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에서 갈린 승패, 맥라렌 GT vs 포르쉐 911 터보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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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에서 갈린 승패, 맥라렌 GT vs 포르쉐 911 터보 S
  • 리처드 레인(Richard Lane)
  • 승인 2020.09.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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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의 전제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S 트림에 최고출력 650마력 버전이 마련된 7세대 911 터보는 ICBM만큼 빠르면서도 더 날카롭고 훨씬 더 강력하게 어딘가로 갈 수 있는 장거리 이동 수단이라는 지금까지의 영역에서 벗어나 포르쉐의 인기 수출 모델로 변신하고 있다. 일반 도로용 경주차라는 이 차의 뿌리 가운데 일부는 다시금 획기적 발전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45년 전 3.0L 엔진을 얹고 태어난 930 터보 이래, 슈퍼카 킬러라는 이름표를 달게 만든 근본적 자질이 지금처럼 강력하게 느껴진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한편, 맥라렌은 신형 GT를 통해 겉모습과 제원으로 슈퍼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도, 실제로는 마이크 플루이트(Mike Flewitt) CEO의 말처럼 ‘장거리 주행에 알맞게 설계했고 맥라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랜드 투어러의 개념을 바꾸는’ 차를 내놓았다. 이 차에 융합적 요소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미래의 소유주를 위해 조언하지만, 두 차 (강력한 미드 엔진 맥라렌과 엄청나게 대단해진 911)는 이제 처음으로 같은 영역에서 겨루게 되었다. 좀 더 흥미 돋는 이야기를 하자면, 두 차의 값 차이는 7030파운드(약 11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성숙한 면모를 지니고 있고, 어느 쪽의 주행 느낌이 더 매력 있을까. 만약 여러분이 스위스 은행 계좌에서 16만 파운드(약 2억5030만 원)를 인출해 과감히 지를 수 있는 행운아라면 어떤 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포르쉐의 후륜 토크 분할 기능은 절반의 기회만 주어지면 거칠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궁금증 해소에 나선 첫날을 시작한 곳은 맥라렌 서비스 본부다. 올드 워킹(Old Woking)에 숨어 있는 이곳은 1980년대 초반 포르쉐 엔진을 올린 포뮬러 원(F1) 경주차들이 만들어진 동네(한동안 맥라렌은 자신들이 만든 섀시에 포르쉐 엔진을 얹은 경주차로 F1에 출전했다 – 역자 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맥라렌 GT를 가까이서 살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덕테일 모양의 뒷부분은 놀랄 만하지만, 번쩍이는 신형 멀티스포크 휠은 - 지름 21인치로 지금까지 맥라렌 차에 단 것 가운데 가장 크다 - ‘형태를 넘어서는 기능’이라는 맥라렌 고유의 사고방식 관점에서는 썩 어울리지 않고 높이 솟은 앞부분은 여전히 어색해 보인다. 앞부분을 이런 식으로 디자인한 것은 차를 더 꽉 찬 분위기로 만들 뿐 아니라 더 전통적인 GT다운 비례를 만들기도 하지만, 150L 크기의 앞쪽 트렁크를 만들면서 일반적인 경우보다 앞 스플리터를 노면과 더 멀리 떨어지도록 높이 설치할 수 있는 기초가 되기도 한다.

 

맥라렌의 15 스포크 휠은 화려함을 더한다
맥라렌 GT와 마찬가지로 터보 S 역시 교차 스포크 휠을 장착했다

접근각은 람보르기니 같은 차들보다는 랜드로버 같은 차들에서 더 중요한 만큼, 슈퍼카에 관해 이야기할 때 우리가 자주 들먹이는 항목은 아니다. 그러나 GT의 특징에서 핵심은 실용성이고, 맥라렌은 접근각이 10도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것이다. 닷새 동안 열심히 차를 쓰면서, 차가 과속방지턱이나 그와 비슷한 것들에 닿을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미드 엔진 구조의 호화로운 차들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사실, 도심 도로를 편안하게 달리면서도 주행 감각은 거의 나빠지지 않고, 차체 앞쪽 지상고를 높이는 기능을 작동시키면 GT의 최저지상고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같은 수준이다. 상어를 연상케 하는 모습의 이 차가 충분한 가치가 있는 걸까? 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확실히 궁금한 차라는 점은 맞다. 그리고 처음부터 GT가 드러내는 날카로운 면모는 도심에서 벗어나 270km 이상 떨어진 목적지로 향하는 내내 이어진다. 맥라렌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입력한 목적지는 엑스무어(Exmoor)로, 그곳에서 우리는 맷 샌더스와 이미 승기를 잡을 듯한 분위기의 강력하고 활기찬 포르쉐를 만나기로 했다. 

