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빠른, 3세대 벤틀리 플라잉 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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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빠른, 3세대 벤틀리 플라잉 스퍼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 승인 2020.08.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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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화려하고, 빠르기까지 한 3세대 벤틀리 슈퍼 리무진이 영국을 누비고 다녔다

<오토카>가 긴 시간 몰아보고 세밀한 부분을 관찰해보니, 영국에서의 첫 시승은 이 차가 다른 나라의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일이 됐다. 

주요 차이점은 대부분 독일에서 처음 테스트했던 것과, 그리고 우리가 정한 특정 구간에서, 코너에서, 그리고 특정 노면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고 물론 범프와 바퀴 자국들이 난무하는 우리의 형편없는 도로에서 말이다.

자, 그럼 지난해 모나코에서 몰았던 벤틀리 플라잉 스퍼의 다이내믹한 부분부터 얘기해보자. 분명한 사실은 16만8300파운드(약 2억5598만 원)짜리 럭셔리 세단이, 수년간의 고된 개발로 만들어진 이 차가 세 가지 방식으로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 긴 휠베이스, 상당한 무게를 자랑하면서도 어디에서든 잘 달린다는 것이다. 

5.3m에 달하는 차체 길이와 리어 뷰 미러를 포함한 2.2m의 너비는 런던의 도심을 편안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다. 다만 어떤 코너든, 아니면 얼마나 형편없는 노면이든지 상관없다. 단 한 가지 예외를 제외한다면, 그 어느 기계보다 나은 정숙성, 편안함을 제공한다 할 수 있다. 아마도 최신 롤스로이스 팬텀과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근육질의 측면은 이전 플라잉 스퍼의 특징 없는 선과는 거리가 멀다

현명한 엔지니어가 개발한, ‘벤틀리’에 담겨 있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자동에 맡겨 두면 플라잉 스퍼는 마치 마법의 양탄자에 탄 것처럼 조용하게 요철의 충격을 받아넘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보디 컨트롤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하지만 주행의 안락함은 플라잉 스퍼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데는 일부분일 뿐이다. 벤틀리의 스토리에는 항상 여러 가지 의도가 있었고 퍼포먼스 또한 그 이야기 속의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다. 이 차는 제대로 된 길만 있다면 시속 207마일(약 333km)로 달릴 수 있다. 네바퀴굴림의 트랙션 덕분에 0→시속 60마일(약 97km) 도달에 3.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레이싱 트랙 위에서는 소리를 제법 잘 만들어 낼 수 있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22인치 휠(표준 사이즈는 21인치)에 피렐리 타이어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코너링에서는 1G 횡가속도가 발생할 만큼 잘 달린다. 

그리고 그립력 향상과 안정성을 위해 선택된 사항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트랙데이에서도 차체 롤링, 스쿼트 또는 노즈 다이브를 거의 느낄 수 없도록 세 가지 서스펜션 모드 중 가장 딱딱한 하체의 세팅인 스포츠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놀라운 인테리어는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플라잉 스퍼의 품질 중 특별한 것 한 가지는 48V 액티브 롤 컨트롤이 적용된 것이다. 네 가지 모드로 구성 가능한 서스펜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은 시승차에 적용되었는데 주행 느낌에서 만족감에 차이가 있다. 

실버스톤을 제외한 영국 어디에서도 스포츠 모드는 너무 딱딱하다. 컴포트는 빈 깡통의 느낌이지만 ‘바운스’라고 불릴 만큼 좋지 못한 최악의 컨디션에도 움직임은 쾌활하고 좋다. ‘벤틀리’ 모드는 정교함과 부드러움을 타고났다. 그리고 왜 처음부터 이 모드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조향? 전자식이다. 구형인 유압식 메커니즘을 추종하는 이들에게는 불만을 사는 부분이지만 이 가변비 시스템은 네바퀴를 조향하며 놀랍게도 11.1m의 회전 반경을 만들어 낸다. 록 투 록 회전수는 두 바퀴 반이다. 그리고 회전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매우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운전하는 동안 조향에 대한 생각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다. 아마도 ‘자연스러움’의 극치가 아닐까?

어느 나라 말로 해석해도 이 차는 ‘큰 차’다. 하지만 네바퀴 조향의 영향을 받아 럭셔리한 데일리 드라이버로서의 끝자락, 그리고 특별한 날에 리무진을 타려고 하는 것 사이에서 묘책을 발견하는 것이다. 테스코 주차장에 굳이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원한다면 플라잉 스퍼는 적당히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도 있다. 

