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하나뿐, 실내 윈터 테스트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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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하나뿐, 실내 윈터 테스트 현장을 가다
  • 줄리안 렌델(Julian Rendell)
  • 승인 2020.02.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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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테스트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는가? 줄리안 렌델(Julian Rendell)이 한여름에도 윈터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을 방문했다

매년 11월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윈터 테스트를 위해 북극권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발열 내의와 패딩 재킷을 꺼낸다.

<오토카> 독자들은 위장막을 두른 프로토타입이 냉간 시동을 시작으로, 가속 테스트, 차체 제어장치, ABS, 핸들링 평가까지 마쳐야 눈 덮인 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엔지니어들은 유리함을 얻고자 실외 온도가 30℃ 넘는 여름 내내 눈과 얼음이 있는 실내 테스트 트랙에서 먼저 윈터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실내 윈터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다. 바로 북극권 안으로 290km 정도 들어가면 나오는 핀란드 북부 이발로에 있는 ‘테스트 월드’다. 이곳의 초대를 받아 시설을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

 

7월에도 영하의 온도를 보장한다
아이스 드라이빙을 하면서 우리의 멘탈이 붕괴됐다

야네 세우루야비 테스트 월드 관리 총괄은 “여름 내내 스노타이어, 핸들링, 차체 제어장치, 냉간 시동 등을 시험할 수 있다. 또한 실내라서 파파라치가 접근할 수 없어 프로토타입이 노출될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테스트 월드는 1991년 이발로의 공항과 인접한 곳에 테스트 트랙을 지었고, ‘멜라트랙스’라고 부르는, 도로에서 몇 km 떨어진 곳에 두 번째 부지를 개설한 2012년에 처음 실내 트랙을 건설했다.

영국과의 연결고리도 있다. 베드퍼드셔에 위치한 전 GM 성능시험 시험장인 밀브룩이 2015년 테스트 월드를 인수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밀브룩은 정교한 측정 기계를 만드는 스텍트리스에 넘어갔다.

야네 세우루야비 총괄은 “우리는 자연설과 거의 비슷한 눈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통제되고 반복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엔지니어한테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광학 센서가 e-골프의 속도를 측정한다
이곳에서 진행한 타이어 테스트 결과에 맞춰 타이어 컴파운드와 트레드 패턴을 바꾸기도 한다

테스트 월드는 수십 년 동안 트랙에서 눈과 얼음을 관리해 온 ‘스노하우’(snowhow)를 바탕으로 4월부터 11월까지 실내 눈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한다.

평소 현장에는 엔지니어가 70여 명 정도 있지만, 윈터 테스트가 한창 진행 중일 때는 250명 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테스트의 80%는 EU R117 기준에 맞춰 소비자 타이어의 상태를 측정하는 것이다.

몇 년 사이에는 OEM 방식으로 전기 파워트레인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자동차 개발 주기가 짧아져 1년 내내 윈터 테스트에 대한 수요가 높다. 최근에는 WLTP 기준에 맞춰 엔진을 인증받으려고 몰려들어 사업이 성장했다.

야네 세우루야비 총괄은 “올해 말부터 미국에서 눈 위 타이어 성능에 관한 표시가 부착된다. 따라서 테스트 영역을 확장하고자 픽업트럭을 주문했다. 또한 2020년에는 유럽에서 얼음 위 타이어 성능에 관한 새로운 규정이 생기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더 많은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테스트 월드에서 캔 얼음

2015년에 테스트 월드는 수요에 맞춰 실내 핸들링 트랙을 열었고, 2018년에 직선 구간을 갖췄으며, 올 봄 포장 트랙을 추가로 개설했다. 심지어 여름에도 프로토타입을 밤새 영하 40℃에 세워놓은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컨테이너 몇 개를 마련해뒀다.