 

터보 S는 탁월한 그립과 광대한 토크로 620마력의 맥라렌 GT와의 격차를 유지한다

다시 GT에 올라타면, 맥라렌이 어떤 것에 노력을 기울였는지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모터스포츠를 통해 갈고 닦은 순수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더 사치스럽게 꾸미는 것을 항상 같은 비중으로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아름답게 가공한 변속 패들의 세 가지 재질감은 메르세데스-AMG에 쓰였다면 더 자연스러워 보일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직물은 맥라렌에 쓰기에는 아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의 새틴(반광택) 효과를 낸 플라스틱 장식, 그리고 모든 맥라렌 차들에서 볼 수 있는 섀시와 동력계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이는 ‘액티브’(Active) 다이얼을 감싸고 있는 센터 콘솔의 피아노 블랙 페시아도 비슷하다. 모두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 단정하게 꿰맨 가죽과 알칸타라가 가득하고 공기 조절장치에 요철 처리한 알루미늄 소재를 쓴 것은 납득할 만 하지만, 촉감은 조금 어색해서 맥라렌에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그러면 맥라렌 GT를 이루는 나머지 부분들은 어떨까? 본질적으로 같은 맥라렌 차면서 아주 비슷한 변형 모델을 만든 것을 비난할 수 있는 업체들은 많지 않고, 핵심 구성요소들은 전부 익숙하다. 새롭고 놀랄 만큼 긴 적재공간 아래에 숨어 있는 GT의 심장은 720S에 쓰인 것과 같은 V8 3994cc 엔진이다. 다만 더 작고 반응이 좋은 터보차저를 달았을 뿐이다. 출력 관점에서는 720S 가운데 가장 빠른 스포츠 시리즈 모델들과 슈퍼 시리즈 모델들 사이에 있고, 620마력의 최고출력과 64.3kg·m의 최대토크는 좀 더 느긋한 성향으로 예상되는 맥라렌으로서는 무척 만만찮은 성능임에 틀림없다. 

 

맥라렌 GT의 실내공간은 인체공학적으로 매우 뛰어나지만, 다른 맥라렌 차량에서 느껴지던 촉감이 부족하다
유리로 된 테일게이트가 열리면 미드엔진 치고는 비정상적으로 큰 대용량 적재공간이 드러난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역시 익숙한 것이지만, 맥라렌은 너그러운 특성을 지닌 720S의 크로스링크 유압 서스펜션을 달지 않고 더 전통적인 570S의 설정을 재조율한 버전을 택했다. 안티 롤 바 만큼은 GT에 맞춰 만들었고, 차 아래로 지나가는 노면의 자잘한 요철들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대신, 노면 상태가 뚜렷하게 달라지면 댐퍼는 10m 남짓한 거리를 기준으로 특성을 파악해 전반적인 특성을 알맞게 조절한다. 맥라렌의 말에 따르면, 노면을 예측해 대응한다고 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이제부터 일어날 일인데, 이는 앞으로 270km 이상 달릴 GT를 제법 많이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리 말해두자면, 종합 우승 가능성도 엿보인다. 고속도로에서는 웃음이 나올 만큼 훌륭하다. 다만 속도를 시속 160km 이상으로 유지하고 싶게 만들 뿐이다. 높은 속도로 달릴 때는 그렇지 않을 때 웅웅거리던 V8 엔진 소리가 단순하게 바뀌고, 실내는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줄어든 덕분에 다른 맥라렌 차들보다 뚜렷하게 더 조용해진다. 차체는 절묘하게 공기를 가르며 미끄러지는 듯하다. 다만 토네이도처럼 난폭할 만큼 날카롭게 들어간 공기는 윙 타입 사이드미러 안에서 맴돌고, 새로운 전동 조절 좌석은 조금 높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풍만하고 부드러우면서 몸을 잘 받쳐준다. 그리고 운전자는 420L 크기의 뒤쪽 적재공간을 만들기 위해 개조된(배기 시스템도 더 낮은 위치를 지나간다) 모노셀 II(MonoCell II) 탄소섬유 모노코크 구조의 장점을 완전히 느끼게 된다. 욕조형 구조의 강성은 어마어마해서, 스프링 탄성률을 가장 둔감한 사람이 타더라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었다.

 

터보 S의 주행 감각은 환상적이진 않지만 맥라렌 GT보다 더 심각하다
터보의 스플릿 레벨 윙은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전개되지만 수동으로도 작동시킬 수 있다

아래쪽이 깊이 파인 옆 유리와 함께, 이 차에 달린 일체형 파노라마 루프 덕분에 실내는 밝고 풍성하며 기분 좋게 만드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그 효과가 600LT에서 그런 것처럼 아주 두드러지지는 않을지언정, GT에 타고 있으면 차 아래로 도로가 빠르게 흘러 지나가는 화살촉 위에 올라탄 느낌이 든다. 누군가 진정한 미드엔진 GT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움직임과 시야의 절묘한 감각을 확실히 뒷받침하는, 잘 된 구성이다.