 

벤틀리에선 처음으로 접을 수 있는 보닛 장식이 적용됐다

잘 알려진 대로 플라잉 스퍼는 많은 부분을 포르쉐 파나메라와 공유하고 있다. 벤틀리 쿠페와 세단은 폭스바겐 그룹이었던 이유로. 벤틀리의 이번 요구 사항이 포르쉐의 개발 기간과 맞물렸기 때문에 휠 사이즈나 브레이크 간격, 서스펜션 이동과 엔진 위치 등의 중요한 요소들은 각자의 필요에 맞게 설계됐다.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피터 게스트(Peter Guest)에 따르면, 플라잉 스퍼에는 길고 거친 차체 아래 알루미늄을 비롯해 다양한 등급의 강철들을 조합해 이 구조를 단순히 알루미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아무튼 대형 차체임에도 무게를 2437kg의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크루 스튜디오 디자인 총책 스테판 시엘라프가 이끄는 디자인 팀은 생산 과정 전반에 관여하며 기술자들과 협력했다. 때문에 디자인이 보다 나은 비율로 맞춰졌다. 설계는 물론 핸들링에도 달갑지 않았던 프런트 오버행은 6인치(약 152mm)가 더 늘어났다. 하지만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표면 아래쪽으로 자리 잡은 많은 물결무늬 근육들이다. 차를 보다 파워풀하게 보이도록 하는 요소다.

시승차는 스페셜 에디션이다. 이전 플라잉 스퍼 모델에 3만7000파운드(약 5627만 원)짜리 퍼스트 에디션 팩이 포함됐다. 중요한 벤틀리의 요소들을 모두 담고 있다. 방향 조절이 되는 대시보드 디스플레이, 스페셜 카펫, 트림, 스티칭, 배지, 손수 제작한 스티어링 휠과 조명 옵션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딜러 혹은 크루 스튜디오의 직원과 함께 이 구성들을 살피는 데 하루를 꼬박 보낼 정도다.

그 결과는 세상에서 가장 럭셔리한 공간 중 하나에 앉을 수 있게 된 것. 고품질의 가죽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트림, 그 사이를 장식한 철제 트림(보기에 그렇게 보이지만 실제로 철 재질이 아니다)이 곳곳에 적용됐다. 럭셔리 소재들이 벤틀리에 사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테리어에는 많은 럭셔리 요소들이 있는데 이를 묘사하려는 게 어리석어 보일 정도다. 

플라잉 스퍼는 벤테이가 SUV와 함께 소개됐던 W12 6.0L 625마력 엔진을 완만하게 개조한 버전을 얹었다. 벤틀리의 첫 번째 트윈 클러치 8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에 토크를 분배한다. 

 

네바퀴 조향은 속도에 따라 플라잉 스퍼에 민첩성 혹은 안정성을 부여한다

이 엔진은 항상 정교했다. 예전에도 크림처럼 부드러웠고 놀랍도록 경제적이었다. 우리가 연비를 측정했을 때 7.8~8.8km/L의 수치를 보였는데, 다시 설계된 기술은 이보다 더 높은 밸런스를 보여줬다. 아마도 유연성과 배출량 조절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분사 시스템을 맞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V8을 단 다른 벤틀리와 달리 대부분 낮은 사운드나 진동을 전달한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부드러운 엔진을 선호한다. 

메르세데스와 BMW의 억척스러운 주장에도 불구하고 벤틀리 플라잉 스퍼는 가격대와 사이즈로 비교했을 때 많은 라이벌을 두지 않는다. 롤스로이스는 희소성의 전략으로 다른 회사보다 더 높은 가격을 매긴 모델을 내놓긴 했다. 이 부분은 분위기가 벤틀리로 완전히 옮겨가기 전에 앞으로 나올 고스트 세단을 먼저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여기서 충분히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플라잉 스퍼는 가격은 비싸지만 실용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감히 이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가치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차라는 명성에 걸맞을 게다. 

그런데도 이런 꼬리표가 꼭 필요할까? 또 다른 변명이 튀어나올까 두렵다. 우리는 이미 별 네 개 반, 그리고 어쩌면 다섯 개의 별을 주는 게 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찬사에 대한 최종 결론은 우리가 앞으로 진행할 <오토카>의 로드테스트를 기다려봐야 한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 벤틀리는 분명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실용성을 위한 뒷바퀴 조향

플라잉 스퍼는 네바퀴 조향 기능이 탑재된 벤틀리의 첫 번째 모델이다. 엔지니어들은 이 시스템이 저속에서 대형 세단의 민첩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속에서의 고부하 거동 시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채택한 것이라고 한다.

이 뒷바퀴 조향 시스템은 앞바퀴의 동력 보조 장치와 동기화되어 전자식으로 제어된다. 시내 주행 속도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 플라잉 스퍼의 회전 반경을 좁혀준다. 반대로 시속 97km 이상의 속도에서 차선 변경과 같은 급작스럽게 움직일 때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2° 회전해 안정화 효과를 제공한다.

 

Bentley Flying Spur

정교함과 고급스러움, 높은 성능을 
완벽에 가깝게 결합한 뛰어난 모델

가격    16만8300파운드(약 2억5598만 원)
엔진    W12, 5950cc, 트윈 터보차저, 가솔린
최고출력    635마력/6000rpm 
최대토크    91.8kg·m/1350-4500rpm
변속기    8단 DCT
무게    2437kg
0→시속 100km 가속    3.8초
최고시속    333km
연비    6.8km/L
CO2, 세율    337g/km, 37%
라이벌    롤스로이스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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