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X, 난폭함이 줄어든 애스턴마틴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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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X, 난폭함이 줄어든 애스턴마틴 SUV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20.10.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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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마틴을 위기에서 살려낼 임무를 맡은 차는 브랜드 첫 SUV이자 처음으로 다섯 명이 제대로 앉을 수 있는 차고, 새 공장에서 새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부담 없이…

DBX는 DB11 이후 가장 중요한 애스턴마틴이기도 한데, DB11은 DB9 이후 가장 중요한 애스턴마틴이고, DB9는 DB7 이후 가장 중요한 애스턴마틴이고, DB7은…. 음, 이쯤 해 두자. '가장 중요한'이라는 표현은 애스턴마틴이 보낸 한 세기의 후반부 내내 그 차들을 수식했던 말이다. 그동안 애스턴마틴은 탁월한 몇몇 차들을 만들기도 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대충 만든 차는 드물었다.

'두 번째 백년 계획'은 그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한 구상이었다. 그 계획은 회장 겸 CEO 앤디 팔머(Andy Palmer)가 회사를 이끄는 동안 더디게 진행되었다. 팔머는 2015년에 일곱 가지 핵심 모델 출시(매년 한 모델을 교체하게 되어 있어 ‘로켓만큼 빠른 것’은 아니었다), 현금 유동성 확보에 도움을 주는 특별판 모델, 주식 시장 상장이 포함될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마지막 부분인 상장은 나중에 중요한 걸림돌이 되었다.

 

스티어링은 부드럽고 정확하며, 핸들링은 라이벌보다 SUV 느낌이 덜하다

애스턴마틴이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었다.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고, 이어서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이 있었고, 두 번째 백년에 들어서 나온 DBS 수퍼레제라, 밴티지, DB11은 서로 너무 닮았거니와 짧은 시간 사이에 큰 돈을 벌어들이지도 못했다. 애스턴마틴은 새 투자자가 필요했다. 일단 투자자를 찾고 난 뒤에 그들은 그들이 모셔왔던 팔머를 서둘러 자신들이 들어선 문 밖으로 내보냈다. 지난 8월 1일, 전 메르세데스 AMG 부서 최고책임자였지만 이미 게이던(Gaydon) 애스턴마틴 본사에서도 이미 익숙한 인물인 토비아스 뫼어스(Tobias Moers)가 팔머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게 DBX는 - 가장 중요한 애스턴마틴 차… 지겹게 반복되는 이야기겠지만 그렇다 - 공식적으로 독일 출신 경영자의 지도 하에 완성된 차가 되었다. 그러나 팔머가 이 차의 탄생을 이끌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DBX는 몸집이 크고 힘 센 짐승일 수도 있지만 B급 로드에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탄다

이 차는 애스턴마틴 정도 규모의 자동차 제조업체로서는 과감한 야심의 산물이다. 새 차, 새 시장 영역, 새 플랫폼, 새 공장, 첫 SUV, 온전한 첫 5인승 모델이라는 점 모두 그렇다. 새로움이 부족하다고 할 만한 것은 애스턴마틴이 개발 중인 V6 하이브리드 가솔린엔진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메르세데스-AMG는 새 사장과 더불어 545마력 V8 4.0L 가솔린 트윈터보엔진이라는 친숙한 구식 동력원을 모두 제공했다.

이 엔진은 새로운 알루미늄 아키텍처 앞쪽에 놓인다. 보닛 아래 최대한 뒤쪽에 자리 잡은 이 엔진은 DBX의 앞뒤 무게 배분 비율을 54:46으로 만든다. 엔진은 대부분 뒷바퀴를 굴리지만,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네바퀴를 모두 굴린다. 동력은 9단 자동변속기와 여러 종류의 디퍼렌셜을 통해 전달된다.

 

엔진은 부드럽고 자동변속기는 대체적으로 자연스럽다

DBX는 보기보다 더 크다. 실제로 5039mm인 길이는 레인지로버보다 4cm 더 길고 너비는 비슷하면서(사이드 미러 양쪽 끝 사이 거리가 2220mm다), 높이는 1680mm로 1869mm인 레인지로버보다 훨씬 더 낮다.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벤틀리 벤테이가는 모두 DBX보다 9cm 길고 벤테이가는 5cm 정도 더 높지만, 주관적으로는 벤테이가와의 차이가 더 커 보인다. 이는 아마도 DBX가 모서리를 부드럽게 마무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서리를 다듬은 포르쉐 928도 실제보다 훨씬 더 작은 인상을 주었다.

3060mm인 DBX의 휠베이스는 그들 가운데 가장 길다. 휠은 22인치만 끼우는데, 몇 가지 디자인과 세 가지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다. 타이어는 일반, 사계절, 겨울용이 있고, 앞에는 285/40, 뒤에는 325/35 규격의 것을 끼운다. 무척 잘 달릴 듯한 분위기다.

