으로 두 장르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사용성과 즐거움 그리고 적당한 비용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을 제공했다. 딱히 특별히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오토카>의 테스트에서 증명했던 것처럼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8.8초의 기록은 랠리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에스코트를 당황하게 하는데 충분한 것이었다. 값비싼 수리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울타리 너머의 오프로드 주행을 꿈꾸거나 경사 급한 과속 방지턱을 넘을 수 있게 한 것 등은 그야말로 반가운 보너스였다. 

 

현시점에서 운전대를 잡아보면 이 굴곡진 네바퀴굴림 차량이 내포하고 있는 속도와 균형 감각이 기껏해야 희미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늘날의 본격적인 스포츠 콤팩트 SUV나 활기넘치는 3기통 터보 엔진을 달고 있는 모델 혹은 토크 넘치는 디젤엔진 장착 모델들과 비교하면, 라브4의 자연 흡기 2.0L 엔진은 약간 배짱이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기어를 사용해 언덕을 올라보면 라브4의 지속적인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한적하고 평평한,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교외의 거리에서도 이 차는 오늘날의 작고 활기찬 차들이 놓치고 있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포트홀이나 연석과 자갈 등은 네바퀴굴림 차량에게 어려운 도전적 테스트가 될 순 없지만, 라브4에 스며들어있는 견고한 감각은 이 차의 전지형 주행 능력을 암시하고 있다. 당대의 경쟁 모델은 물론 스스로의 정신적 후예들과도 명백하게 구분되는 특징이다. 당시 제작된 라브4의 약 90%가 여전히 온전히 주행 가능한 상태인 것은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3대의 MR2는 복사한 것처럼 똑같은 모습이다

회색의 플라스틱과 검은 비닐 소재, 두터운 수동 제어 장치들이 점령하고 있는 실내는 오늘날의 기준에 정확하게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직함에서 찾을 수 있는 어떤 종류의 매력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가식적인 부분 없이 라브4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할 차량이 일반 도로 위에서 달리고 있는 진기함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멈춰 서서 뚫어져라 보지 않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차는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이상적인 준클래식 차량으로, 단순하며, 저렴하고, 또 섬세하다.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토요타의 작업장으로 돌아가 새로 칠해진 페인트와 거의 죽을만큼 광택을 낸 것을 보면 N897 VHN이란 번호판을 달고 있는 이 차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는지 명백해진다. 

연식과 독특함에도 불구하고 라브4는 레이더 아래로 날듯이 달린다

값을 매길 수 없는 1960년대 람보르기니에게 어울릴 법한 대서사시처럼, 이 라브4에게 요구되는 것은 거의 전면적인 복원작업으로 바뀌었고, 이 팀은 전체 루프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주요 부품을 기증해 줄 차량을 구입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들의 차에는 누수가 있는 생산 당시 제원과는 맞지 않는 애프터마켓 제품인 선루프도 장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라브4는 토요타의 작업장 겸 박물관에서 얼이 빠진 듯 바라보게 되는 유일한 차량도 아니었으며, 확실하게 말하면 이 중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차량도 아니었다. 서식스의 별 특징 없는 창고 뒤쪽에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는 차량들은 토요타와 렉서스의 가장 중요하며 가장 높은 인기와 찬사를 받았던 모델들로, 이들 중 일부는 큰 이벤트나 잡지 특집 기사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보관되어 있었다. 

2020년형 코롤라와 C-HR, 캠리의 뒤쪽으로 우리는 오리지널 MR2 스포츠카와 생각하는 남자(일본 만화 이니셜 D의 주인공, 후지와라 타쿠미를 의미한다:역주)의 드리프트 머신인 전설적인 뒷바퀴굴림 코롤라 AE86과 같은 침실 벽을 장식할 만한 클래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임 기자단 대응 테크니션인 마이크 크로프트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골랐다. 그는 “이와 같은 컨디션의 이런 차량들은 전혀 많지 않다”며 “특히나 영국으로 정식 수입된 차량보다는 별도로 수입된 것이 많다”고 전했다. 

 

마이크 크로프트(왼쪽)는 토요타의 매우 상징적인 차량 18대를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한다
이것은 어떤 랠리카일까? 그렇다, Mk1 프리우스다

이것은 렉서스의 초고가 하이퍼카 LFA를 위해 훈련받은 유럽에서 단 5명 중 한 명에게서 나온 말이며, LFA는 문콕과 스패너를 떨어뜨릴 수 있는 곳에서 충분히 거리를 두고 배치되어 있었다. 

올해로 11살이 되는 LFA는 역사상 가장 등골이 오싹해지는 슈퍼카들 중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4.8L의 V10 엔진은 최고 9400rpm에 달하는 한계치까지 빠르게 회전해, 일반적인 아날로그식 타코미터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차체는 카본파이버 합성체로 만들어졌으며, 개발에는 거의 10년이 소요됐다. 

하지만 크로프트는 그 명성에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그건 조금 다를 뿐이다”라며 “프롭 샤프트가 아니라 토크 튜브가 있어서 엔진과 클러치는 앞쪽에 있고 기어박스는 뒤쪽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저 점검이 필요할 뿐이며, 트랙에서도 꽤나 잘 달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

 

LFA는 놀라운 V10 엔진을 자랑한다

크로프트는 이 콜렉션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인 1966년형 코로나 역시 마찬가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기쁘게도 전혀 개조되지 않았고 현대적인 스테레오 시스템(더 긴 여행의 동반자로 여전히 때때로 즐거움을 전해주는)도 여전히 갖추고 있다. 이 차는 비교적 최근 미디어 론칭을 진행한 핫 슈퍼미니 야리스 GRMN과 차량 측면에 그래피티 형태로 그 이름도 적절한 ‘크레이지’란 다소 괴상한 스타일로 재탄생된 에이고 시티카 사이에 배치되어 있었다. 

