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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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파커
  • 신지혜
  • 승인 2015.02.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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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의 벤틀리와 레슬리의 마쓰다


비록 범죄자이긴 하지만 그, 파커에게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자신의 약속은 반드시 잊지 말 것, 동료에 대한 의리를 지킬 것, 배신은 복수로 갚을 것. 이 세 가지 원칙 안에서 행동하는 그는 사람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여자친구를 사랑하며 그 자신도 흐트러지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배신이 찾아든다. 죽음의 문턱에서 버려진 파커는 가난하지만 착실하게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자신을 배신하고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일당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놈들의 본거지를 추적하던 파커는 플로리다 팜비치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자인 레슬리를 만난다. 지치고 쪼들리는 인생을 힘겨워 하던 레슬리는 파커의 정체를 알아채고는 그의 파트너가 되어 도울 테니 지분을 나눠달라고 요구한다.

일단 제이슨 스타뎀이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액션, 언제나 신사적인 모습의 그를 떠올려보자. 그는 트랜스포터든 범죄자든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목숨에 대해 존중함을 갖고 있다. 그 이미지와 행동양식은 영화 <파커>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남의 돈을 훔치는 사람이지만 함부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나름 동료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그리고 입은 은혜를 갚고 당한 배신에 복수하는 패턴을 유지한다.

여기에 제니퍼 로페즈가 가세한다. 노래와 연기를 오가며 언제나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그녀가 이번에도 두려움 없이 당돌하게 파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인다. 팜비치 부자들의 집을 중개하는 레슬리. 결혼생활도 망가지고 엄마에게 신세를 지며 이렇다 할 실적도 없이 매일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파커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을 게다. 갑자기 팜비치에 벤틀리를 몰고 나타나 집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어느 집에 시선을 꽂고 움직이지 않던 파커. 그런 파커를 보고 레슬리는 뭔가 낌새를 채고 그의 정체를 알아내고는 곧바로 협상을 시작한다. 레슬리에게 파커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매력적이고 멋진 남자이기도 하다. 제니퍼 로페즈는 이런 레슬리의 마음을 바로 투영시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테일러 헥포드다. 그가 누구인가. <사관과 신사>, <라 밤바>, <백야>, <레이> 등의 영화를 통해 한 인물의 삶을 누구보다도 역동적으로 섬세하게 연출하는, 드라마에 강한 감독이 아니던가. 그런 그가 액션에 손을 댔으니 이 영화 <파커>가 단순히 킬링 타임용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영화에 더해지는 눈요기는 역시 자동차다. 함께 일한 그들로부터 내쳐지는 파커는 쉐보레 서버번 GMT 830에서 뛰어내린다. 그 차는 파커의 원칙에 반하는 그들이 타고 있고 그 곳에서 파커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제안을 받는 순간까지 서버번은 그들을 동료로 묶어놓지만 파커가 제안을 거절하는 순간 파커는 그 차에서, 그 갱단에서 퇴출된다. <파커>의 이야기의 시작을 알려주는 쉐보레 서버번인 것이다.
 

팜비치에서 집을 구하는 척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차가 있어야 한다. 손쉽게 이 차 저 차를 절도할 수 있는 파커는 이번엔 어디에서 구했는지 벤틀리를 타고 집을 보러 다닌다. 레슬리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용 차, 자신의 실제 모습과 상황을 숨기기 위한 은폐용 차로 그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 아이러니하게도 파커는 컨버터블을 몰면서 자신을 팜비치의 집들 사이와 해변이 노출시킨다. 그것은 어쩌면 파커 자신은 숨기는 것 없는, 액면 그대로의 남자임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과도 같다. 마쓰다 CX-9를 몰며 부자들을 부러워하고 경멸하면서도 부를 손에 쥐고 싶은 갈증에 시달리던 레슬리에게 어쩌면 파커의 벤틀리는 한 줄기 시원한 물, 놓치고 싶지 않은 무엇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글 · 신지혜 (시네마토커,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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