 

애스턴마틴으로 오프로드를? 괜찮아, 4륜구동이 있으니까

애스턴마틴은 첫 SUV에 꽤 많은 기술을 담았다. 15만8000파운드(약 2억5100만 원)의 값은 기본형 벤테이가보다는 비싸고 우루스와 견줄 수준이다. 차체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 그와 어우러지는 어댑티브 댐퍼, 이런 성격의 차에 필수 장비가 되기 시작하는 듯한 48V 액티브 안티 롤 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계적인 구식 방법으로 차체가 옆으로 기우는 것을 억제하려다 너무 느슨하거나 너무 단단한 차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애스턴마틴이라면 그렇지 않아야 한다.

또한, 전자 제어식 네바퀴굴림 시스템도 넣었다. 그 결과 애스턴마틴치고는 대단히 복잡한 SUV가 만들어졌다. 애스턴마틴은 일반적으로 정직한 느낌을 주는 앞 엔진 뒷바퀴굴림 쿠페를 전문으로 만드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모든 지역의 모든 사람에 알맞게 모든 노력을 기울인 결과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다.

 

곡선형 테일 라이트 바는 밴티지 스포츠카와 공유한다

크고 무겁고 창틀이 없는 도어를 열면 놀랄 만큼 넓은 면적이 가죽으로 덮인 실내가 맞이한다. 이 차는 역대 애스턴마틴 차 가운데 차에 오르기 가장 쉬운 것임에 틀림없다.

사실, DBX는 가장 쉽게 시장에 진입한 차일지도 모른다. 넓게 열리는 도어, 차체를 낮추는 승하차 모드, 최근 수십 년간 나온 애스턴마틴으로는 유례없는 완전히 평평한 문턱을 갖추고 있다. 알루미늄 플랫폼으로 만든 스포츠카들은 일반적으로 차 가운데를 향해 탑승자가 편안히 앉을 수 있도록 강성을 커다란 문턱에 크게 의존한다. 이 차는 그렇지 않다. 문을 닫으면 온통 소가죽으로 둘러싸이는 이 차의 실내는 호화롭다.

DB11과 밴티지가 처음부터 갖췄어야 할 것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장비들도 있다. 계기판의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더 높고 배색도 더 뛰어나다. 공기 배출구는 이제 플라스틱 느낌이 들지 않고 스위치는 조작감이 좋다. 대시보드 맨 위에는 성형수술로 늘어난 피부처럼 어색한 가죽 주름 한 쌍이 있고 다른 곳에는 할머니 목덜미같은 주름이 있다. 손으로 마무리한 것처럼 보이도록 일부러 그랬는지, 아니면 시승차가 초기 생산분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두툼한 가죽과 재봉선은 훌륭해 보인다.

좌석들은 크고 조절 범위가 무척 넓다. 스티어링 휠은 최적의 위치로 쉽게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예상컨대 운전자와 탑승자 중 어느 쪽도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LSD는 약간의 장난기를 허용하지만, 4WD와 롤 경감은 항상 고정값을 유지한다

커버 아래쪽 적재공간 부피는 480L인 벤테이가와 비슷하지만 레인지로버보다는 작다. 바닥이 무척 높고(그 아래에도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DBX의 날씬한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듯, 천장 아래까지 공간을 모두 활용해 기숙사 생활하는 대학생들이 필요한 짐을 모두 싣기에는 조금 답답하다. 그러나 이런 SUV들이 모두 그렇듯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DBX의 견인 한계 무게는 2700kg이다. 보트나 말 운송용 트레일러를 끌기에는 알맞다.

실내에는 자잘한 물건들을 넣을 공간도 적당히 갖췄다. 기본적으로 이런 관점에서 애스턴마틴 차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더 스포티한 성격의 차들에서 이어받은 것은 대시보드의 기어 선택 버튼이다. 버튼들은 훌륭하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그 덕분에 트랜스미션 터널 위에 애스턴마틴 식으로 구성한 메르세데스-벤츠 기반의 무척 직관적인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설치할 여유 공간이 생겼다.

 

실내는 넓고 고급스럽다. 기술은 메르세데스에서 가져왔고, 트렁크 사이즈는 좋은 편이다

그래서 친숙한 점과 차이점이 공존한다. DBX의 특별함이 바로 그런 것이다. 눈을 가린채로 시승할 수 있다면(농담이 아닌 것이, 우리는 위험에 대한 평가를 위해 한 번은 그렇게 해야만 했다), 이 차를 모는 느낌이 애스턴마틴답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그렇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이만한 높이와 무게(2320kg)의 차들 가운데 500kg쯤 더 가벼운 쿠페처럼 움직일 차는 없지만, 애스턴마틴다움을 눈치챌 만한 점들은 있다.

 

창문 턱이 높은 만큼, SUV로서는 비교적 낮게 앉는 느낌이 든다. 레인지로버나 벤테이가보다는 훨씬 더 승용차 같고, 4×4보다는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느낌이다. 다만 오프로드를 잠깐 달려 보니 네바퀴굴림 차들이 감당해야 할 모든 상황은 적당히 헤쳐나갈 듯하다.

