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의 차 수다] 테슬라 모델 3을 말하다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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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차 수다] 테슬라 모델 3을 말하다 (1부)
  • 최주식
  • 승인 2020.01.13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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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첫 대중형 전기차 모델 3이 오랜 기다림 끝에 국내에 출시됐다. 본지는 디자인과 성능 테스트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인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구상 교수와 아주자동차대 모터스포츠학과 박정룡 교수와 함께 모델 3을 평가해 보았다. 관련 영상은 새로 시작한 오토카코리아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교수들의 차 수다 첫 번째 시간으로 테슬라 모델 3을 만났다. 디자인적으로나 공학적으로도 큰 변화를 보여주는 차다. 전통적으로 자동차를 가르쳐 온 입장에서 어떤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

박정룡 이러한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 차들도 많이 발전하고 있다. 거기다 다양한 안전 시스템의 투입을 보면 ‘어떻게 해야 안전한 차를 만들 것인가’에 모토가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 현장의 연구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쫓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다. 

구상 기술에 대한 비중이 높아질수록 디자이너의 할 일이 줄어들지 않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경우 너무 조용해 보행자가 차를 인식하지 못해 안전사고가 날 수 있어 인위적으로 소리를 내야 하는 법도 만들어졌다. 어떤 메이커는 유명 작곡가에게 소리 제작을 부탁했다고 한다. 10여 년 전 아우디가 조명을 디자인으로 다루겠다며 LED를 이용한 주간주행등을 선보였을 때 ‘이젠 조명도 디자인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소리까지 디자인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이젠 자동차에 대한 모든 감각을 디자인하는 시대가 오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가 까지 고려해 많은 걸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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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3의 디자인은 어떠한가.

구상 첫 인상은 깔끔하다. 비유하자면 자동차계의 아이폰, 다이슨 같은 느낌이다. 전반적인 모양새는 자동차와 다르지 않은데, 실내에서 느낀 점은 디지털적이고 심플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차를 몰아보면 주행성능도 뛰어나고, 공기역학적으로 잘 설계돼 있어 자동차로서의 특징은 다 갖고 있지만, 디자인적으론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것들이 앞으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들이 점점 더 발전해 나가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델 3을 비롯해 전기차를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 정말 다른 감각이고, 다른 종류의 자동차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

박정룡 전기차들은 대부분 자동화돼있는데, 도어 손잡이는 수동이다. 자칫 손을 다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여닫기 불편하다는 느낌도 있다. 물론 공기역학 문제 때문에 이렇게 한 건데, 터치 방식로 해결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왼쪽부터 최주식 편집장, 박정룡 교수, 구상 교수

디테일적으로 눈에 띄는 점들은 어떤 게 있나?

구상 캐릭터 라인은 펜더 모서리가 라인을 만들었다 앞문을 지나 사라지고, 뒷문에서 다시 나타나며 만들어지는 근육질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이 이미지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머슬카나 스포츠카와는 다르게 수학적으로 정의된, 탄탄하게 당겨진 근육질의 이미지다. 보통 하드톱 차량들은 B필러에 검은색 몰드를 붙이는데, 여기도 글라스가 적용됐다. 앞뒤 창문 사이 경계에 단차를 없애 매끄럽게 처리했고, 도어 핸들도 마찬가지다. C필러에서 루프와 트렁크로 연결되는 선들이 마치 디지털 제품같은 깔끔한 감성을 풍기는 디자인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수평적인 디자인에 아무런 장치 없이 중앙의 태블릿 PC 뿐이다. 목재와 금속, 가죽과 우레탄 등의 소재를 조합해 마치 거실 공간 같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구성했다. 지금까지의 차와는 다른,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주는 디자인이다. 

박정룡 범퍼와 후드 사이 단차가 이상하다. 균일하지 않다.

