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에서 직접 만든, 눈부시게 아름다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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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에서 직접 만든, 눈부시게 아름다운 차
  • 콜린 굿윈(Colin Goodwin)
  • 승인 2020.05.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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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이는 이 작은 차는 전쟁 전 이탈리아 레이서가 아니다. 켄트의 한 차고에서 만들어진 홈메이드 스페셜 모델이다. 콜린 굿윈이 그 창조주를 만났다

앞으로 보게 될 것은 순수 판지오이다. 알루미늄 프레임 속 라미네이트 글라스 한 판을 통해 좁은 보닛과 노출된 와이어를 볼 수 있다. 네 가닥의 스포크가 뻗어 있는 우드 프레임의 스티어링 휠에 올려놓은 양손, 그리고 뭉툭한 기어레버는 내 다리 오른쪽에 있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계기판은 알루미늄 패널에 얹혀 있고 매우 심플해 보인다. 

비록 혼자서 탈 수밖에 없는 차지만 팔꿈치를 위한 공간은 충분하다. 조금 비좁아도 페달을 밟을 순 있지만 안타깝게도 시트 조절은 안 된다. 왜냐면 이 차는 게스트를 위한 게 아니라 오너를 위해 세팅된 차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이 차를 처음 봤다. 브랜드 해치에 있는 빈티지 스포츠카 클럽 미팅에서다. 정확하게는 켄타곤 펍 근처 숍 앞에 일렬로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본 것. 멀리서 보았을 때는 알파로메오 159 알페타로 착각했다. 둥그스름하게 매우 비슷한 그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와서 보니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행운이었던 것은 한 장의 종이가 차에 꽂혀 있었고 이 종이가 차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해줬다. 

설명서에는 존 내쉬라는 인물이 이 차를 특별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켄트 키트 카 클럽의 멤버이며 이 차를 전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롬바르디니나 켄트에서 만들어졌나? 사진을 살펴보면 몇 가지 힌트가 있다

그를 만나려다가 두 번의 레이싱 기회를 놓쳤다. 왜? 처음에는 그의 뛰어난 솜씨를 축하하려고 했다. 나는 평생 복원된 차들과 스페셜 모델들을 구경하며 일생을 보냈고 이렇게 마무리가 잘 된 차는 본적이 없다. 

두 번째는 JNS 스페셜의 보닛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재규어 엔진? 알파의 트윈 캠? 그리고 결국 존 내쉬는 어떻게 6천 파운드(약 915만 원)도 되지 않는 견적으로 이렇게 훌륭한 모습을 갖춘 차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그를 만났고 그로부터 2차대전 전과 후의 그랑프리카에서 영감을 얻어 5년의 시간을 투자해 만들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차를 만드는 데 5750파운드(약 877만 원) 밖에 들지 않았다. 혼자서 7000시간을 투자했다는 데, 한 명의 결혼 생활이 온전히 깃들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몇 달 뒤, 우리는 하이테에 있는 내쉬의 차고에서 JNS의 테스트에 들어갔다. 이 차가 그의 첫 작품이 아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제법 비슷한 디자인을 한 삼륜차를 만들었지만 몇몇 친구들이 네바퀴 달린 모델이 낫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정 작업을 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쉬(왼쪽)는 모든 작업을 거의 혼자서 했다
내쉬는 그가 만든 사랑스러운 차의 단면도도 직접 그렸다

보닛을 떼어내니 엔진이 드러났다. 내가 예상했던 것이 아니었다. “한 클럽 멤버가 상태가 엉망인 르노 5를 몇 개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고르디니 터보(Gordini Turbo)였다. 그의 헛간에서 한 짝을 200파운드에 사려고 흥정했고 결국 내가 필요한 것들을 떼어 오는 식으로 사오게 됐다.”

“뒷바퀴굴림차는 복잡하다. 프로펠러 샤프트를 넣을 공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르디니 엔진을 쓰는 것이 쉬운 방법이었다. 르노의 엔진은 기어 박스 앞에 세로방향으로 달리기 때문이다. 르노의 드라이브 샤프트, 위시본, 그리고 토션 바 스프링에 브레이크와 허브 모두를 사용할 수 있었다.”

내쉬는 터보차저를 만지작거리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르노에서는 엔진의 앞쪽에 얹혀 있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낮고 높은 차체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JNS의 라디에이터에 설치했다. “결론에 도달했는데, 터보차저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보다 높은 압력으로 출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개조했다.”