최대 회전 범위가 2.6회전인 DBX의 스티어링은 부드럽고 정확하며 반응이 뛰어나고 묵직함이 중간 정도다. 승차감은 잘 조절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저속 주행 때에 시끄럽다는 점이 아쉽다.

알루미늄과 공기의 조합이 소리를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고, DBX는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는 유연한 승차감을 나타내지만, 도심에서는 ‘쿵’하는 소리가 난다. 다른 부분들은 무척 세련되고 거친 노면이 아니라면 무척 조용하기 때문에 그 점이 특히 아쉽다. 85L 크기의 연료탱크가 달린 차로서, 고속도로 주행 때 무척 훌륭할 만큼 안정성도 아주 뛰어나다.

 

뒷좌석은 널찍하다. 어른 세 명이 앉기에 너무 꽉 차지는 않을 것이다

애스턴마틴은 AMG 특유의 난폭함을 줄이고 애스턴마틴 고유의 고급스러운 소리를 내도록 V8 엔진을 조율했다. 다만 개성과 부드러움은 조금 부족하고, 변속기는 대부분 좋지만 변속할 때 항상 애스턴마틴이 주로 쓰는 8단 자동변속기의 반응 특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DBX는 운전 재미에 초점을 맞춘 차일까? 방법론으로 본다면 애스턴마틴 라피드를 스티어링 감각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4도어 차 중 하나로 만든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튀어나온 곳과 파인 곳을 지날 때에는 약간 느슨한 느낌이지만 차체 제어 특성이 좋고(실제로 밴티지보다 옆방향 기울어짐이 적다), 자연스럽고 쉽게 움직이는 느낌이 담겨 있다. 길 위를 누비기에 필요한 토크와 추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힘은 충분하다. 0→시속 97km 가속을 4.3초 만에 할 수 있는 SUV이니 당연하다.

이 시점에서, 나는 스스로 애스턴마틴 중에서 어느 차를 더 몰고 싶은지 묻기보다는 DBX의 경쟁차들 가운데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어느 것을 고를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우루스? 더 역동적이지만 더 까다롭기도 하다. 포르쉐 카이엔? 성능은 폭발적이지만 단단하다. 벤테이가? 더 호화롭지만 더 둔하기도 하다. 레인지로버? 한 대쯤 몰고 싶을 만큼 늘 즐거운 차지만, 성격이 SUV보다는 4×4 오프로더에 더 가깝다.

 

0→시속 60마일(97km) 가속을 4.3초 만에 해낸다

하지만, 주어진 도로 대부분에서, 주어진 상황 대부분에서 DBX는 가장 몰기에 즐거운 SUV일 것이다. 오히려 차체가 높고 스포티한 분위기에 치중한 뒷바퀴굴림 방식 럭셔리 세단이면서 시야는 더 좋은 차 같은 느낌이다. 모든 차가 그렇듯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대로 구현한 부분들은 제 역할을 잘 해낸다.

애스턴마틴다운 느낌이 든다고 할 수 있을까? 애스턴마틴다운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보닛이 긴 쿠페들과 보닛이 짧은 슈퍼카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브랜드 라인업에서 세 번째 모델로서 알맞게 나온 차로서 모델 확장을 효과적으로 이루어낼 것으로 보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회사를 떠나는 몇몇 사람들이 후임자들을 위해 친절한 메모를 남겨 둔 격이다. 팔머는 그보다 훨씬 더 아량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륜구동의 복잡성

애스턴마틴의 새로운 아키텍처는 그동안 잘해왔던 오래된 VH 플랫폼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보인다. 서스펜션이 장착되는 코너에 마디가 있는 큰 주물 장치가 있는데, 이것은 서스펜션이 작동하게 하는 전체 비틀림 강성만큼 중요하다고 엔지니어들은 말한다.

애스턴은  지금까지 드라이브라인에 고정시켜왔던 방식과 다른, 예상치 못했던 복잡한 방식을 썼다. 앞 엔진, 자동변속기에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전진하는 곳부터 최대토크의 40%를 처리할 수 있는 작은 프론트 디퍼렌셜에 이르기까지 전자적으로 제어되는 센터 디퍼렌셜이 있다.

이는 뒷바퀴가 미끄러질 때만 수신되며, 그렇지 않으면 모든 파워가 탄소섬유 프롭샤프트를 통해 리어 디퍼렌셜로 전달된다. 또 다른 전자제어 방식의 차동제한 장치로서 하프샤프트를 가로질러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한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DBX는 효율적인 뒷바퀴굴림 차라는 얘기다. 

ASTON MARTIN DBX

애스턴의 첫 번째 SUV는 일부 결점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짜임새로 배지에 걸맞은 가치가 있다

가격    15만8000파운드(약 2억4850만 원)
엔진    V8, 3982cc, 트윈-터보차저, 가솔린
최고출력     542마력/6500rpm
최대토크    71.3kg・m/2200-5000rpm
변속기     자동 9단
공차중량    2320kg
최고시속    291km
0→시속 97km    4.3초
연비    7.0km/L
CO2 배출량     323g/km
라이벌     람보르기니 우루스, 레인지로버, 벤틀리 벤테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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