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되어가는 자동차 제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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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가 되어가는 자동차 제조사들
  • 제임스 앳우드(James Attwood)
  • 승인 2020.03.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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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대중의 태도로 인해 가죽 대체품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보크 구매자들은 비용 추가 없이 가죽을 대신할 친환경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음) 스테이크가 자동차 산업을 바꿀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전국 소매점을 통해 출시된 그렉스 베이커리(영국 최대의 베이커리 체인)의 수많은 비건 제품들도 성공 가능성이 낮아보였으나, 예측을 깨고 놀라운 성공을 거두며 ‘애니멀-프리’(animal-free, 동물성 재료의 불포함)의 수요에 맞춘 제품이 유망 사업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채식주의의 부상은 건강과 환경, 동물복지의 결합에 의해 주도된다. 동물에서 유래한 식품을 먹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자동차의 가죽 내장재와 같은 동물 기반의 제품 사용을 완전히 피하는 것이다.

가죽은 오랫동안 차량 인테리어의 고급 소재로 사용되어 왔으며, 여전히 많은 선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동물 가죽을 대체할 소재 개발 연구가 이루어져왔으며, 일부 제조사는 가죽 옵션을 완전히 폐지할 수 있을 정도까지 이르렀다.

F1 그랑프리 6회 챔피언인 루이스 해밀턴이 그의 고용주인 메르세데스-벤츠에게 가죽을 완전히 배제할 것을 요구할 정도로 대중적으로 비건 옵션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구상에는 15억 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
해밀턴은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밝혔다

 기존 가죽을 대체할 대안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메르세데스는 2003년부터 아티코(Artico)라는 합성 가죽을 적용했으며, 토요타는 소프텍스(Softex)라는 소재를, 페라리 역시 일부 모델에 마이크로 프레스티지(Mycro Prestige)라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PETA의 기업 프로젝트 책임자 이본 테일러는 <오토카>와의 인터뷰에서 “패스트푸드나 패션, 항공, 서비스업 등의 산업과 비교할 때 자동차 산업은 비건 제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느리다”며 “이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수년간 고품질과 내구성을 위해 비건 가죽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테일러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가죽은 육류 산업의 부산물이 아니다”라며 “10억 마리 이상의 소, 양, 염소, 돼지 등의 동물을 도살하는 연간 1000억 달러(770억 파운드, 약 12조 원)의 전 지구적 산업”이라고 지적하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모든 모델에 대해 완전한 비건 인테리어 옵션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테일러의 말에 따르면, 자동차용 가죽 생산 업체에 재료를 공급하는 브라질 목장주에 대해 PETA가 조사한 결과, 공장식 사육, 좁은 사육 공간 및 동물 학대의 증거들이 발견됐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가죽을 대체할 새로운 비건 소재를 개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죽은 고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선택지이며,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변화하는 수요에 발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는 2003년부터 인조 가죽을 제공하고 있다

랜드로버는 이러한 대체 소재의 사용에 대해 관련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이 분야의 리더로 앞서가고 있다. 이보크와 벨라는 가죽 대신에 크바드라트의 프리미엄 울 폴리에스테르 혼합재와 미코의 합성 스웨이드, 유칼립투스 섬유를 사용한 내장재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랜드로버의 컬러 및 소재 수석 디자이너인 아미 파셀라는 “프리미엄 자동차 고객은 여전히 럭셔리함을 선호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하는 등 가능한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는 PETA가 주식을 인수한 후 가한 압력으로 인해 인테리어 옵션에서 가죽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도 했다.

볼보의 새로운 자매 브랜드인 폴스타는 가죽 대신 자체 개발한 위브테크(Weavetech)라는 수성 PVC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다. 폴스타의 수장 토마스 잉엔라트는 “우리의 관심은 전동화를 뛰어넘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이 가죽을 사용하지 않은 인테리어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체 가죽에 대한 관심은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업계의 노력을 앞질러, 포드 머스탱 마하-E와 폭스바겐 ID 3 EV가 애니멀-프리 소재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PETA는 압력을 가해 테슬라가 비건 소재를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죽 산업계는 가죽 제품들이 높은 잠재력과 필연적인 미래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레더 UK의 책임자인 케리 시니어 박사는 “현실은 전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고기를 먹고,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매년 700만 톤 이상의 가죽과 부산물이 생산되며, 이 또한 현명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가장 효율적이면서 훌륭한 대책은 가죽 생산이다. 가죽은 분명 육류 산업의 부산물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가죽의 대안 제품 생산에도 모두 합성 화학물질이 사용된다”고 꼬집었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도전은 가죽과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잠재적으로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높은 내구성과 대량 생산이 가능한 프리미엄 재료를 찾는 것이다. 위브테크 테스트를 위해 폴스타는 인위적으로 6000시간의 숙성 시험을 진행했는데, 여기에는 4주 동안 끓는 물과 같은 환경에 담궈놓는 것도 포함된다. 새로운 생산 프로세스도 새로운 옵션을 창출하고 있다. 새로운 재료는 종종 콘셉트 카를 통해 선보이기도 한다.(사진 참조)

가죽이 높은 인기를 유지함에 따라 그렉스 베이커리가 여전히 진짜 스테이크 빵을 판매하는 것처럼 자동차 산업이 가까운 미래에 가죽 제공을 중단할 것으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채식주의를 비롯해 윤리적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그런 사업에서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할 것이다. 

 

 미래의 비동물성 소재 

폭스바겐 ID Roomzz: 사과 껍질 가죽
지난 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된 대형 전기 SUV 콘셉트는 주스 생산 과정에서 남은 사과 껍질에 폴리우레탄을 혼합해 만든 가죽 스타일의 소재를 채택했다.

 

벤틀리 EXP 100GT: 포도 가죽
레드 와인과 내장재를 조화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벤틀리의 100주년 기념모델은 와인 생산 과정에서의 폐기물인 포도 껍질로 만든 재료를 사용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AVTR: 재활용 소재
올해 소개된 근미래적 느낌의 비전 ATVR 콘셉트에는 낡은 옷, 플라스틱 병, 깃발 등을 재활용한 다이나미카 마이크로 파이버를 사용했다. 볼보의 여러 차량을 비롯해 르노 조에 등의 차량 역시 유사한 소재를 이미 양산차에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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