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쏘와 함께한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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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쏘와 함께한 일주일
  •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
  • 승인 2020.01.0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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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전기의 흥미로운 대안이다. 그럼 수소연료전지차와 함께하는 생활은 어떨까? 이를 알아보고자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가 1주일 동안 현대 넥쏘를 탔다

밝은 흰색 광선이 자동차 노즈에서 나온다. 끝에서 강해진 빛이 더 강해져 아래에 한 쌍의 빛을 비춘다. 조금 다른 세계 같다. 우리는 미래를 보고 있는 걸까? 아마도. 이 빛은 현대가 두 번째로 만든 수소연료전지차인 넥쏘에서 리모트 컨트롤을 통해 밤을 밝히는 모습이다.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 혼다를 제외한 자동차회사는 첫 번째 수소연료전지차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첫 수소연료전지차는 투싼을 개조해 만들었다. 이와 비교했을 때 넥쏘는 주행가능거리나 연료전지 스택의 수명이 많이 늘어났고 독자 모델로서 디자인 또한 세련됐다. 

낮에는 내가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보면서 감탄해 마지않았던 헤드램프 빛을 드러내진 않지만, 그래도 멋진 SUV임에는 틀림없다. 넥쏘는 차체 모양만큼이나 디테일을 잘 살렸다. 페라리 느낌이 나는 D 필러와 연료전지 스택 내부를 볼 수 있는 골이 팬 뚜껑이 그렇다. 실내 또한 인상적이다. 넓은 센터콘솔은 은은한 은색으로 빛나고 윗부분에 얕은 지붕을 만든 계기판이나 색다른 연료 실린더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아직 쇼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수소연료전지차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실용적인지 알아보고자 1주일 동안 넥쏘와 함께했다. 우리는 하트퍼드셔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왕복 1600km가 넘는 여정을 직접 운전해서 갔다. 가장 가까운 수소충전소는 약 24km 떨어진 곳으로, M40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대부분 순수전기차보다 더 긴 644km로 영국에 수소충전소가 8개 밖에 없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생각보다 실용적이었다. 대부분이 동남부에 몰려 있어서 이 지역에 산다면 더 유리하다. 또한 15분 안쪽으로 충전이 끝난다는 점에서 순수전기차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넥쏘가 배출하는 유일한 부산물은 순수한 물이다<br>
넥쏘가 배출하는 유일한 부산물은 순수한 물이다
인포테인먼트 영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한다<br>
인포테인먼트 영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한다

이쯤에서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전기차 대신 수소연료전지차를 타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제대로 답하려면 꽤 복잡한 질문이지만 우리가 프랑크푸르트까지 넥쏘를 끌고 가는 여정 속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먼저 우리는 현대에서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을 총괄하는 김세훈 박사와 만나 인터뷰하기로 했다. 그리고 먼 거리를 오가며 서유럽의 수소충전소 네트워크가 얼마나 편리한지 실험할 계획이다.

그러나 먼저 넥쏘가 어떤 차인지 느껴봐야 한다.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와 비교했을 때 더 흥미로운 차가 됐다. 더 멀리 가고(WLTP 기준으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73km 늘어난 666km다) 훨씬 잘 생겼을 뿐 아니라 장비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12.3인치 터치스크린, 열선 및 통풍 기능을 더한 앞 시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주차 카메라, 어라운드 뷰 모니터, 무선충전 시스템, 열선 스티어링 휠, 선루프까지 더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어떤 면에서는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시트 일부를 바이오 섬유로 만들며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회생 에너지를 잘 활용하기 위해 더 큰 배터리를 추가할 예정이다<br>
회생 에너지를 잘 활용하기 위해 더 큰 배터리를 추가할 예정이다
사용설명서: 예상치 못하게 수소가스가 누출되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마세요<br>
사용설명서: 예상치 못하게 수소가스가 누출되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마세요

