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3세대 제네시스 G80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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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3세대 제네시스 G80의 디자인
  • 구 상 교수
  • 승인 2020.05.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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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브랜드의 핵심 차종 G80이 마침내 3세대로 등장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은 물론 대형 세단 G90이지만, 준대형 G80이 실질적인 볼륨 모델이기에 브랜드의 핵심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파급력도 클 것이다.

2020년형으로 등장한 새로운 G80는 한층 다듬어진 차체 조형을 보여준다. 측면 프로파일을 보면 긴 후드와 짧고 경사진 트렁크에 크게 누운 뒤 유리까지 더해져서 거의 쿠페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앞 휠 아치 직후부터 시작된 로커 패널 라인(rocker panel line)의 크롬 몰드가 완만하게 굽이쳐 올라가 뒤 범퍼까지 연결되면서 차체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어깨 부분의 캐릭터 라인과 어우러지면서 마치 물방울 모양의 역동적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바로 얼마 전에 등장한 GV80과 측면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두 차량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디자인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을 보면 완성도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앞 범퍼에서 시작된 GV80의 로커 패널 라인은 그 흐름이 마치 파도치듯이 흘러가고 있어서 차체 아래쪽을 견실하게 받쳐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헤드램프에서 시작된 ‘두 줄’의 아이덴티티 요소도 G80 세단은 차체 볼륨을 따라 잘 이어지는데, GV80의 두 줄은 차체 옆면의 볼륨과 어우러지지 못하는 인상이다. 물론 이건 매우 지엽적인 문제라고 간과할 수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세부적인 건 더 중요하다. 비싼 가죽을 쓰는 것도 품질이지만, 선의 흐름이 어떤가 하는 것 역시 품질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새로 등장한 G80 세단은 선의 흐름에서 불과 몇 달 전에 등장한 GV80보다 훨씬 더 다듬어져 있는 걸로 보인다. 3세대 G80 세단은 길이가 이전 DH모델보다 5mm 긴 4995mm와 넓은 너비 1925mm(+35mm)를 가지면서 약간 낮아진 높이 1465mm(-15mm)로 날렵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휠베이스는 이전 DH와 동일한 3010mm이다. 물론 이 정도의 휠베이스도 과거에는 리무진급 승용차 크기이다. 대형 SUV 모델 GV80과 비교해도 새로운 G80세단의 길이와 휠베이스가 더 길다.

 

G80은 개선된 후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해서 앞 오버행이 더욱 짧아져 매우 역동적인 차체 비례를 보여주는데, 차체 길이에서 후드의 길이가 28%에 이르고 11%의 짧은 데크로 고성능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후드 길이는 25%가 중립적이고 그 이상이면 고성능의 이미지를 주는 게 보통이다. 전 모델 DH와 비교해보면 후드 길이 비례는 같지만 트렁크를 더 짧고 경사진 형태로 만들어 전체 프로파일이 물방울 형상처럼 변했다. 게다가 처음 등장했던 BH와 비교해보면, 경직된 3박스 세단의 형태를 벗고 유연하게 바뀐 걸 볼 수 있다. 3세대에 이르러서 G80 세단만의 프로파일을 찾은 걸로 봐도 될 듯하다.

