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W124, 여전히 훌륭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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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W124, 여전히 훌륭한가?
  • 마이크 더프(Mike Duff)
  • 승인 2020.07.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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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 차를 소유했던 마이크 더프(Mike Duff)가 2020년의 시각으로 살펴보았다

배기가스 규제에 밀려 내연기관은 은퇴를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를 외치고 있다. 

많은 자동차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솔린과 디젤의 생명력보다 오래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언제나 논쟁의 대상이다. 일각에 불과하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최고로 묘사되는 차가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불과 10년 동안 생산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W124 시리즈다.

2008년 당시 <오토카> 편집장이었던 채스 핼렛은 “이 차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중고차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데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E-클래스는 당시 이미 중년의 나이였음에도 많은 이들로부터 선택 받았다. 그리고 가격은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가죽 트림, 5단 자동 변속기, 트렁크에서 3열 시트를 접을 수 있는, 게다가 크림색 6기통 엔진을 얹은 1993년식 E280 에스테이트(왜건) 모델을 사기 위해 고작 1100파운드(현재 기준 약 220만 원)만 있으면 됐다.

우리가 산 차는 외관상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함께 한 3개월 동안 여러 번 전장기기에도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6000마일(약 9600km)을 달린 후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다. 56만 마일(약 90만km)짜리 W124 택시를 만나러 오가는 베를린 여행길을 소화해 냈고, 아우토반에서 세 자리 숫자로 속도계를 찍기도 했다.

이 녀석이 나의 첫 메르세데스였다. 하지만 꽤나 다루기 힘들었다. 이후 보다 작은 두 대의 W124 모델을 가졌다. 찻값은 모두 내 주머니에서 나갔다. 아무튼 “이 차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중고차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예스”였다. 10여 년이 지나도 W124는 메르세데스의 진득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따라서 우리는 질문을 다시 했다. 2008년 차를 고르는 데 도움을 줬던 닉 프룸의 도움을 한 번 더 받기로 했다. 

 

심플한 다이얼은 읽기 쉽다: 12만8000마일의 주행거리는 신경쓰지 말 것

사운드 엔지니어 겸 음악 프로듀서로 일한 후, 프룸은 초기부터 고급 W124의 전문 딜러가 됐다. 그의 웹사이트(w124.co.uk)를 통해 150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차가 조금씩 팔리더니 그는 독일 자동차를 갖고자하는 누구에게나 전문적인 검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그러고는 더 이상 거래에 재미를 붙이지 않았다. 

여기 E320 스포트라인 W124는 몇 년 전에 그가 팔았던 차다. 그는 제법 유명한 주인이 이 차로 갈아타는 것을 돕기로 했다.

시장은 W124에게 1000파운드(약 151만 원)라는 현실적인 시세를 제안하는 시점이 됐다.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암울한 얼굴의 MOT(영국 교통안전국) 테스터는 가격표 숫자들을 극적으로 줄여 놨다. 분명 <오토카>에게 운명적인 만남을 예고했던 것이다. L403 GYT(또는 보다 친근하게 알려진 바로 ‘올드 gyt(old gyt)’는 우리 손에서 떠나 6년 간 또 다른 5만 마일(약 8만 km)을 달렸다. 하지만 2015년에 마지막 MOT가 만료돼 이후 SORN(영국의 운행허가증)이 무효가 되거나 폐기되었다고 알렸다.

요즘은 식상한 4기통 세단도 우리가 지불한 것보다 적어도 2배는 더 비싸고, 훨씬 더 바람직한 6기통 왜건 모델은 이제 적어도 5000파운드(약 755만 원)라는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4기통, 6기통 모델을 대체할 만한 W210세대에 상당한 프리미엄 요소다. 멋지지만 조금은 불안함을 가진 카브리올레 버전은 더 많은 프리미엄이 붙는다. 현재 북부지역에는 2만 파운드(약 3020만 원)짜리 가장 좋은 차들이 있다.

 

프룸은 몇 년 전에 이 E320 에스테이트를 핍쇼(Peep Show, 미국의 라이브쇼 또는 영화 등을 제작하는 회사)의 실세이자 숨은 두뇌 중 한 명인 제시 암스트롱에게 판매했다. 제시 암스트롱은 최근 미국에서 제작자 상을 연달아 받기도 했다. 암스트롱은 볼보 940 왜건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때는 뭔가에 홀린 듯한 기분”으로 샀다는 것을 인정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메르세데스를 떠나보낸다. 미국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 타고 다닐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프룸은 이미 자신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해야 할 몇 가지 일을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우스 다운스에서 만났을 때 그 차는 이미 완벽해 보였다. 친숙하게 느껴지는 차였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다른 차들과의 관계도 달라졌다. 사진작가 올건 코달의 스코다 슈퍼브 에스테이트(별도의 이야기, 박스 참조) 옆에 주차할 때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났다. E-클래스는 현대식 동급 모델 옆에 서면 낮고 좁은 자세, 그리고 올곧은 스탠스를 갖췄다. 하지만 이 차가 클래식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으며, 12년 전에는 이런 차들이 넘쳐났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내부는 침을 질질 흘리게 만드는 클래식 향수가 있고, 그 당시 고급 승용차조차 장비의 열악함이 있었다는 것도 상기시켜준다. 암스트롱의 차에는 가죽 트림, 전동 선루프, 전동식 조절 시트, 구식 에어컨, 표준 4단 대신 5단 자동 ‘박스’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현대식 동급 차들의 스티어링 휠에 붙어있는 버튼들보다 적은 수의 단추들이 나무 재질의 대시보드에 몇 개 박혀 있을 뿐이다. 