넥쏘 주행감각은 여느 순수전기차와 비슷하다. 그 이유는 시스템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40.2kg·m을 내는 전기모터가 앞바퀴를 굴리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배터리가 아닌 연료전지 스택에서 전력을 공급받으며 더 많은 출력이 필요할 때는 아주 작은 배터리가 지원사격에 나선다. 이 조합은 꾸준하게 전력을 공급하고 시속 98km까지 상당히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물론 이를 넘어서면 가속 성능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속도 제한이 없는 독일 아우토반을 달릴 때 시속 137km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에 덜 영향 받으려면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이 속도에서 넥쏘는 충전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전기차를 따라잡는데 힘겨운 모습을 보이지만 영국에서는 터무니없는 테슬라가 아니라면 웬만한 전기차와 비슷하게 달릴 수 있다. 

벨기에의 자벤템 수소충전소. 영국에서 수소 1kg을 충전하는데 14.40파운드가 든다. 수소 1kg을 채우면 112km 정도 주행할 수 있다<br>
벨기에의 자벤템 수소충전소. 영국에서 수소 1kg을 충전하는데 14.40파운드가 든다. 수소 1kg을 채우면 112km 정도 주행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고속으로 달리는 행위는 현명하지 못하다. 넥쏘의 수소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가까운 수소충전소의 위치를 파악해 둬야 한다. 유럽은 영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충전소가 곳곳에 퍼져 있어 프랑크푸르트까지의 여정이 그리 무모하게 보이지 않는다. 또한 동료 기자 줄리안 렌델이 재규어 I-페이스를 타고 독일까지 비슷한 여정을 떠났을 때처럼 충전하는데 1~3시간씩 버리면서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없다. 에식스 주 레인햄에서 충전하면 벨기에에 있는 다음 충전소까지 가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수소연료전지차는 유로터널을 이용할 수 없어 페리를 이용해 영국해협을 건너야 했다.

만약 우리가 경유지로 정한 벨기에 수소충전소가 작동하지 않았다면(레인햄처럼 무인충전소였다) 남은 수소로 갈 수 있는 다른 수소충전소를 찾아야만 했다. 처음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정을 함께한 현대 PR팀 직원이 전화하기 전까지 작동하지 않았으나 그가 원격으로 제어하자 그제서야 충전이 됐다. 예상치 못한 불편함 외에도 수소를 100% 채우지 못해 조금 좌절감이 들었다. 여정 중에 그나마 가장 많이 충전한 곳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에어 리퀴드 수소충전소로, 여기에서 97%까지 수소를 주입했다. 이때 트립 컴퓨터에 나타난 주행가능거리는 550km. 다른 곳에서는 보통 85% 충전할 수 있었다. 

카드를 넣고 PIN을 입력하면 영하 40℃의 수소가 충전된다<br>
카드를 넣고 PIN을 입력하면 영하 40℃의 수소가 충전된다

프랑크프루트까지 60km 떨어진 지점에서 넥쏘가 거의 멈출 뻔했다. 우리 호텔에서 24km 떨어진 지점에 수소충전소가 2개 있다는 소식에 조금 불안함이 가셨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주행가능거리가 130km보다 훨씬 적게 남으면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비콘스필드 수소충전소를 이용할 수 없을 때 그 다음으로 가까운 수소충전소가 있길 원했다. 이번 여정에서 총 12번을 충전하는 동안 수소주입률이 97%에 달한 곳은 딱 한 곳이었다. 아주 이례적으로 50%를 겨우 채운 곳도 있었으며 보통은 85% 수준으로, 이때 주행가능거리는 450km였다. 이는 현대가 밝힌 666km와 거리가 조금 있는 것으로, 순수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수소연료전지차가 갖는 이점을 조금 상쇄하는 부분이다.

