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같은, 벤틀리 V8 60년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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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같은, 벤틀리 V8 60년을 돌아보다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20.03.2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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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산에 쓰이고 있는, 양산되는 것 중 가장 역사가 깊은 V8 6.75L 트윈터보 엔진이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지 60주년을 맞았다.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이 그 엔진을 얹은 첫 벤틀리와 마지막 벤틀리를 몰아봤다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 아직 발표하지 않은, 몇 년도 아니고 기껏해야 몇 달 뒤의 어느 시점이 되면, 벤틀리는 뮬산이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리라는 사실을 밝힐 것이다. 그 때쯤이면 뮬산이 나온 지 10년 정도가 되었을 테고, 차세대 기함 모델을 위한 벤틀리의 계획에 관해서는 내가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뮬산이 그리울 것이다. 그 차가 등장했을 때, 나는 확신하지 못했다. 내 관점에서는 약간 어색해 보였고, 아나지와 터보 R과 같은 모든 웅장한 차들의 뒤를 이을 자격이 있는지 불확실했다. 전적으로 폭스바겐의 자금에 의해 개발된 첫 최상위 초대형 벤틀리 모델로서, 나는 좀 더 대담한 것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지난 세월 동안 벤틀리의 모습이 그렇게 잘 자리 잡았던 차는 없었다. 이런 시선으로 보면, 뮬산은 놀랄 만큼 잘 숙성되어 왔다. 그리고 만약 정말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벤틀리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표가 붙은 마지막 모델이 된다면, 미래의 위상은 보장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가 엔진이기는 하지만, 뮬산이 단종된다면 내가 훨씬 더 그리워할 다른 것이 있다. 부드럽게 기울어진 보닛 아래에 담겨 있는 거대한 영국식 8기통 알루미늄 엔진이 바로 그것이다.

 

S2에 쓰인 에어컨과 파워 스티어링은 1959년을 대표하는 혁신들이었다

이 엔진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 생산을 이어온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아직까지 자사 차들에 얹고 있는 것으로서는 그렇다. GM은 고유의 스몰블록 엔진을 만들고 있고 포드도 윈저(Windsor) 엔진을 만들고 있다. 둘 다 벤틀리의 것보다 더 오래되었지만, 낡은 것을 대체하거나 핫 로드같은 차들을 만들 때 쓰도록 ‘크레이트’(crate) 형태로만 만들고 있다. 그 엔진들은 새 차에는 쓰이지 않는다.

벤틀리의(더 정확하게 말하면 롤스로이스의) V8 엔진에 관한 이야기는 실제로 1950년대 초반에 시작되었다. 당시에 쓰이고 있던 직렬 6기통 엔진은 1920년대 초반으로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이미 수명이 다해간다는 인식이 있었다. 더 높은 출력과 더 큰 토크를 내며, 더 세련되고 더 신뢰성 높은 새 엔진이 필요했다. 그와는 별개로 사실 더 중요했던 점은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엔진 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까다로운 문제였다.

 

3톤에 가까운 차가 보여주는 성능과 세련미는 대단하다

V12 엔진도 고려했지만 복잡하고 무겁다는 이유로 배제되었고, 그래서 V8 구성이 선택되었다. 내 생각으로는, 오늘날 아주 많은 사람이 그 엔진을 미국 엔진의 복제품이나 수십 년간 로버가 썼던 뷰익 V8 엔진처럼 직접 사서 쓴 것으로 오해하는 이유가 그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순수한 롤스로이스 설계 엔진이었다. 처음에는 6.25L로 나왔다가 6.75L로 배기량을 키우며 성능과 세련미를 높였다. 사실 주철이 아닌 알루미늄을 주조해 만든 덕분에 구형 직렬 6기통 4.9L 엔진보다 전혀 무겁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했다.

 

S2의 V8 6.25L V8 엔진이 S1의 직렬 6기통 엔진을 대체했다

엔진을 만든 이들이 실제로 그 엔진을 없애려고 했다는 사실은 그 엔진이 오랫동안 살아남은 것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1970년대 말에 포르쉐가 이미 노후화된 911을 대체하려는 목적으로 928을 만들었던 것처럼, 비커스(Vickers)는 - 1990년대에 롤스로이스를 소유했던 회사다 - 신형 아나지와 세라프 세단에 현대적인 BMW 엔진을 얹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폭스바겐이 벤틀리를 인수한 1998년에 폭스바겐이 처음 공식적으로 움직인 것은 구형 V8 엔진을 다시 생산하고, 그 엔진을 넣을 수 있도록 상당한 비용을 들여 아나지의 차체 앞부분을 완전히 재설계한 것이었다.

