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아메리카 통신] “코로나19로 미국의 모든 엔진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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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혁의 아메리카 통신] “코로나19로 미국의 모든 엔진이 꺼졌다”
  • 최중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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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인공호흡기를 제작하고 있다
GM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인공호흡기를 제작하고 있다

3월 중순만 하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가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았지만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미국 50개 주에서 모두 자가격리(Stay-at-home) 조치가 내려져 긴급한 일이 아니면 모든 사람들이 집에 머물러야만 한다. 당연히 자동차 공장도 모두 멈췄다. 자동차 생산은 커녕 딜러점도 대부분 문을 닫아 판매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악의 시기 중 하나인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차가 안 팔렸던 것이지 만들 수 없거나, 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멈췄다.

4월에 열리기로 했던 뉴욕 오토쇼는 불가피하게 8월로 임시 연기됐다. 하지만 8월에 제대로 열릴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매년 초에 열리던 디트로이트 모터쇼 또한 올해부터 처음으로 6월로 개최 시기를 변경해 야심차게 준비가 한창이었지만,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던 TCF센터는 반년 간 임시 병원으로 사용하기로 결정되었다. 행사는 연기도 아니고 완전히 취소됐다. 공식적으로 다음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2021년 6월에 열릴 예정이다.

자가격리 조치가 조기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완성차 업체들은 처음 1~2주 정도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도 급여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 상황이 더욱 길어지자 대부분의 회사들은 일시 해고를 결정했다. 코로나 사태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 것도 있지만, 트럼프 정부가 실업자들에게 최대 4개월간 매주 600달러씩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금 확보가 급한 회사 입장에서도, 무급 휴직을 해야 할 우려가 있는 근로자들 입장에서도 그게 더 나은 결정이었다. 일시 해고되지 않고 재택근무를 이어가는 자동차업체 사무직 근로자들의 경우 임원부터 일반 직원들까지 10~30%, 많게는 50%까지 급여가 유예되거나 삭감됐다.

이번 일로 미국 자동차 3사(GM, 포드, 테슬라)의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구제 금융을 받지 않았던 포드는 상황이 좋지 않다. 작년 9월 무디스가 포드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정크 수준인 Ba1로 하향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피치가 BBB에서 BBB-로 낮췄기 때문이다. 꾸준히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해온 포드는 현금 비축을 위해 배당금 지급 중단을 선언하고 급여 등 운영비 마련을 위해 150억 달러(약 18조4650억 원)를 차입하는 등 기존의 금융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다. 우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당시 파산을 한 번 겪었던 탓인지 진작부터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구조조정을 해왔던 GM은 상황이 조금 낫다. 그래도 위기의 상황인지라 GM은 신용라인에서 160억 달러(약 19조6960억 원)를 차입해 현금보유액을 두 배로 늘렸다. 다만 아쉬운 것은 3월 초에 EV 데이를 열면서 전기차 분위기를 몰아가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그 열기를 이어가지 못한 점이다.

테슬라는 사정이 훨씬 괜찮다. 여전히 자금 사정이 넉넉한 건 아니지만 지난 2월 주가가 900달러를 넘었을 때 20억 달러(약 2조4620억 원)의 유상증자로 곳간을 미리 채웠기 때문이다. 중국 공장이 올 초에 가동을 시작한 점도 큰 힘이 된다. 연초에 미리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둔 모델 Y의 판매도 순조롭다. 또한 빠르면 내년 초 출시될 사이버 트럭은 사전 예약자가 3월 30일 기준으로 62만2000대에 도달했다. 미국 프리몬트 공장 가동이 5월 초까지 중단되는 것만 빼곤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가동이 중단되는 동안 공장 개선 작업을 통해 모델 Y 생산능력을 향상시키기로 했다. 이 공장은 테슬라가 토요타에서 사들인 이후 10년 가까이 가동돼 왔으며, 업그레이드를 위해 몇 차례만 가동을 중단했을 뿐, 제대로 생산 개선 작업을 하지 못했다.

모든 미국의 공장들이 문을 닫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돌아가는 곳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시와 같이 긴박한 상황에서 필요한 물자를 기업들에 만들도록 강제하는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하며 GM과 포드에게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한국전쟁 당시 만들어졌다. GM은 시애틀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벤텍 라이프 시스템과 함께 인디애나 주에 위치한 코코모 공장에서 20만개의 인공호흡기를 만들기로 하고 1차로 미 정부와 3만개 납품 계약을 맺었다. 포드도 GE 헬스케어와 함께 미시간 주의 로슨빌 부품 공장에서 5만개의 인공호흡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여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이 긴박하다. 자동차 산업은 어떤 산업보다 고용이 많은 곳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부디, 자동차 업계는 이 어려운 상황을 하루 빨리 극복해 엔진이 다시 힘차게 돌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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