전면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속에 네 개의 LED 헤드램프로 이루어진 쿼드(quad) 램프에 의한 아이덴티티가 고유의 인상을 만들고 있다. 제네시스 심볼의 날개를 모티브로 했다는 두 줄 램프는 이제 G90, GV80, 그리고 G80 전면에서 통일성 있게 쓰이게 됐고, 이후에 등장할 G70 페이스리프트 모델까지 적용되면 이유 여하를 떠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완성될 것이다. 그런데 크레스트 그릴은 현재의 세 차종이 각각 다른 조형 문법(shape grammar)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테일램프 역시 두 줄의 이미지로 디자인 됐다. 이 역시 G90, GV80, 그리고 G80 후면에서 통일성 있게 적용되고 있다. 물론 그 디테일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는 통일된 모습이다. 그리고 네바퀴굴림 방식을 나타내는 4WD라는 로고(AWD처럼 보이기도 한다)가 적용돼 있는데, 이전의 G80 세단에서는 H-TRAC이라는 글자를 붙였었는데 왜 4WD로 바꾼 걸까? 네바퀴굴림 방식이라는 게 잘 나타나지 않아서였을까? 하지만 4WD라는 글자는 험로 주행용 SUV같은 느낌이 든다. 승용차에는 H-TRAC이라는 용어가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한편 트렁크 리드에는 제네시스 날개 엠블럼을 좌우로 길게 늘린 윙 형태의 크롬 몰드도 붙어있는데, 여기에 후방 카메라와 트렁크 열림 버튼이 만들어져 있다. 디테일 요소이긴 하지만 G80 세단만의 개성을 부여해주면서 트렁크 리드의 상판과 후면 판의 분할선이 눈에 띄지 않도록 카무플라주(camouflage) 해주는 요소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게다가 후면이 오목한 곡면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 테마는 2018년에 나왔던 제네시스 에센시아 콘셉트 카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의 디자인이다.

신형 G80 세단의 고품질을 보여주는 부분은 역시 실내다. 수평 기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슬림 벤틸레이션 그릴, 그리고 대형 디스플레이와 다이얼 형태의 컨트롤러 등 디지털 신기술과 가죽과 금속, 유리, 목재 등 실제의 재료와 공법이 풍부하게 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덟 종류의 색상을 내장재에 적용하고 있어서 소비자가 원하는 내/외장 색상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하니,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 모델과 비교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게다가 내장재와 시트에 쓰인 가죽 질감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실내 품질에 있어서는 소비자들의 만족감은 높을 것이다. 더욱 다행스러운 건 시트의 착좌면에 쓰인 재봉선 패턴이 이전의 GV80에서 보던 깔깔이 패턴이 아닌 G80 세단만의 새로운 디자인의 패턴이 쓰였다는 점이다. 깔깔이 패턴이 나빠서가 아니라, 유럽 프리미엄 모델의 아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턴은 도어 트림 패널에도 쓰이고 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디자인 적용이 이렇게 바뀐 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G80과 제네시스 에센시아 콘셉트(좌측)의 후면 이미지가 닮았다

내장재 뿐 아니라, 휠, 브레이크 캘리퍼 등 눈에 보이는 많은 부품들의 형상과 마무리 디테일에 많은 정성을 들인 것이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후드를 열면 전체적으로 커버를 덮어서 엔진룸 역시 깔끔한 마무리를 한 것이 보이는데, 특히 양쪽 펜더와 엔진 룸 사이의 경계 부분까지도 매끈하게 덮어서 펜더를 볼트로 조여 체결한 부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후드의 분할선 위치도 펜더 모서리보다 훨씬 더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데, 당연히 차체 이미지가 깔끔해지지만 일반적인 펜더보다 제작이 어렵기에 고급 차량들만 쓰는 방법이다. 물론 이런 요소들 역시 세부적인 부분이면서 차량의 본질적 요소는 아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제품에서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현대자동차가 신형 G80 세단을 위해 들인 공이 크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 필자의 눈에 띄는 건 크레스트 라디에이터 그릴의 폭이 너무 넓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건 비단 새로운 G80만의 문제는 아니다. GV80, G90은 물론이고, 쏘나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최근의 현대 브랜드의 차량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라디에이터 그릴의 폭이 적정 수준보다 넓다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내부적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의 폭을 넓히기 위한 기준이라도 있는 걸까?

물론 넓다 혹은 좁다 등의 판단은 취향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폭을 줄이면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더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물론 이것 역시 지엽적인 문제이지만,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새로운 G80 세단은 3세대에 이른 제네시스 브랜드의 향후 발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동시에 높은 수준의 품질도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차량의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는 같은 등급의 일본이나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이 가능한, 어느 부분에서는 우위를 보이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무난하게 다듬은 측면부 디자인에서 한 걸음 나아가 무언가 기존의 가치를 돌파(突破; break through)하는 창의성도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BH 모델 기준의 최초 모델 이후 12년이 지났고 이제 지속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역동적 발전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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