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준대형 이미지의 대형 승용차 볼보 S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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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준대형 이미지의 대형 승용차 볼보 S90
  • 구 상 교수
  • 승인 2020.10.0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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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베이스를 늘려 새로이 등장한 볼보 S90

지난 2017년에 등장했던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 S90이 휠베이스를 늘리면서 다시 나왔다. 처음 나왔을 때의 휠베이스는 2941mm였다. 물론 이것도 짧은 것은 아니지만, 볼보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된 장축형 모델을 표준 모델처럼 포지셔닝하면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늘어난 휠베이스는 3060mm이다. 3미터가 넘는 휠베이스 길이는 과거의 리무진 차량에서나 볼 법한 휠베이스이다.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전체 길이도 4963mm에서 5090mm로 늘어났다. 차체 제원으로 보면 이제 완전한 대형 승용차가 된 것이다.

 

디귿 형태의 테일램프가 통일성을 준다

휠베이스를 120mm 늘린다는 건 사실상 대공사다. 차체를 기준으로 본다면 B-필러 이후는 모두 새로운 금형과 부품으로 내/외장을 꾸며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뒤 트렁크와 테일 램프, 뒤 범퍼 정도는 그대로 쓸 수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측면 이미지를 비교해보면 길이가 늘어난 것이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실제로 사람이 육안으로 크기 차이를 느끼려면 10%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고 하는 것이 인간공학에서의 주장이므로, 이론적으로 본다면 400mm 가량 차이가 나야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다.

 

늘어난 휠베이스(위)와 늘리기 전(아래)의 볼보 S90 측면 뷰

그렇지만 120mm가 늘어난 정도라면 실제로는 뒤 도어 트림 패널이나 실내의 천정 마감재, 플로어 부품 등 오히려 실내 부품을 거의 대부분 바꾸어야 한다. 그만큼 뒷좌석 거주성이 좋아지고, 그야말로 고급승용차로서의 면모를 가지게 된다. 이번에 등장한 볼보 S90은 볼보의 플래그십 모델답게 바로 그 점을 보완한 것이다.

최근 볼보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괄목상대'다. 과거 각진 이미지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면서도 새로운 감각과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절제된 미학 특성을 보여주는 감성 조형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면에서 강한 인상을 풍기는 토르의 망치를 모티브로 한 주간주행등 이미지는 이제 볼보의 아이덴티티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그리고 오목한 곡면 이미지의 리브를 가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1960년대 모델에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슬림형 그릴은 볼보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해준다. 작금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커지는 경향의 다른 브랜드와 달리 볼보는 그릴 크기를 무작정 키우지는 않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잘 보여준다.

 

테일램프 역시 기하학적인 조형으로 마주보는 디귿(ㄷ) 형태를 취하면서 전체 차체의 스타일과 통일성을 가지게 디자인되었다. 엠블럼 이외에는 전혀 크롬을 쓰지 않은 뒷모습은 전체 인상이 간결함에 의한 성숙한 인상을 보여준다.

실내로 오면 볼보의 기능적 디자인 강점이 더욱 잘 드러나고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최근 추세에 따라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에 대형 LCD 패널을 채용했다. 최근 들어 볼보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도 차종들 간 통일된 인상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수평적인 비례와 인상을 강조하면서도 센터페시아와 좌우에 배치된 환기구 디자인은 수직적 조형 요소를 강조해서 장식적이지 않으면서도 단아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은 확실히 자리잡았다

여기에 나뭇결과 가죽, 알루미늄 몰드 등을 조합해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가구나 건축물의 실내를 연상시키는 담백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보면 스칸디나비아 지역은 심지어 성당 건축도 간결하고 담백하다. 이러한 문화적 특징 때문인지 인위적 장식을 배제하고 가죽과 목재, 금속 재료의 질감을 적절히 강조한 실내 디자인은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는 실내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의 차량과 그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게 다가온다.

볼보 S90 실내에서의 장점은 단연코 늘어난 휠베이스로 인한 뒷좌석의 거주성이다. 뒷좌석 레그룸은 그야말로 광활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게다가 뒷유리가 매우 날렵하게 경사진 패스트백 형태임에도 뒷좌석에서의 머리 공간도 부족하지 않다. 이런 실내 디자인이야말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특징이다.

 

게다가 도어 트림의 스피커와 도어 핸들 부분 형태 및 질감 조합을 보면 정말 무슨 조각작품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기어 레버에는 스웨덴의 특산품 중 하나인 크리스털 재질을 썼다. 물론 지금은 볼보 국적이 스웨덴이라고 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지만 볼보가 본래 스칸디나비안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 특징은 달리 인식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 주변에 실용적이면서 멋진 스칸디나비안 브랜드가 많다. 대형 트럭 스카니아를 비롯해서 장난감 레고, 휴대폰 노키아, 에릭슨, 주류에는 칼스버그 맥주와 앱솔루트 보드카, 고급 오디오 B&O와, 백화점 브랜드 H&M, 그리고 심지어 과거의 혼성 그룹 가수 아바(ABBA) 역시 스웨덴, 스칸디나비아에서 왔다.

기능에 충실하면서 질감과 품질이 높고, 요란하지 않은 성숙한 이미지의 디자인, 그것이 다양한 스칸디나비안 브랜드의 공통점이라면,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볼보 역시 그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 없다. 볼보 S90은 그런 특징을 잘 보여주는 승용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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