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세레니티, 저스티스를 쫓는 베이커 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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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세레니티, 저스티스를 쫓는 베이커 딜의 꿈
  • 신지혜
  • 승인 2020.05.1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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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머스 섬. 뜨거운 태양과 드넓은 바다, 그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이 지속되는 곳. 인구가 많지 않아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별 비밀이 없을 정도다.

외지에서 찾아오는 낚시꾼들을 태우고 바다로 나가는 배 세레니티의 선장인 베이커 딜은 이 곳에서 과거를 묻은 채 살아가고 있다. 낚시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면 으레 손님들에게 낚시대를 넘겨 짜릿한 손맛을 즐기게 해 주는 것이 그의 임무이지만 때로 베이커는 낚시대를 가로채 손님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베이커는 한 마리의 물고기, ‘저스티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던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이 그를 찾아와 ‘존’이라 부르며 은밀한 부탁을 한다. 헤어진 아내 캐런. 어린 아들을 데리고 베이커, 아니 존을 떠나 새 남편과 살고 있는 그녀의 일상도 행복하지 않다. 사업이 잘 풀려 큰돈을 번 지금의 남편은 캐런을 학대하기 일쑤이고 존과 캐런의 아들 패트릭은 그런 부모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도망쳐 버린 지 오래다.

 

전처의 등장으로 마음이 심란해진 베이커에게 캐런은 뜻밖의 제안을 한다. 도저히 이렇게 살아갈 수 없으니, 그리고 패트릭의 뜻이니 지금의 남편을 배에 태워 바다로 나가 목숨을 앗아달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살인청부를 받은 베이커-존은 코웃음을 치며 거절하지만 전처의 등에 난 상처들과 패트릭의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카렌의 남편을 배에 태우고 바다로 나가는데…

베이커 딜의 차는 닛산 프론티어. 낚시꾼들을 배에 태워 바다로 나가려면 이런 저런 물건들을 매일 구입해야 하고 튼튼하고 거침없는 차가 필요할 터. 닛산 프론티어는 그런 베이커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이다. 바다와 하늘을 닮은 푸른색의 프론티어는 베이커의 뜻대로 그를 집으로, 배가 있는 선착장으로, 폴리머스 섬의 이곳저곳으로 데려간다. 늘 오가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베이커가 가야 할 곳에 정확히 데려다 준다.

매일 오전 5시에 눈을 떠 몸을 일으키고 프론티어를 몰고 신호등에 잠시 멈추어 서고 키 큰 농작물 사이를 지나고 배가 정박해 있는 선착장으로 간다. 간조 때 배를 타고 나가 만조 때 들어오고 술집에서 술 한 잔을 들고 하루를 정리한다. 매일이 크게 다를 것 없는 베이커와 함께 닛산 프론티어는 늘 원하는 그 때 원하는 곳으로 그를 데려간다.

 

베이커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즈음이다. 캐런이 그의 앞에 나타나 존이라는 옛 이름을 부르며 그의 기억을 호출하고 패트릭을 거론하며 마음을 헤집기 시작한 이후, 어군탐지기를 가지고 세찬 비가 내리던 날 새벽에 집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웬 회사원과 만나게 되면서 베이커의 자아가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나는 언제부터 이 섬에서 살고 있었는지, 이곳은 대체 지구의 어디에 존재하는 곳인지, 캐런의 말에 의하면 컴퓨터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패트릭이 컴퓨터를 통해 나와 이어져 있다는데 도대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의심과 질문은 좀 더 구체적인 이상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오전 5시가 조금 못 되어 눈을 뜬 그는 도무지 몸을 일으키지 못한다. 5시 정각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는 몸을 일으킬 수 있다. 테이블에 펼쳐 놓은 지도에는 오직 플리머스 섬만이 그려져 있다. 이곳은 대체 어디인가, 대체 어떤 곳인가.

 

닛산 프론티어는 조금 더 그의 세계에 관한 힌트를 준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프론티어를 몰고 선착장으로 향하는 베이커가 빨란 신호에 정지해 있다가 노란 신호에 출발하려 하자 프론티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후 초록 신호가 들어온 후에야 프론티어는 비로소 움직인다. 결국 베이커-존은 누군가의 기억 혹은 누군가의 꿈이 만들어 낸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 세계 속에서 베이커는 각성한 것이다.

닛산 프론티어는 초반부에 외부 손님들의 여가를 일부 채워주는 배를 가진 선장이 탈 만한 적당한 차 정도의 역할을 했지만 후반부에서 베이커의 세계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커다란 힌트가 된다. 영화의 시종, 프론티어는 베이커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동반자이지만 베이커가 자신이 속한 세계에 의문을 품고 돌아보게 되자 베이커에게 조금 더 깊이 개입하는 매개가 되는 것이다.

기존의 영화와 사뭇 다른 스릴러인 ‘세레니티’는 이렇게 누군가의 상상과 바람에서 비롯된 허구의 세계와 그 세계에 속한 구성원의 이야기이지만 묘하고 독특한 울림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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