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쉐보레 볼트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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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쉐보레 볼트 EV
  • 송지산
  • 승인 2020.07.20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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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의 양면처럼 한쪽이 있으면 또 다른 한쪽 면이 있다. 전기차의 장점 또는 단점을 이야기할 때, 예전에는 단점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장점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장점은 세금과 유지비가 낮고, 엔진 소음이 없으며, 배출가스가 없어 친환경적이라는 점. 차의 전체적인 구조 또한 내연기관에 비해 훨씬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다. 때문에 차급에 비해 더 넓은 공간이 확보된다. 물론 단점은 상대적으로 비싼 찻값이다. 보조금이 있지만 제한적이다. 또 하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데 발목을 붙잡는 것이 바로 배터리, 즉 주행거리의 문제다. 

나라마다 전기차가 갈 수 있는 최장 거리에 대한 판단 기준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부산, 즉 400km 정도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의 어떤 기준이 되는 듯하다. 이러한 소비자 인식에 부합하는 전기차로 2020년형 쉐보레 볼트 EV가 나왔다. 신형 볼트 EV 시승 행사를 열면서 붙인 타이틀은 ‘롱 레인지 드라이빙 챌린지’다. 주행거리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신형의 가장 큰 변화점은 배터리의 진화다. 이날 행사에 함께 한 LG화학 손혁빈 마케팅 팀장은 “새로운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또한 파우치형 셀의 장점인 유연한 공간 구성 능력으로 배터리의 용량을 66kWh로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크기로 더 높은 용량의 배터리를 개발한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회생제동이다. 전기차에는 기본적으로 회생 제동 기능이 탑재되는데, 이번 신형 볼트 EV에는 ‘원 페달 드라이빙’과 ‘리젠 온 디맨드’(Regen On Demand) 기능이 더해졌다. 변속기 L 모드에 놓으면 활성화되는 원 페달 드라이빙의 경우 D 모드일 때에 비해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회생제동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 엔진 브레이크가 더 강하게 걸리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리젠 온 디맨드 기능은 스티어링 휠 뒤편 패들 시프트 자리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추가적인 회생제동을 작동시키는 것으로, ‘버튼식 엔진 브레이크’ 정도로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물론 제동의 역할과 함께 배터리 충전은 덤이다.

이 밖에도 신규 컬러인 이비자 블루와 미드나이트 블랙 추가,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적용, 디지털 방식으로 업그레이드 한 후방 카메라, 미쉐린 셀프-실링 타이어 적용 등으로 상품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가격 인상 없이 판매가를 동결했다. 볼트 EV의 매력 요소가 또 하나 늘어났다.

 

그렇다면 정말 414km 주행가능거리의 볼트 EV로 불안감 없이 400km를 달릴 수 있을까? 행사의 이름처럼 도전에 나섰다. 코스는 서울 잠실을 출발해 한계령을 넘어 낙산해수욕장을 왕복하는 총 400km 거리다. 회생제동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속도로 구간도 있고, 배터리에 상당한 영향을 줄만한 한계령을 넘는 구간도 있다. 그리고 행사 당일 더운 날씨 탓에 주행 내내 에어컨은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과연 견인차를 부르지 않고 서울에 무사히 복귀할 수 있을까?

외관에선 입체적 디자인의 전면 듀얼포트 그릴과 헤드라이트가 이전보다 면적이 넓어져 훨씬 익숙한 모습이 됐다. 도어 상단 트림을 사이드 미러의 방향지시등으로 이어지게 한 디자인은 독특하면서도 개성 있다. 

실내는 전기차의 개성을 과도하게 살리지 않은 점이 좋다. 너무 빠른 속도의 진화는 따라오지 못하고 뒤처지는 사람을 만들 것이다. 볼트 EV의 실내는 전기차를 처음 타는 사람도 운행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익숙한 구성이다. 디지털 계기판과 10.2인치 터치스크린은 구성이나 반응 모두 좋다. 내비게이션은 전 세계 공통으로 탑재되지 않은 대신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로 스마트폰 연동이 가능하게 했다.

놀라운 건 2열의 공간이다. 평균키 정도의 성인이면 4명까지 여유 있게 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다. 특히 레그룸이 상당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덕분에 훨씬 유연한 공간 구성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덩치가 너무 크지 않으면 성인 5명 탑승도 문제없을 정도다. 트렁크는 바닥을 2단으로 설계해 깔끔함과 수납성을 모두 갖췄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 ‘레디’(Ready) 표시가 뜬다. 언제든지 달릴 준비가 됐다는 이야기. 배터리 잔량은 완충 상태에서 조금 부족한 405km 정도다. 우선 D 모드에 놓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연기관 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 수준의 엔진 브레이크 정도라 거부감 없이 운전할 수 있다. 이때에도 회생 제동으로 배터리 충전이 이뤄지긴 하나 미미한 수준이다. 