적당한 때가 되면 V8 엔진도 완전히 재설계하려 했다. 주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출력과 신뢰성도 높일 생각이었다. 1959년에 나온 6.25L 엔진과 고스란히 바꿔 얹을 수 있는 현대적 V8 6.75L 트윈터보 엔진이 만들어진 지 몇 해가 지나도록, 새 엔진이 옛 것을 그대로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날, 그 엔진은 단순히 멋진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가 아는 한, 다른 엔진들 가운데 이런 식으로 힘을 내는 것은 없다. 요즘 그 엔진이 내는 최고출력은 537마력으로, 60년 전보다 최소 250%가 넘는 수치다. 그러나 벤틀리가 디젤 엔진을 버린 지금, 뮬산은 현재 판매 중인 8기통 및 12기통 벤틀리 가운데 가장 출력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토크 관점에서는 어느 엔진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1750rpm에서 112.1kg·m이라는 든든한 힘을 내는데, 그 이상의 토크를 내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ZF 변속기를 녹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엔진이 토크를 내는 방식을 생각하면, 종종 변속기가 아예 필요 없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엔진이 오랫동안 버텨온 것도 마찬가지여서, 밸브(실린더당 두 개 뿐이다)들은 실린더 뱅크 사이에 깊숙이 숨겨진 한 개의 캠샤프트에 연결된 긴 푸시로드를 거쳐 작동하기 때문에, 절대로 회전수를 많이 높일 수 없지만 설령 벤틀리가 그러고 싶었다고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심지어 최고출력은 4200rpm에서 나오지만, 이 엔진의 정말 재미있는 특성은 엔진 회전수를 절대로 2400rpm 이상 올리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토크 때문에 웃음이 절로 나오리라는 점이다. 이렇게 수월하게 힘을 내는 다른 엔진은 없다.

그리고 그런 특성은 달릴 때마다 드러난다. 사실, 어딘가로 떠날 필요도 없다. 그냥 자리에 앉아 시동을 걸고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밟기만 해도, 금세 뭔가 존경할 만한 위대함의 존재를 느끼게 될 것이다. 

 

S2에는 현대적 엔진이 쓰였지만 디자인은 과거 차들을 연상시킨다

그런 엔진을 얹기에 더 잘 어울리는 차도 없다. 뮬산과 그 엔진의 성격은 911과 수평대향 6기통 엔진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내장재를 수작업으로 바느질한 실내에 몸을 실으면 우선 차를 만들 때 얼마나 많은 소가 쓰였는지 놀라게 되고, 업계에서 가장 훌륭한 좌석에 - 벤틀리가 직접 만든 것이다 - 몸을 기대고 이런 차가 어떤 식으로 성능을 발휘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차가 바로 뮬산이다.

말초적인 반응 면에서는 V12 엔진을 얹은 메르세데스-AMG 같은 차들도 비슷하지만, 그런 차들은 한껏 힘을 낼 때 굉음을 낸다. 옛 벤틀리 엔진은 절대로 굉음을 내지 않는데, 이는 절대로 차 스스로 힘을 내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벤틀리는 마치 천둥처럼 힘을 쏟아낸다. 오늘날의 양산차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증기기관차 쪽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달리는 동안 기어 단을 유지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깨닫게 되는데, 이는 아랫단으로 변속되는 등 품위 없는 일들이 가속을 방해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토크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면 그만이다.

이와 같은 엔진과 차의 조합은 계속 이어지기 어렵다. 요즘에는 객관적 판단이 특별히 좋은 것은 아니어서, 객관적으로 나은 차를 만드는 것은 주관적으로 나쁜 차를 만드는 일 만큼이나 위험 부담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차에서 그런 기준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나로서는 뮬산이 언제 다른 모델로 대체될 지, 심지어 뮬산이라는 모델이 과연 대체가 가능할지 짐작할 수 없다. 벤틀리는 롤스로이스는 물론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라곤다에게도 자신의 영역을 뺏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간의 공백기가 있을 것이고, 새 차가 나올 때는 순수 전기차가 되리라고 예상해 본다.

즉, 이는 뮬산과 뮬산에 쓰인 놀라운 옛 엔진의 종말에 그치지 않고, 벤틀리에게는 한 세대의 종말이라는 의미도 어느 정도 담겨 있다. 그럼에도 60년이라는 세월은 - 벤틀리 차들이 존재한 기간의 절반에 가깝다 - 좋지 않은 시간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세월을 지켜본 사람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기쁘다. 
 

 

 오리지널 벤틀리 V8 엔진과 비교하면?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어보면, 신형 V8 엔진이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새 엔진을 얹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빼면, 다른 부분들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S1이 그냥 S2가 되었고, 6기통 4.9L 엔진이 V8 6.25L 엔진으로 바뀐 것이다.