내쉬가 어떻게 그렇게 적은 예산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차를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은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하고 발품을 팔아 부품을 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의 손을 거친 것은 아니다. 그는 “간혹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했던 부분은 용접을 할 때였다. 예를 들어 뒤쪽 트레일링 암이 그랬다. 시트로엥 2CV에서 가져온 것인데, 그대로 사용한다면 리어 휠이 뒤쪽으로 너무 치우치기 때문에 길이를 좀 더 줄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파이버글라스 보디와 패널을 위한 몰드는 내가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을 칠할 전문가들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는 싼 티 풀풀나는 싸구려로 가득하다
터보에서 해방된 고르디니 엔진은 110마력 언저리에서 꽤나 좋은 상태다

처음 브랜즈에서 이 차를 보았을 때 확신했다. 이 남자는 디자인의 배경지식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학적인 배경지식도 충분히 가진 사람이라고. 내쉬는 “엔지니어링 수습생을 지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중앙 전력국에서 기술 설계를 최근까지 했으며, 은퇴 전에는 던지니스 원자력 발전소에서 운영 매뉴얼을 만드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그의 차고 벽에 그려진 JNS의 단면도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시승을 하는 데 있어 값비싼 슈퍼카라도 부담은 없다. 오직 한 대만 만들어지는 차는 조금 걱정이 된다.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제작에 많은 시간을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여전히 큰 회사에서 만든다. JNS를 시승하는 것은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걱정이 된다. 3만 파운드(약 4578만 원)의 보험을 들었지만 돈 문제가 아니다. 내쉬가 이 차를 만들기 위해 쏟아 부었던 시간과 노력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무척이나 조심했다. 복스홀 비바에도 끼워 넣었던 앙증맞은 엉덩이를 넓은 시트에 안착시켰다. 트라이엄프 돌로마이트(1972-1980년 영국 트라이엄프 모터 컴퍼니에서 나온 소형 세단)에서 공수해온 눈앞의 흰색 다이얼(10파운드, 약 1만5000원)들은 내쉬가 레트라셋(주로 서체 시트 및 아트 워크를 제작하는 회사 제품)을 사용해 숫자와 표면을 꾸몄다. 그러는 동안 내 발은 화장실에서 가져온 체크무늬 알루미늄판(5파운드, 약 7500원) 위에서 쉴 새 없이 트라이엄프 스핏파이어(1962-1980년 영국 트라이엄프 모터 컴퍼니에서 나온 2인승 스포츠카)의 페달을 누르고 있었다.

자연흡기 고르디니 엔진은 내쉬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웨버 DCOE 카뷰레터를 통해 숨을 쉬었지만 에어 필터는 치킨 와이어와 발포 고무를 사용해 그가 직접 만들었다. 괜히 돈들여 비싼 K&N 필터를 살 필요가 없는 이유다. 엔진 사운드는 훌륭하다. 시끄럽지도 않으며 배기구와 인덕션으로부터 나오는 소음의 균형이 딱 맞다. 

 

JNS는 생각하는 것보다, 기대하는 것보다 빠르고 주행질감도 좋다

자연흡기 고르디니 엔진은 내쉬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웨버 DCOE 카뷰레터를 통해 숨을 쉬었지만 에어 필터는 치킨 와이어와 발포 고무를 사용해 그가 직접 만들었다. 괜히 돈들여 비싼 K&N 필터를 살 필요가 없는 이유다. 엔진 사운드는 훌륭하다. 시끄럽지도 않으며 배기구와 인덕션으로부터 나오는 소음의 균형이 딱 맞다. 

이런 열정을 어떻게 비판할 수 있을까? 지적할 부분은 많지 않다. 브레이크 페달의 깊이가 깊지 않다는 것, 자동 제어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하는 것, 그리고 기어레버가 약간 슬립이 있다는 것 정도다. 내쉬는 이에 대해 짧게 대답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이러한 흠은 그저 트집에 불과하다. 이 차의 전반적인 다이내믹함은 집에서 만들고 디자인한 차로써는 아주 특별하다. 

조향은 놀랍도록 직접적이면서도 가볍다. 그 이유는 토크 스티어도 없으며 엔진이 만들어내는 출력이 112마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행의 최고 묘미는 나긋나긋함과 수월함에 있는데, JNS는 580kg에 불과한 차의 무게로 활기찬 움직임을 보여줬다. 

내쉬는 르망에서 무사 완주한 적이 있다. 그가 차고 문을 열어 에그 크레이트 그릴을 바라볼 때 느끼는 그 벅찬 감정을 겨우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사라져가는 예술

요즘은 홈메이드 스페셜이 드물다. 1950년대나 60년대에는 흔한 일이었다. 특히, 레이싱을 위한 차를 만드는 것에 다들 열중했다. 고든 머레이의 첫 자동차도 홈메이드 작품이다. 로터스 7에서 영감을 얻었고 그가 직접 디자인한 스페이스 프레임으로 제작 발전했다. 아직 그에게 JNS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는 감명 받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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