그래서, 샌더스가 엑스무어로 몰고 온 911 터보 S를 보고는 신선함을 느꼈다. 그리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911은 엄청나게 단호해 보인다. 맥라렌의 외부 디자인이 조금은 복잡한 다이캐스트 모형 분위기라면 3.7L 엔진을 얹은 포르쉐는 거친 형태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GT보다 상당히 더 짧은 911은 너비만 조금 좁을 뿐이고 높이는 더 크다. 그러나 충격적 표현과 더불어 한 지점에서 거의 수평에 가까워지는 차체 뒤쪽의 화려한 아치는 존재감에 있어 슈퍼카를 압도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모습이 나올 수 있었을까?

 

터보 S는 0→시속 100km 가속을 단 2.7초만에 끝내 경쟁자보다 0.5초 더 빠르다

터보 S의 하드웨어는 모든 면에서 진지하다. 욕조형 탄소섬유 구조와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쓰지 않은 대신 맥퍼슨 스트럿과 함께 튼실한 뒤 차축을 위해 멀티링크 배치를 활용했고, 포르쉐의 휠·타이어 구성은 295mm 너비의 피렐리 타이어를 끼운 맥라렌과 비교되는 너비 315mm의 뒤 타이어와 더불어 훨씬 더 든든해 보인다. 포르쉐에는 거대한 브레이크(앞에는 10피스톤 캘리퍼가 들어간다), 네바퀴굴림 장치(앞 디퍼렌셜과 강화된 클러치를 물로 냉각한다)를 갖추고 있고, 무차별적 강력함이라는 관점에서는 그야말로 경쟁이 되지 않는다. 맥라렌은 64.3kg·m의 최대토크가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인 5500rpm에서 나오지만, 터보 S는 강화된 PDK 변속기를 통해 겨우 2500rpm에서 81.6kg·m의 토크를 전달한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두 차 모두 일반 도로나 서킷을 달릴 때 아쉽지 않을 만큼 빠르지만, 엔진이 제 힘을 내기도 전에 정신줄을 놓게 만드는 차는 하나뿐이다.

차를 바꿔 탈 무렵, 포르쉐는 작지만 의미 있는 부분에서 뛰어남을 보여준다. 위로 비스듬히 열리는 도어와 차체 구조가 두툼한 문턱이 없어, 차에 몸을 집어넣기가 덜 어색하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아니지만, 뒷바퀴 조향 기능과 짧은 휠베이스, 더 큰 조향 범위를 갖춘 포르쉐는 GT카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인 회전반경도 더 작다. 

 

맥라렌 GT는 좋은 움직임을 보이지만 911 터보 S의 민감도나 응답성에 미치지 못한다
친환경에 신경 쓴 모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터보 S의 연료 소비량이 더 적다

일단 실내에 몸을 싣고 나면, 맥라렌보다 앉는 위치를 더 낮게 조절할 수 있고(이 부분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립 상태, 스위치와 디스플레이를 보더라도 독일산 포르쉐는 더 확실하게 ‘기능적 사치’를 구현했다. 물론 GT는 더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터보 S는 어색하게 똑바로 선 앞 유리와 둥글게 부푼 차체 윗부분에서 비롯되는, 기본형 911과 마찬가지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포르쉐에는 능동적 공기흐름 제어 기능과 무척 단단한 서스펜션, 편두통을 일으킬 만큼 정말 강력한 성능을 갖출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따뜻한 미소로 운전자를 반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사람을 현혹하는 미소일 것이다. 냉정할 만큼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터보 S가 맥라렌을 구식으로 만들며 무너뜨릴 정도의 주행 특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600LT가 대단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예상했던 결과는 아니다. 그러나 GT의 전동유압식 스티어링은 가벼울 뿐 아니라, 안절부절한 경향을 내재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긴 해도, 유전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지닌 그 차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감각적 특성을 걸러낸다. 엑스무어의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내내, 포르쉐의 전기기계식 설정은 운전자에게 조금 더 든든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낮은 맥라렌 GT의 배기시스템은 실내공간을 만든다
스포크 배기 시스템을 더하면 2개의 팁이 4개로 늘어난다

무게가 1530kg인 맥라렌은 그와 맞서는 포르쉐보다 110kg 더 가볍지만, 911 터보 S만큼 놀라운 민첩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이 신형 GT가 다른 모든 맥라렌 차들보다 언더스티어 특성이 더 일찍 나타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앞 차축이 복잡하면서도 확고하게 노면에 달라붙으며 만들어내는 우아한 느낌이 부족하다. 그리고 차체 움직임이 치밀한 911은 커브와 커브 사이를 쏜살같이 파고든다.