구상 자동차 설계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차체 설계를 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범퍼와 후드의 경우 도면상으로 높이가 같더라도 단차가 나면 떠 보일 수 있어 후드를 범퍼보다 2mm 낮춰야 한다. 전문용어로 오버 크라운이라 하는데, 그냥 같은 면에서 클레이를 깎고, 커팅라인 주고 그대로 설계해버린 것이다. 메이커에서는 클레이 모델 만들고 커팅 라인을 주고 나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이 단차를 안보이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굉장히 머리를 맞대고 씨름한다. 

 

실내는 심플함과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대량 생산 경험이 아직 부족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가?

구상 전통적인 메이커에선 이를 ‘설계 품질 육성’이라고 한다.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클레이 모델을 완성했다고 끝이 아니라, 이걸 턴테이블에 올려 1주일 정도 계속 돌려보면서 숙성시켜야 한다. 어느 각도에선 램프가 뒤틀려 보인다던지 이런 걸 계속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설계도 마찬가지다. 설계자들이 놓치는 부분에 대해 프로젝트 매니저가 조절해줘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뒷좌석은 공간 여유가 있다

이제 주행성능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직접 운전해봤는데, 느낌은 어땠는지?

박정룡 테슬라는 처음 운전해봤다. 전기차의 매력은 토크가 높아 가속이 빠르고, 가속에 끊김이 없다는 것이다. 1단이기 때문에 변속도 없고. 그런 면에선 엄청나게 좋다. 모델 3의 0→시속 100km 가속이 3.4초라고 하는데, 시승해 본 느낌은 그렇지 않다. 뭔가 제한해놓은 건지…. 그래도 워낙 빠르고 가속감이 좋다. 
구상 앞뒤 차축에 각각 장착된 모터로 네 바퀴 모두에 동력을 전달해서, 땅을 잘 붙들고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정룡 무게 중심이 상당히 낮다. 배터리가 바닥면에 위치해 있어 실제 탈 때도 차체의 흔들림이 매우 적다. 서스펜션 세팅이 소프트하면서도 강한데, 원래 소프트한 차들에서 흔들리는 경향이 있지만 무게중심이 워낙 낮다보니 롤링이 적다. 그게 큰 장점 같다. 요철을 만나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가 단단하게 받쳐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핸들링 쪽도 상당히 좋다. 흔들림이 적고, 코너링도 상당히 빠르다. 스포츠카와 같은 움직임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코너링이 좋다. 

구상 운전하면서 느낀 건 인터페이스가 기존 차들과 많이 다르다. 낯설고 혼동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익숙해지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론, 뭘 바꾸려면 버튼을 눌러 메뉴 안으로 들어가 또 선택해야 하니, 익숙해지더라도 보고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스스로가 완벽한 디지털 세대라 생각하지 않는다. 디지털 원주민 세대는 아니고 디지털 유목민 세대 정도인데, 요즘의 젊은 친구들, 디지털 원주민에게는 이 차가 굉장히 친화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룡 그렇다. 요즘 젊은이들은 컴퓨터에 빠르기 때문에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나는 아날로그라서 전혀 잘 어울리는 콘셉트가 아니다. 그리고 이 차는 비상등이 천장 쪽에 있다. 비상등이란 건 급할 때 빨리 눌러야 하는데, 시인성 가장 좋은 자리가 아닌 천장에 있어 시선이 올라가야 한다. 이 때문에 시선이 바뀌게 되어 안전운전에 지장을 받을 것 같다. 위치 선정이 좀 이상하다.

구상 정말 다른 개념으로 접근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정룡 근데 시승차가 속도 제한을 많이 해놨다. 시속 120km에 걸어놔서 고속 테스트를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구상 고속도로에선 과속 카메라에 안 찍히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웃음)

박정룡 여러 측면을 비교해보려면 고속으로도 달려봐야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을텐데, 제한이 있어 아쉽다. 이 차가 스포츠성을 띄고 있다면 고속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움직이는 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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