센터페시아는 좋아 보이지만 ‘내비게이션’과 ‘라디오’ 버튼이 가장 먼 곳에 있다<br>
센터페시아는 좋아 보이지만 ‘내비게이션’과 ‘라디오’ 버튼이 가장 먼 곳에 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줄이고 신경 써서 운전하면 주행가능거리를 482km까지 늘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수소를 100% 가까이 채울 수 있으면 더 좋겠다. 비스콘필드에 있는 ITM 파워가 운영하는 수소충전소의 수소 주입률이 가장 낮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수소충전소마다 다른 전용 카드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순수전기차를 소유한 사람도 동일하게 겪는 불편함이다.

내비게이션에서 영국에 있는 일부 수소충전소 위치를 알려준다<br>
내비게이션에서 영국에 있는 일부 수소충전소 위치를 알려준다

여전히 수소충전소가 적어 남은 주행가능거리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해야 하는 불편함과, 무인 수소충전소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수소 충전에 대한 불안함이 있지만, 적어도 수소를 채우는 데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영국에서 가장 많은 차가 드나드는 히스로 수소충전소에서도 다른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와 넥쏘, 토요타 미라이, 포드 트랜짓 등이 나타나기는 했으나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소탱크는 4995번(주행가능거리로 환산하면 24만1400km) 충전하면 교체해야 한다<br>
수소탱크는 4995번(주행가능거리로 환산하면 24만1400km) 충전하면 교체해야 한다

여러 난관이 있었으나 넥쏘는 확실히 전기차보다 편안했다. 어떤 때는 충전 후 400km라는 최악의 주행가능거리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전기차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또한 익숙해지면 수소를 충전하는데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불안함이 사라지면 넥쏘에 집중할 수 있다. 정말 편안한 SUV이자 파워트레인에 의해 차의 기능이 전혀 제한받지 않았다. 과도하게 탄탄한 승차감, 덜 부드러운 앞 시트, 도로에서 시선을 떼게 만드는 조금 산만한 컨트롤 레이아웃 등 일부 불편한 요소가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 넥쏘의 차선유지보조 시스템도 뛰어나다. 물론 너무 예민한 탓에 많은 사람이 이 기능을 끄고 다닐 수도 있다. 

또한 훌륭한 기술이 운전의 즐거움을 전혀 방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격은 투싼 중간 모델보다 2배나 더 비싼 6만5995파운드(약 1억84만 원)에 달하지만 절대 불합리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반경 안에 수소충전소가 2개 정도 위치하면 여느 내연기관차와 비슷하게 넥쏘와 생활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영국 동남부 지역에 사는 사람한테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일단 왓퍼드 북부로 가면 수소충전소가 정말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 문제도 생각보다 빨리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수소연료전지차: 자동차의 미래다

수소는 영하 40℃를 유지해야 한다<br>
수소는 영하 40℃를 유지해야 한다

“부분의 결합은 현실이 된다.” 이 식상한 산업 문구에는 유럽의 전기발전 산업이 수소경제와 연결된다는 좋은 뉴스가 포함돼 있다. 지난 9월 스위스 괴스겐 수력발전소는 남는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대와 A1피크, H2 에너지, 린드 가스가 합작으로 투자해 만든 회사에서 처음으로 이룬 업적이다.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총괄하는 김세훈 박사에 따르면 이것이 의미 있는 이유는 2020년부터 현대가 만든 수소연료전지 트럭 50대에 수소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통해 수소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는 2025년까지 스위스에서 수소연료전지 트럭 1600대를 운행하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여기에 필요한 수소는 재생 에너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서 핵심은 많은 투자를 진행한 수소충전소가 수익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문제는 수소를 영하 40℃로 급속 냉각시키고 이를 운반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으로 인한 비싼 수소 충전 가격이다. 현재 수소 1kg을 1km 운반하는 데 약 4.2파운드(약 6418원)가 든다. 따라서 수소는 가까운 곳에서 충전해야 한다. 

그럼에도 김세훈 박사에 따르면 넥쏘는 올해(2019년) 큰 인기를 끌었다. 약 6000대가 판매됐으며 내년에는 이보다 더 많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21년 생산량을 기존 3000대에서 4만대로 크게 늘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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