쿠션감이 좋지만 최소한의 지지를 제공하는 시트는 익숙한 안락의자처럼 꼭 들어맞았고 운전 감각은 매 순간 내가 기억하는 우아한 느낌 그대로다. <오토카>의 프로젝트를 실행한 후 내가 소유하고 있던 W124들 중 하나는 4기통 2.2L 엔진을 얹고 있었다. 기본형 모델은 어느 모로 보나 세련되고 실용적이지만, 더 큰 엔진의 소리와 힘들이지 않는 태도가 결여돼 있다고 느꼈다. 6기통 모델은 토크가 풍부하지만 기어를 내리거나 낮은 기어를 선택할 때 놀라운 열정을 가지고 있다. 빠르지는 않다. 하루를 되돌아보는 일 중 기억에 남는 하나는 신호등과 교차로에 걸려 있는 2020년 교통체증의 보폭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세게 스로틀 페달을 밟아야 했는지다. 그러나 퍼포먼스의 양은 다른 차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또한 역동성에 대한 의도가 거의 없는 섀시에 있어, 편안함과 능력치를 떠나 이와 관련된 무언가를 해방시키려는 노력이 있다. 암스트롱의 차를 산 첫 번째 오너는 낮고 단단한 서스펜션, 205 프로파일 타이어를 신은 15인치 알로이 휠을 갖춘 스포트라인 패키지로 갔다. 그러나 현대적 기준으로 볼 때, 부족한 느낌이다. 준수한 속도에서도 보디 롤링이 눈에 띄며, 앞쪽 끝이 바닥에 물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개의치 않는다. W124가 선호하는 역할은 무난한 크루징으로, 마치 거친 노면 위에 벨벳 망토를 깔고 달리는 것처럼, 오늘날에도 정교함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로 주목할 것은 12년 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일. 즉, 모두가 인정하는 기술들이다. 영리한 메커니즘을 통해 바깥쪽까지 쓸어내는 싱글 블레이드 ‘매직 와이퍼’와 같은 디테일을 말하는 것이다. 

이 훌륭한 기술은 코닉세그가 아직도 쓰고 있다. 또한 가스 스트럿 없이 열린 테일게이트를 잡아주는 방식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비밀은 필러의 안쪽에 숨어 있다. 

낡아버린 W124가 단종되자, 이 차 디자인은 우아한 소박함으로 더욱 분명해졌다. 브루노 사코는 20세기 후반의 훌륭한 자동차 스타일리스트들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이 E-클래스 에스테이트는 그가 만든 가장 훌륭한 작품들 중 일부다.

결정의 시간 

아직도 세계 최고의 중고차일까? 객관적으로? 아니다. W124는 더 비싸졌고, 매일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정돈하는 데 드는 비용과 합병증도 늘어났다. 더 값싼 경쟁자들이 많다. 괜한 칭찬 대신, 완전히 새로운 고전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이 차는 클래식의 정점을 찍고 있는 차들 중 하나이며, 우리는 연소 엔진이 모두 소멸된 뒤에도 여전히 이런 클래식을 환영할 것이다. 

 

2020년 표준으로 W124를 평가하는 방법

가장 멋진 건 91mm 더 길고 여유있는 실내 공간이다

W124는 가장 세련된 모델이지만, 당시에 가장 큰 왜건은 아니었다. 밴과 같은 볼보 740/940은 차 안에서 일어서고 앉을 수 있을 만큼 크다. 그러나 공간과 스타일의 조화를 시도한 스코다의 수퍼브 왜건은 V90이나 현재의 E-클래스보다 더 넓다.

W124는 당시의 기준으로도 매우 길었다. 4765mm의 전체 길이는 스코다보다 91mm 작을 뿐이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는 작은 실내 공간에도 불구하고 보다 효율적인 패키징과 수퍼브의 가로배치 엔진으로 인해 비슷한 수준의 공간을 갖췄다.

 

E-클래스의 적재량은 기본 530L에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770L까지 늘어난다. 수퍼브는 기본 660L에 1950L로 늘어나며, 뒷좌석 레그룸은 훨씬 넉넉하다. 그러나 실용성을 위한 길고 평평하며 낮은 적재 공간 때문에 구형 자동차가 승리했다. 

또한 수퍼브는 특유의 역동적인 감각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도로에서는 부드럽게 달려 나가는 자동차 중 하나지만, W124 옆에서는 스포츠카와 같은 느낌이 들며, 훨씬 더 직접적으로 조종이 가능하고, 견고하면서 단단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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