크레이지는 당신의 평범한 단거리 이동용 자동차의 리어 시트를 제거하고 200마력의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하며 실제로 챔프 카에서 사용되는 리어 윙을 장착하고 리어에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을 장착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일반적인 에이고의 미래적 클래식 잠재력 따위는 잊어버려라. 이 차는 그야말로 자동차 산업계에서 ‘미쳤다’고 평가받는 회사들 중 한 곳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역사책에서 한 장을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작업장 반대편에서 철저하고 완벽한 복원작업을 절반쯤 마친, 랠리 참가 버전의 1세대 프리우스는 당신에게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당시로써는 완전히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신뢰성을 증명하기 위해 2002년에 등장한 내부를 완전히 들어낸 친환경 전사는 그해 스웨덴에서 요르단으로 향하는 ‘백야에서 홍해까지’(Midnight Sun to Red Sea)란 이름의 랠리에 참여했고, 전기화된 내장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그리 나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크로프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깨끗한 코롤라 AE86이다

스파르탄한 인테리어와 스티커로 도배된 프리우스는 당신이 외출해서 집으로 돌아올 때 타는 것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이 모델의 초창기에 성공을 거두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그 이후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것은 겉보기에 가장 평범하고 일반적인 자동차들 중 일부가 어떻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유산으로 남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예다.

더욱이 예상치 못한 것은 토요타의 보물창고에 새롭게 추가된 2001년형 야리스로, 계기판의 주행 적산거리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극단적으로 겸손하게 보였다. 그렇다, 이 차는 거의 20년 전 전시장을 떠난 이후로 지금까지 겨우 149마일(약 276km) 밖에 달리지 않았다. 

여기 얽힌 이야기는 아일랜드에서 이 차를 구입한 사람의 차고에 들어가 정비한 후 그대로 차고 문을 닫고 건조 상태로 보관했다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봤을 때, 이 차는 완전히 새 차나 다름없다. 심지어 순정 상태의 타이어도 정확하게 장착되어 있다. 그리고 이 차는 이제 토요타와 렉서스의 위대한 유산들 사이에서 영구적인 보금자리를 갖게 됐다.

 

우리는 여기 자동차들 중 몇몇의 ‘클래식’이란 지위를 정당화해야만 할까? 일부 반대론자들은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량들은 애스턴마틴의 DB6, 페라리의 250 GTO 또는 맥라렌의 F1보다 훨씬 더 많은 대중적 이동성 확대를 위해 기여했기에 이들이 그것을 기념될 만한 자격은 차고 넘친다. 

크로프트는 이 역사적인 자사 라인업들에 어떻게 새로운 모델이 합류하게 되는지 아주 간단하게 요약했다. 그는 “기준은 아주 좋은 상태일 것, 적은 마일리지 또는 그것이 꽤 드문 모델인 경우다”라며, “만약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면, 그야말로 완벽하다”고 말한다.

하이퍼카들과 레이스 트랙용 차량들, 그리고 심지어 무척이나 유쾌하게 일회성으로 만들어진 하이럭스 브루저 픽업 트럭까지 그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이 역사적인 라인업들은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그저 보존할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운전할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들이다.  

 

영웅을 만나다: 오리지널 MR2

웅크린 듯한 자세와 컴팩트한 차체, 각진 디자인을 갖춘 눈부신 Mk1 MR2가 왜 베이비 페라리라고 불리는지를 이 차가 보여준다. 조금 떨어져서 초점을 흐리면 거의 F40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차량 중앙에 탑재된 4기통 1.6L 자연흡기 엔진은 현대의 코롤라에서도 차용한 것으로, 129마력과 13.4kg·m의 성능을 내며 0→시속 100km 가속 8.5초, 무게 1030kg의 스펙을 갖춘 2인승 쿠페다.

흠집과 부식은 지난 30년 동안 도로 위에서 사라져 간 MR2의 숫자를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다른 운전자들이 관심 갖지 않았다면 지나가는 트럭의 바퀴 아래에서 사라질 수 있었던 모델이다.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B급 교외 도로에서의 재미는 이 차가 긴 세월 테스트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저렴한 스포츠카지만 1987년 이래로 긴 거리를 달려왔으므로 팩토리 사양의 MR2를 트랙데이의 무기로 선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오늘날의 많은 자동차는 도로에서 깨끗한 후방을 보여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낮은 승차고, 날카로운 핸들링, 7000rpm 언저리에서 나는 트윈캠 엔진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다른 수준의 즐거움을 제공할 것이다. 더 이상 경쟁력있는 스포츠카가 아니기 때문에 거칠게 운전할 필요가 없다. 영국 대부분의 도로에서는 적어도 람보르기니나 파가니보다 더 많은 재미를 경험할 수 있고, 당국의 원치 않는 관심을 끌지도 않는다. 아니면 충돌사고겠지만.

그러나 이러한 논-파워 스티어링은 프런트 엔드가 가벼운 차량에 비해 충격적일 정도로 무겁고, 후방 시야는 수준 이하이며, 적재 공간은 월등히 부족하다. 그러나 7000파운드(약 1115만 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는 Mk1 MR2는 일요일 오후 캐주얼한 크루저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