출력이나 토크에 관한 이야기도 없었는데, 공식적 이유는 그리 대단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신빙성이 있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겨우 200마력 남짓한 출력을 내는 새 엔진이 30년 가까이 더 앞서 나왔던 마지막 ‘진짜’ 벤틀리에 올라간 엔진보다 더 나을 것 없는 출력을 냈다는 사실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그저 60년의 간격을 두고 만들어진 두 엔진이 뭔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관련성을 느낄 수 있을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는 실제로 그런 점이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더 마음이 끌렸다.

물론, 나는 S2가 고유한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래된 설계와 더 작은 배기량, 터보차저의 부재라는 단점에도 무척 활기가 넘친다고 느꼈다. 1959년 기준으로 보면, S2는 그 시기에 어울리는 움직임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여전히 매력적인 느긋함을 지니고 있고, 천둥처럼 쏟아져 나오는 소리는 더 우렁찬 반면 오늘날 뮬산의 엔진이 그렇듯 60년 전 분위기에는 적당한 느낌이다. 엔진의 실제 느낌은 엔진이 올라가 있는 차보다 훨씬 더 젊고, 그래서 그런 느낌이 더 크다. 엔진은 1959년 기준으로 새로운 것이었지만, S2의 설계 철학은 거의 제2차 세계대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갈 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런 점이 드러난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가 모노코크 구조로 만든 섀도우와 T-시리즈를 통해 현대적 설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60년대 중반이 되어서였다. S2는 여전히 흥미로운 골동품이지만, 엔진이 올라간 차보다 엔진이 더 나았다. 그런 점에서는 뮬산도 완전히 같다. 두 차 모두 그리울 것이다.

 

 벤틀리 V8 엔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위대한 차들

뮬산 터보 1982년
이 엔진이 벤틀리를 구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뮬산에 터보를 더함으로써(출력이 50% 높아졌다) 벤틀리는 이름을 바꾼 롤스로이스 차들을 만드는 빈사상태의 브랜드에서 롤스로이스의 자매품으로 위상이 달라질 수 있었다. 뮬산 터보가 나오기 전까지, 벤틀리는 롤스로이스 생산량의 5%를 차지했다. 1년 안에 그 수치는 30%가 되었다. 10년 사이에 벤틀리는 롤스로이스보다 두 배 더 많이 팔리게 되었다. 

 

컨티넨탈 R 1991년
1950년대 이후 처음으로 롤스로이스에 형제 모델이 없는 벤틀리 단독으로 등장한 차다. 잘 팔리고 있던 터보 R 세단을 바탕으로 만든 콘티넨탈 R은 1951년에 나온 탁월한 차였던 R-타입 콘티넨탈에 관한 기억을 환기시켰다. 쿠페 특유의 흐르는 듯한 선을 담았지만 순수한 4인승 실내 구성을 유지했던 터보 R은 화려함, 개성, 독특함을 지닌 벤틀리였다. 10년 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이름을 되살리는 자신감을 보여준 차다. 

 

컨티넨탈 T 1996년
컨티넨탈 R을 T로 바꾸려면 당시까지 나왔던 벤틀리 가운데 가장 강력한 모델이 되어야 하는 만큼 엔진 출력을 높여야할 뿐 아니라 서스펜션도 강화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휠베이스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의 복엽기와 같은 운전석, 믿을 수 없는 가속력과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승차감을 지닌 벤틀리 최고의 스포츠카였다. 그런 사실이 중요했나? 그렇지 않았다. 차가 주는 재미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나지 레드 레이블 1999년
벤틀리의 레이블 색은 한때 그 차의 성격을 나타내기도 했다. V8 6.75L 터보 엔진이 죽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에, 벤틀리는 일시적으로 쓰이지 않았던 방식을 되살려냈다. 그래서 레드 레이블은 벤틀리가 직접 개발한 엔진을, 그린 레이블에는 여전히 코스워스가 개조한 BMW의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었다. 구매자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에, 구형 엔진은 그 뒤로도 20년 간 생산이 연장되었다.

 

스테이트 리무진 2002년
영국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벤틀리는 새로운 스테이트 리무진을 ‘여왕폐하’에게 선물했다. 언뜻 매력적인 선물처럼 느껴졌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국가적 행사에서 왕족의 이동을 책임지는 차의 지위를 롤스로이스로부터 빼앗아온 홍보 차원의 쿠데타였다.

 

브루클랜즈 2006년
1992년에 나온 브루클랜즈 세단과 혼동하지 않도록 이야기하자면, 이 차는 브루클랜즈 쿠페이고, 개인적으로는 벤틀리가 지난 세월 동안 내놓은 차들 중 ‘벤틀리 보이즈’의 영혼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차에 가장 가깝다고 본다. 빠르고 날렵하며 놀랄만큼 드리프트하기 쉬웠던 이 차는 악당, 건달, 신사적인 보석 도둑들이 몰 만한 차로, 혹은 최소한 모는 사람을 그렇게 보이도록 만드는 차였다. 그래서, 벤틀리가 지금의 뮬산으로 쿠페 버전을 만들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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