야네 세우루야비 총괄은 “몇 년 전에 순수전기차 프로토타입을 가져온 자동차회사가 있었다. 그러나 혹한기 테스트 후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그들은 정말 고마워하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본사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오늘날 테스트 월드는 길이 20km인 에어포트와 80km인 멜라트랙스 실외 테스트 트랙(이 중 1.2km 구간은 실내)을 갖추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실내 트랙 2개를 포함한 더 많은 시설을 확충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야네 세우루야비 총괄은 멜라트랙스를 현재의 4배 규모인 1000만㎡로 늘리기 위해 주변 이웃들과 토지 매입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인도어 X라 부르는 축구장 8개 규모의 고속 실내 트랙이다. 넓이가 6만㎡인 인도어 X는 길이 350m, 너비 9m 신장 모양의 오벌 코스로 구성된 인도어 2의 3배 정도 되는 규모다. 

 

멜라트랙스 부지를 기존 면적의 4배인 1000만㎡로 증축하고 있다

추위 속으로 들어가다 

아스팔트가 깔린 테스트 월드의 최신 실내 테스트 트랙에 진입하는 것은 확실히 초현실적인 경험이다. 

밖은 날씨가 따뜻해서 젖어 있을 뿐 눈이나 얼음은 없다. 그러나 문을 지나자마자 온도가 영하 10℃로 떨어지면서 입김이 나오고 패딩 재킷 지퍼를 올리게 된다. 불이 환하게 켜진 공장 같은 곳에 한쪽에는 얼음이 얼고 다른 한쪽에는 노면이 젖은 400m 구간의 도로가 있다. 

인도어 4와 인도어 5는 모두 길이 205m, 너비 8m 아스팔트 코스로 노면을 빙판, 마르거나 젖은 상태로 만들 수 있고 이를 모두 결합할 수도 있다.

테스트 드라이버 에르노 마키는 노르딕 윈터 타이어를 낀 폭스바겐 e-골프를 타고 트랙션, 브레이크, 차체 제어장치를 테스트하고 있다. 오른쪽 타이어는 젖은 노면에서 가속과 감속을, 왼쪽 타이어는 얼은 노면에서 가속과 감속을 반복했다.

사실 겨울에도 실외에 이런 테스트 트랙을 조성하기 어렵지만 여기는 실내이기 때문에 1년 내내 특정 조건을 만들어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러한 테스트는 봄부터 시작해 여름에 절정을 이루며 스노타이어에 대한 젖은 노면에서 그립, 소음, 효율성 정보를 모아 EU 타이어 성능에 따라 분류한다.

에르노 마키는 한때 취미로 600마력 랠리크로스 레이서와 미케닉으로 활동했지만 현재 그의 직업은 체계적으로 속도에 따른 자동차와 타이어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테스트 월드에서 테스트한 결과 그는 폭스바겐 티구안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강철로 덮인 테스트 건물 안에서는 GPS 속도 센서가 작동하지 않지만, 이로 인해 e-골프는 광학 센서로 정확하게 속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굳이 특별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장비는 도로 위에 빔을 쏘면서 속도를 측정한다. 고정밀 광학 센서의 가격은 무려 1만5000파운드(약 2296만 원). 따라서 <오토카>가 참관하고 있는 이 테스트에서 만약 에르노 마키가 e-골프를 눈더미에 처박기라도 한다면 그의 경력은 여러모로 하향곡선을 그릴 수 있다.

이어서 우리는 인도어 1과 인도어 3으로 장소를 옮겼다. 너비가 13m인 트랙에는 아름다운 하얀 눈이 카펫처럼 바닥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4월부터 활동 중인데도 티구안 타이어가 락에 걸리면 솜털 같은 건조한 눈에서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난다. 

인도어 1과 인도어 3은 인도어 2와 연결해 길이 1km의 눈 덮인 서킷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인도어 2에서 영국 슈퍼카 회사가 신형 모델의 트랙션 컨트롤을 다듬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는 이미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시내 호텔에서 아침을 먹을 때 회사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은 엔지니어들을 봤기 때문이다.