 

적극적인 회생 제동으로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기어 레버를 당겨 L 모드로 바꿔야 한다. 이때부턴 도심이나 고속도로의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선 액셀러레이터 페달 하나만으로 충분히 주행 가능할 정도로 강한 회생제동이 걸린다.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가속, 정속 주행, 약한 회생 제동, 강한 회생 제동의 단계가 나뉜다. 요령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금방 적응해 원 페달 드라이빙의 편리함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ROD 버튼을 활용하면 보다 높은 에너지 회수가 가능하다. 버튼을 누르면 D모드나 L모드에서 더 강력하게 회생 제동을 걸어주는데, 보조 브레이크라는 느낌으로 주행을 편리하게 한다. 이 기능까지 사용하면 훨씬 높은 회생 제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계기판의 게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형 볼트 EV에 탑재된 모터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성능으로 0→시속 100km 가속까지 7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최대치의 성능을 내는 스포츠 모드가 있지만 굳이 손이 갈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일반 모드에서도 여유 있는 힘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렇다할 구동 소음도 들리지 않으니 계기판에 신경 쓰지 않으면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를 넘기는 일이 빈번하다. 

전기차의 강점은 안정적인 승차감도 한몫 할 것이다. 차량 바닥면에 탑재된 배터리 덕분에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있어 커브에서도 큰 흔들림 없이 노면을 잘 물고 나간다. 엔진 소음이 없어 로드 노이즈나 외부 소음이 도드라지지만 충분히 조용하다고 느낄만한 수준이다. 소음이 적으니 스트레스도 적어 운전이 한결 편안하다.

고속도로를 내려와 짧은 휴식 후 다시 길을 나선다. 다음은 높은 고저차와 좁은 코너가 이어지는 한계령 구간이다. 전부터 여행길에 자주 지나던 경로라 익숙하지만 전기차와 함께 달리는 건 처음이라 살짝 긴장도 된다. 하지만 전기차도 자동차인건 똑같다. 여러 생각을 하고 있으니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코너의 기본은 진입 전 제동, 선회 후 재가속이다. 볼트 EV는 이러한 과정들까지도 페달 하나로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코너 진입 전 감속은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면 충분하고, 여기서 제동이 좀 더 필요하다고 느끼면 ROD 버튼으로 제동력을 더하면 된다. 코너에 들어가선 버튼에서 손을 떼고 자연스럽게 선회, 이후 코너를 나오면서 다시 서서히 가속하면 된다. 한계령 구간을 넘는 내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건 앞차가 급작스럽게 속도를 줄인 단 한번 뿐이었고, 나머지 구간에선 오로지 액셀러레이터와 ROD 버튼만으로 가감속을 조절하면서 달릴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가 얼마나 충전되는지를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다. 한계령 정상에서 200km 좀 넘게 남아있던 배터리가 한계령을 내려와 양양 초입에 도착할 무렵엔 230km까지 늘어났다. 회생 제동의 효율성은 상상 그 이상이다.

목적지인 낙산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남은 배터리는 대략 240km를 갈 정도였지만,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10% 정도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들어 220km 정도 표시된다. 수치상으로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는 거리고, 회생 제동의 효율성을 오는 길에 확인한 만큼 불안한 마음은 싹 사라졌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갈 때 행로를 되짚어 간다. 이번 차례에 운전한 동승자는 필자에 비해 상당히 얌전하게 운전하는 스타일이어서인지, 크루즈 컨트롤를 이용한 정속 주행과 적당한 회생 제동 기능을 병행하며 서울까지 돌아왔다. 서울에 들어설 무렵부터는 퇴근시간과 겹쳐 상당한 정체와 만나 한동안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전기차는 정지 상태에선 모터가 전력을 소비하지 않아 주행거리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도심에서 전기차가 빛을 발하는 이유일 것이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남아있는 주행거리는 65km. 400km의 거리를 왕복하고도 상당한 양이 남았다. 이 정도면 전기차에 대한 우려를 접기엔 충분한 수준 아닐까? 앞으로 더 높은 효율의, 더 긴 주행거리의 전기차들이 나오겠지만, 이번 2020년형 볼트 EV가 전기차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포인트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정부의 인프라 확대만 뒷받침해준다면, 전기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일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다.

CHEVROLET BOLT EV

MOTOR
타입    영구 자석 모터
배터리    리튬-이온 66kWh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
연비    5.4km/kWh(복합)
CO2 배출량    0g/km

DIMENSION AND WEIGHT
전장     4165mm
전폭    1765mm
전고    1610mm
휠베이스    2600mm
공차중량    1620kg

TRANSMISSION/GEARBOX
변속기    자동 1단

BRAKE AND SUSPENSION
브레이크(앞/뒤)    모두 디스크
서스펜션(앞/뒤)    스트럿/토션 빔

PRICE
가격    4814만 원(프리미어, 개별소비세 인하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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