포르쉐의 든든하면서도 놀라운 능수능란함과 움직임이 주는 감각은 차의 재미있는 측면을 깊이 파고들어 끌어낼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그 재미있는 측면은 스티어링 휠을 싱겁게 반대 방향으로 1/4바퀴만 돌리고, 그런 식으로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면서 액셀러레이터를 적당히 깊게 밟은 상태를 유지하고, 급커브로 들어서며 브레이크의 물리적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활용하도록 부추긴다. 

 

여기에는 구동축이 없고 약간의 적재 공간이 있다
911의 특징인 적재공간은 그 어느때보다 유용하다

차가 최대한 유연하면서 당당하게 움직이도록 조심스럽게 다룰 때 신형 포르쉐 911 터보 S는 훌륭하다. 물론 값이 그 절반을 조금 넘기는 카레라 4S도 거의 비슷한 일을 해내지만 말이다(그리고 솔직히, 필요한 속도의 2/3 정도만으로도 그렇다).

그러면 이런 모습이 GT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패배가 확실하다. 그리고 GT의 강력함이 다른 맥라렌 차들처럼 넋을 빼놓을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매력적일 수는 있다. 대단한 911보다는 가속의 빠르기가 조금 더딜지언정, 경쟁자가 폭발적으로 가속하는 영역에서 미드엔진인 GT의 가속감은 덜 답답하고, 더 자유로우면서, 비단처럼 부드럽게 속도를 높여 나간다. V8 엔진은 포르쉐의 차체 뒤쪽에 올라간 강제윤활식 수평 6기통 엔진보다 터보 랙이 더 심하지만, 출력의 정점에 더 가파르게 이르고 회전수를 높이는 것이 더 즐겁다. 놀랄 만큼 가벼운 전비 중량 덕분에 620마력의 최고출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연출된 장면이 아니다; GT 오너가 650마력의 터보 S를 사이드미러에 계속 담아놓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끝판왕을 노리는 터보 S는 코너가 거듭되는 동안 변함없이 추격을 이어나가지만, 맥라렌은 구조적으로 타협한 차들 특유의 균형 잡힌 우아함으로 유연하게 달린다. 거친 도로의 갑작스러운 돌출부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하기는 하지만(허벅지보다는 스티어링을 통해 주로 느껴진다), 포르쉐처럼 부산한 노면 반응과 피곤할 만큼 거친 뒤 차축과 달리 맥라렌은 의심할 여지없이 더 차분하게 달린다.

사실, 맥라렌이 실망스럽다면 그것은 차가 형편없기 때문은 아니다. 맥라렌이 GT의 핵심 특성을 깨뜨리기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GT는 소유주들이 칭찬할 만큼 영리한 혁신을 담고 있지만, 아쉽게도 승차감은 570S에서 겨우 반걸음쯤 나아졌고, 몰입하게 만드는 특성은 조금 퇴보한 탓에 차의 개성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론 데니스(Ron Dennis, F1 엔지니어 및 감독 출신 맥라렌 그룹 전 CEO 및 회장 – 역자 주)라면 아마도 차선책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왼쪽부터: 1st. 날것이지만 터무니없이 빠르고, 재밌고, 신뢰할 수 있다. 상황감각을 911의 특징으로 완화시킬 것 ; 2nd. 장거리에서 세련되고 편안하며 이동중에는 포르쉐보다 더 우아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맥라렌의 마법이 더해졌다. 호기심이 들지만 혼란스럽기도 하다

포르쉐에 관해 말하자면, 이번 최신 911 터보에는 혼란스러운 점이 전혀 없다. 맥라렌은 GT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을지언정, 빨간색 911은 검은색 GT를 놀라운 효율로 압도했다. 장거리 주행 경쟁에서는 가볍게 이긴 미드엔진 맥라렌을 타고 런던으로 오게 되어 즐겁지만, 그럼에도 일상에서 쓸 때는 물론 가장 운전하기 좋은 길을 달릴 때에도 포르쉐가 더 매력있다는 사실은 숨길 수 없다. 문제점들은 잊어버려도 좋다. 2020년, 911 터보 S는 슈퍼카들을 빠르게 물리치고 있다.  

 

포르쉐 911 터보 S
가격    15만5970파운드(약 2억4393만 원)
엔진    수평대향 6기통, 3745cc, 트윈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650마력/6750rpm
최대토크    81.6kg·m/2500-4000rpm
변속기     8단 DCT
무게    1640kg
0→시속 100km 가속    2.7초
최고시속    330km
연비    8.3km/L
CO2,   271g/km

맥라렌 GT
가격    16만3000파운드(약 2억5493만 원)
엔진    V8, 3994cc, 트윈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620마력/7500rpm
최대토크    64.3kg·m/5500-6500rpm
변속기     7단 DCT
무게    1530kg
0→시속 100km 가속    3.2초
최고시속    326.7km
연비    8.4km/L
CO2,   270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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