인도어 2의 눈 또한 내 신발에 갓 내린 것처럼 하얗고 놀라울 만큼 부드럽다. 몇 개월 동안 자동차가 여기를 돌아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리는 픽업트럭이 10mm 스파이크를 단 타이어 4개에 의지한 채 800kg 트레일러를 끌고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가장자리 주위에는 습하고 얼음 같은 눈이 깔려 있는데, 에르노 마키는 티구안이 통제 불능 상태에서 시설 벽을 뚫고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너비는 9m로 좁지만 곳곳에 마련된 트랙으로 나갔다 들어갈 수 있는 예비 코스는 넓다. 에르노 마키는 10대 때부터 갈고 닦은 스노 드라이빙 기술을 살려 코너에 진입할 때 브레이크를 일찍 잡고 단호하게 카운터 스티어링하며 앞쪽을 뒤 차축과 반대 방향으로 만들어 밀고 들어간다. 인도어 2에서 그는 힘들이지 않고 정교하게 다루며 티구안을 춤추게 했다.

급격한 코너가 많고 안전지대가 부족해 속도를 낮게 유지하지만 타이어와 차 테스트는 다른 설정의 차체 제어장치와 타이어에 따른 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일관되고 반복하는 주행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랩타임은 주요 측정 지표지만 시트에서 전달되는 감각 테스트 드라이버의 평가 또한 섀시와 타이어 설정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 

내가 운전하자 윈터 테스트에 서투른 실력이 그대로 노출됐다. 브레이크를 늦게 밟아 언더스티어가 발생해 크게 도는 초보자의 실수를 범했다. 

또한 시설의 조명이 너무 밝아 산만하고 실외와 달리 참고할 지점이 없어 고속 서킷에서 조금 방향을 잃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에르노 마키도 내 생각에 동의하며 전문 테스트 드라이버도 반사효과를 없애기 위해 조명을 끄고 대부분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의 지도를 받으면서 나 또한 점점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작년 캐나다에서 경험한 고운 눈이 생각났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테스트 월드에서 몇 개월 지난 눈이 캐나다의 것과 비슷해 놀랐다.

이것이 바로 테스트 월드의 특별한 요소다. 여름에도 윈터 테스트를 위해 온도, 그립, 습도를 정밀하게 조절한 트랙 위에서 자연설과 같은 눈을 만날 수 있다.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테스트 월드가 눈을 관리하는 비법 

얼음 다듬는 장비를 단 픽업트럭으로 코스를 재정비한다

테스트 월드는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가게와 본질이 같다. 물론 실외 환경을 모방한 실내 눈을 연중 8개월 동안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훨씬 더 많은 디테일, 즉 ‘스노하우’를 갖고 있다.

지상 공기를 냉각할 뿐 아니라 지하에 단열재로 보호한 파이프 2개를 심어 테스트 트랙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한다. 가장 깊은 곳에 매립한 파이프는 테스트 시설 영구동토층이 트랙 조건을 저하하지 않게끔 만들기 위해 냉각 과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해 실제로 지면을 따뜻하게 만든다.

중앙 냉각 시설(가장 핵심이라 우리도 시설을 둘러보지 못했다)은 아이스링크 4개를 동시에 영하로 유지할 수 있는 1.5MW 전력을 사용한다. 중앙 시설의 열 교환기에 의해 만들어진 에틸렌글리콜 냉각수는 길이 80km에 달하는 지하 파이프를 따라 흐른다. 열 또한 길이 45km 정도 되는 파이프를 따라 순환한다.

티모 투오비넨 인도어 매니저는 “사실 인도어 시설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눈의 상태를 완벽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손질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4월부터 스키장에서 쓰는 피스텐불리 제설기로 눈을 만들어 시설로 옮긴다. 눈의 두께는 처음에 22cm이지만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10cm로 줄어든다.

테스트 월드는 자체적으로 눈을 만들지 않는다. 최종 결과물이 자동차가 마주할 자연설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티모 투오비넨 매니저는 “실내에는 그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스노하우에서 진정한 전문지식은 실외 상태를 모방하기 위해 신경 써서 눈을 압축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기술이다. 또한 상황에 맞춰 조절하는 습도는 8개월에 이르는 사용 기간에 신선하고 일관된 눈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픽업트럭과 얼음 다듬는 장비 등으로 트랙의 얼음 상태를 관리한다. 물론 아이스링크에서 볼 수 있는 잠보니 기계 2대도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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