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에서 꽃 핀, 폭스바겐 투아렉 V6 3.0 T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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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에서 꽃 핀, 폭스바겐 투아렉 V6 3.0 TDI
  • 최주식
  • 승인 2020.03.30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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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렉은 빗길에서도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달리기가 장점. 내비게이션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3세대 투아렉을 처음 만난 때는 2018년 6월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였다. 푸른 하늘과 아직 눈이 남아있던 산봉우리며 상쾌한 바람이 금방 콧등을 스치고 지나간 듯 기억이 새롭다. 어떤 장소의 기억은 거기서 만난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투아렉에 대한 낭만적인 기억은 장소 탓도 있겠지만 모처럼 사고 싶은 차를 만났다는 느낌도 컸다. 디자인과 기능, 성능 모두 기대 이상이었고 이는 투아렉이 3세대에 이르러서야 방향성을 명확히 한 결과물이었다. 어쨌든 기다림이 길었다. 그만큼 한국 시장 출시가 늦어진 아쉬움이 있다.  

 

오랜 기다림 뒤의 재회인데 하필 비가 내린다. 서둘러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는다. 높고 시야가 넓은 공간, 이노비전 콕핏 디스플레이라 부르는 큼직한 계기판이 반갑다. 운전석의 미래적인 감각은 시간이 좀 지났어도 여전하다. 계기판과 이어지는 터치스크린은 손으로 터치하려는 순간 메뉴가 활성화되었다가 멀어지면 감춰진다. 제스처 인식 기능이다. 오디오 볼륨 조절은 따로 토글스위치가 자리한다. 모든 게 디지털화되기보다 이렇게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물리적 버튼이 남아 있는게 좋다. 

 

앞뒤 모두 20인치 타이어는 접지력이 좋다

시승차는 V6 3.0 TDI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기본형 프리미엄(8890만 원)과 프레스티지(9690만 원), 그리고 R-라인(1억90만 원) 세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장비의 경우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에어 서스펜션, 올 휠 스티어링은 프레스티지 이상부터 적용된다. 사실 없으면 꽤 서운한 장비여서 선택을 한다면 프레스티지는 골라야 할 성싶다. 

 

그리고 IQ 라이트,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 다인 오디오는 4.0 TDI 프레스티지부터, 나이트 비전은 4.0 TDI R-라인에 적용된다. 이미 경험했던 것의 부재를 확인하는 것은 조금 서운한 일인데, V8 4.0 TDI 모델은 출시를 좀 더 기다려야 한다. 2분기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비는 쉼 없이 내리지만 앞창과 뒤창 빗방울을 쳐내는 와이퍼의 분주한 움직임에 따라 시야는 충분히 확보된다. 대형 SUV의 장점은 사실 궂은 날에 드러나기도 한다. 우산을 접고 펴며 차에 타고 내리는 일련의 과정이 무척 수월하다. 짐이 있을 때는 말할 나위 없다. 

V6 3.0L 286마력 디젤 엔진은 비교적 부드럽고 거친 소리 없이 속도를 높여나간다. 61.2kg.m에 이르는 최대토크도 2250-3250rpm 구간에서 탄탄하게 받쳐준다. 가속의 중간 영역에서 힘들이지 않고 고속 영역으로 나아간다. 공차중량 2250kg의 무게는 묵직하기보다 유연하면서 안정적이다. 

 

스티어링 휠이 살짝 가볍다는 느낌이 들 때 스포츠 모드로 바꿔주면 확실히 묵직해진다. rpm도 높게 쓸 수 있어 한층 스포티한 주행감을 즐길 수 있다. 주행모드는 오프로드, 스노, 인디비주얼을 포함해서 모두 7가지인데 다이얼로 쉽게 조절 할 수 있다. 그런데 프리미엄 트림은 이중 컴포트 모드가 빠져 모두 6가지다. 그 옆에 똑같이 생긴 다이얼은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체의 높낮이를 최저 40mm에서 최대 70mm까지 조절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셀프 레벨링 기능이 있어 주행모드에 다른 높이조절과 전자식 댐퍼 컨트롤이 포함돼 있다. 프리미엄 트림은 이 기능도 제외된다. 

빗길에서 안정적인 느낌은 실제 그렇기도 하지만 네바퀴굴림이 주는 든든함도 있을 것이다. 네바퀴의 토크 배분은 주행상황에 따라 앞 70%, 뒤 80%까지 나눠지며 최적의 트랙션을 확보한다. 달리면서 인상적인 것은 안정감, 그리고 밸런스가 좋다는 것.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에서도 그다지 속도를 의식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배경이다. 

자연스러운 달리기는 올 휠 스티어링의 효과 덕분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로 보면 시속 37km까지 뒷바퀴는 앞바퀴와 반대 각으로 도는데, 이렇게 되면 회전반경이 줄어들어 더 민첩하고 조종이 쉬워진다. 그리고 시속 37km 이상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돌아 핸들링이 더 부드러워지는 원리다. 

 

V6 3.0L 286마력 디젤엔진을 얹었다

투아렉이 폭스바겐 소속이라는, 그래서 고급차보다는 대중차라는 선입견도 있지만 올 휠 스티어링 시스템을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공유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시스템은 벤틀리 벤테이가의 것과 동일한 기술을 사용한다. 주행성능 측면에서 투아렉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로 횡적 안정성을 꼽는 기술적 토대다.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앞뒤 액슬에 달린 안티 롤 바인데, 안티 롤 바 가운데 모터를 달아 주행상황에 따른 좌우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운전하기 좋은 자세. 시원하고 편안하며 고급스럽다

안정감을 더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 편안하면서 단단하게 몸을 잘 잡아주는 시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정작 달리면서 신경 쓰이는 부분은 내비게이션이었다. 구글 어스를 경험해본 탓인지 국내용 지도는 그래픽과 표현 방식이 상당히 실망스럽다. 물론 계기판 가운데 지도를 띄울 수 있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있으므로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큰 스크린에 지도를 띄우면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고 시선이 가면 오히려 헷갈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음성 안내도 가끔 엉뚱한 소리를 했다. 내가 생각할 때 이노비전 콕핏 디스플레이를 최고로 구현하는 방법은 그에 걸맞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트림에 따라 옵션 차이는 있지만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는 전 라인업에 기본이다. 이런 설정은 좋은 자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작동 범위가 넓다는 게(0-시속 250km) 장점이다. 레인 어시스트와 함께 준자율주행 기능을 잘 수행했지만 갑자기 끼어드는 차에 반응하지는 못했다. 주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예측하기 힘든 터널 출구나 교차로에서 접근하는 차 또는 보행자를 감지하고 비상정지 시키는 전방 트래픽 어시스트 기능은 확인해볼 수는 없었지만 안전운행에 매우 중요한 장치로 보인다. 이런 안전장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게 듬직하다. 

 

오랜만에 재회한 투아렉은 여전히 매력적인 SUV로 다가왔다. 한 가지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에서 구글 어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 말고도 말이다. 

 Fact file  The New Touareg V6 3.0
가격    9690만 원(프레스티지)
크기(길이×너비×높이)    4880×1985×1670mm
휠베이스    2899mm
엔진    V6 2967cc 디젤
최고출력    286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    61.2kg·m/2250~3250rpm
변속기    자동 8단
최고시속    238km
연비(복합)    10.3L/km
CO2 배출량    188g/km
서스펜션(앞/뒤)    모두 5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85/45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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