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이 전설적 인물은 왜 도망자 신세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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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이 전설적 인물은 왜 도망자 신세가 되었나?
  • 켄 깁슨(Ken Gibson)
  • 승인 2020.04.07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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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수장이었던 백만장자의 추락을 지켜보고 있다
곤은 파산 언저리에 있던 닛산을 2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위대한 카를로스 곤의 전설적인 이야기는 2020년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관련 위법행위와 관련된 여러 혐의에 대한 재판을 기다리던 와중에 진행된 그의 드라마틱한 탈출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 같았고, 베이루트에서 열린 폭발적인 기자회견(1월 15일) 역시 기괴하면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이 사건은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강력하고 다채로우며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바로 카를로스 곤. 그는 얼마 전까지 세계 122개 공장에서 47만 명의 직원을 고용해 연간 10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건설한 제국을 이끈 놀라운 경력의 소유자다. 

이 산업을 이끌어온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곤 역시 시작은 미약했다. 타이어 제조사인 미쉐린을 비롯해 프랑스 회사에서 일한 지 18년 만에 미국 회사의 CEO로 우뚝 서면서 성공가도에 올라섰다. 1996년에는 르노로 자리를 옮겨 공장 폐쇄와 일자리 삭감 등 무자비한 비용 절감으로 ‘르 코스트 킬러’(Le Cost Killer)라는 별명을 얻으며 르노의 회생을 이끌었다.

얼마 뒤 곤은 1999년 파산에 직면한 닛산의 지분 36.8%(현재 43%)를 인수하며 ‘미스터 픽스 잇’(Mr Fix it)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된다. 곤의 계획은 모든 산업 분야를 통틀어 가장 놀라운 전환을 만들어낸 것으로, 이는 닛산이 단 2년 만에 파멸의 문턱에서 수익 창출로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는 1996년 르노에 들어가 2005년에 CEO가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를 운영하는 최초의 비 일본 출신이었다. 그의 계획은 5개 공장을 폐쇄하고 2만1000개의 일자리를 삭감하는 것이었지만, 몇 년 안에 그는 일본 산업의 구세주로 여겨졌다. 수년간 영웅으로 떠받들어진 곤은 2001년에 만화로 그의 삶이 그려지기도 했으며, 2011년에는 누가 일본을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7위로 선정됐을 정도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주요 업체로 급부상하면서 성공에 성공을 거듭했다. 2007년에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무공해차 대량 생산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2010년 닛산 선덜랜드 공장에서 처음 생산되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인 리프를 통해 반대세력을 전기차로 이끄는 선구자였다. 그의 목표는 순수한 전기차 세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곤은 그의 제국을 더욱 확장하는데 사로잡혔고, 얼라이언스는 2014년 르노가 라다(Lada) 브랜드를 보유한 러시아 제조사 아브토바즈(AvtoVAZ)를 인수한 후 2016년 위기 상황에 처해있던 미쓰비시의 지분을 인수했다.

2017년까지 얼라이언스는 연간 1천만 대의 자동차 생산 장벽을 깨뜨렸고, 2018년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FCA)과 또 다른 파트너십을 맺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가 체포되면서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고, 결국 FCA는 PSA 그룹과 손을 잡게 됐다.

그의 제국이 성장함에 따라 곤은 더욱 독재자가 되었고,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베이루트와 리우데자네이루, 파리, 암스테르담에 고급 주택을 비롯한 사치스런 생활을 이어갔다(그는 레바논, 브라질,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다). 그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얼라이언스 15주년 기념에 맞춰 그의 60번째 생일 파티를 열었으며 - 63만5000유로(현재 가치로 54만2000파운드, 약 8억4552만 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이후 베르사유에서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마리 앙투아네트를 주제로 한 호화로운 연회를 열기도 했다.

 

곤은 2010년 르노 F1팀을 매각했으나, 2016년 다시 르노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의 임금은 특히 르노의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와의 논쟁 원인이 됐다. 2017년에 그는 1700만 달러(1300만 파운드, 약 20억2800만 원)의 급여, 주식 옵션 및 보너스를 지급받았고, 주주들은 그의 2018년 급여 인상을 반대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곤은 그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밝혔다. “상사는 행동할 수 있는 100%의 자유와 그가 한 일에 대한 100%의 책임을 가져야만 한다. 나는 어떠한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닛산과 르노를 완전히 합병하려는 그의 움직임과 점점 더 독재화되어가는 스타일은 닛산 내부의 주요 인물들이 그에게 대항해 그의 재정문제에 대한 비밀조사로 이어졌고, 마침내 그는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곤은 오는 4월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수입을 축소해 세금을 탈루하는 등 여러 건의 혐의로 일본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곤 덕분에 닛산은 리프를 바탕으로 한 전기차로의 전환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다

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재판을 받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지만, 일본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이 맺어져있지 않은 레바논으로의 탈출은 앞으로 계속해서 그가 그 곳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레바논 사법 검찰은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체포를 위한 인터폴의 적색 수배와 과거 이스라엘 여행을 금지한 레바논 법 위반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도쿄 검찰청은 곤의 발언에 대해 “그의 주장은 그가 저지른 행위들을 무시한 것으로, 일본 형사 사법 제도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닛산은 그의 탈출과 그에 대한 언급에 대해 “매우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내부 조사에서 “보수에 대한 거짓 진술과 개인 이익을 위한 회사 자산의 오용 등 곤의 다양한 부정행위에 대해 논란의 여지없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카를로스 곤의 특별한 사건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야기를 넷플릭스의 블록버스터로 만든다면 꽤나 재밌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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