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하이퍼카로 환생한 바티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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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하이퍼카로 환생한 바티스타
  • 리처드 레인(Richard Lane)
  • 승인 2020.01.0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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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파운드의 가격표가 붙은 피닌파리나 바티스타는 전기 하이퍼카 기준으로도 충격적인 가속력을 보장하지만, 리처드 레인(Richard Lane)의 취재 결과, 최상급 GT의 주행특성을 구현하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성능 관련 수치들을 헤아리다가 끝내 포기한 때가 언제였는지 생각이 나는가? 아니면 읽다 지쳐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흔해진, 터무니없는 숫자들을 읽는데 너무 익숙해지지는 않았나? 개인적으로는 맥라렌 F1이 3.2초 만에 시속 97km까지 가속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읽고 - 1994년에 오토카에서 측정한 초현실적 기록이었다 - 할 말을 잃었을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37세의 독일 엔지니어 르네 볼만(Rene Wollmann)으로부터 바티스타(Battista)가 네 개의 전기 모터에서 나오는 1926마력 및 235.0kg·m의 성능을 바탕으로 전설적인 맥라렌의 가속 기록을 절반 남짓 줄일 것이라는 설명을 들을 때까지는 그랬다. 2020년 중에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인 바티스타는 빠르게 길어지고 있는 ‘하이퍼카’ 목록에 눈물이 찔끔할 만큼 비싼 가격표를 붙이고 추가될 또 하나의 새 차다. 물론, FIA 세계 랠리크로스 선수권에 출전하는 아우디 A1도 비슷한 성능을 내겠지만, 이는 생각을 완전히 바꿔버릴 숫자들이 등장하는 영역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시속 129km에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바티스타는 테슬라 모델 S P100D가 정지 상태에서 가속할 때와 같은 비율로 속도를 높일 것이다. 테슬라의 0→시속 97km 가속 시간은 2.5초다. 사실 이는 어이가 없을 만큼 빠른 것으로, 루디크러스 모드로 가속할 때 찍은 영상에서 탑승자들이 터져 나오는 웃음과 눈물, 아마도 몸에서 나올 수 있는 다른 체액을 억누르려 애쓰는 모습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될 정도였다. 2톤이 넘는 무게에도, 바티스타는 그와 같은 직진가속 성능을 뛰어넘을 듯하다.

그런 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가속성능이 어떻게 느껴질지 상상하기 어렵다. 700마력이 넘지 않는 차를 사기 위해 자신의 지갑을 열지 않는 요즘, 억만장자 수집가들이 경험했던 적이 없을 법한 성능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피닌파리나는 <오토카>가 참석했던 것과 같은 인도 전 워크샵을 카탈루냐 서킷(Circuit de Calafat)에서 운영하고 있다.

볼만이 마지막으로 맡았던 일은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 책임자였다<br>
볼만이 마지막으로 맡았던 일은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 책임자였다

까다로운 코스의 카탈루냐 서킷은 바르셀로나에서 남쪽을 향해 차로 한 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스페인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마힌드라 레이싱(Mahindra Racing)이 포뮬러 E 경주차를 개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도의 거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마힌드라는 2015년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코치빌더의 지배지분을 매입했다. 마힌드라는 놀라운 속도를 명함으로 내세우는 호화 전기차 업체로 오토모빌리 피닌파리나(Automobili Pininfarina)를 설립했다. 계획 중인 제품에는 더 실용적인 차도 있지만, 브랜드 차원에서는 2008년에 오리지널 로드스터로 시작한 테슬라의 전략과 비슷하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최상급 스포츠카 시장부터 시작하고 있다. 거의 전체를 탄소섬유로 만들고 부가티와 견줄 수 있을 만큼 화려한 실내를 갖출 예정인 바티스타의 값은 약 200만 파운드(약 30억5600만 원)에 이른다. 그리고 솔직히 포뮬러 E 경주차나 톱 퓨얼 드래그 경주차를 현실적으로 만든 차 관점에서도 이 차가 만들어진 과정을 차마 지켜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십만 파운드의 예치금이 대략 50대 분량으로 유치되었고, 이는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제조업체나 구매자 모두 이 차의 개발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 수치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장래의 소유자들과 아직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은 카탈루냐에서 롤링 섀시(3월이면 1926마력의 성능을 내는 구동계를 완전히 갖추게 된다)를 자세히 살펴보고 포뮬러 E 경주차를 몰아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미래 고성능 차의 전조라 할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아직까지 전기 슈퍼카들은 단 1마력의 출력이라도 허파를 찌그러뜨릴 정도의 가속력에 쏟아 붓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을 애써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바티스타 역시 달라 보이지 않지만, 그처럼 유서 깊은 브랜드와 오토모빌리 피닌파리나의 역량 있는 엔지니어들은 이제 이 차를 모는 것이 단순한 재미에 그치지 않도록 - 그리고 순수한 속도의 스릴에서 벗어난 수준으로 몰입하도록 -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뮌헨에 있는 피닌파리나의 새로운 기술 본부는 여섯 명에 불과했던 인력을 100명 이상으로 키웠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캄비아노(Cambiano)에 있는 원래 시설은 여전히 운영이 가능하고, 차는 이탈리아에서 조립될 예정이다. 그러나 채용 면에서는 뮌헨이 중요했다. 과연 얼마나 중요했던 걸까? 수석 엔지니어인 볼만의 이력서 마지막 줄에는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 책임자’라고 쓰여 있고, 그가 맡았던 차는 루이스 해밀턴이 몬 포뮬러 원 경주차의 일반 도로 버전이다. 수석 기술 고문인 페터 투처(Peter Tutyer)는 파가니 존다와 부가티 베이론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최고 기술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융(Christian Jung)은 전기차 타이칸으로 이어진 포르쉐의 야심찬 프로젝트 ‘미션 E’의 구현을 도왔다. 섀시 엔지니어 줄리오 모르소네(Giulio Morsone)는 페라리 포르토피노 개발에서 손을 놓고 새롭게 합류했다.

그들과 다른 직원들이 작업해야 하는 것은 알루미늄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이 직접 설치되는 탄소섬유 모노코크 섀시다. 이 구조는 네바퀴굴림 동력계와 함께 포르쉐가 지분을 갖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스타트업 기업인 리막이 공급한다. 한층 더 서킷 중심으로 조율된다는 점을 빼면, 리막의 콘셉트 투(Concept_Two)는 사촌뻘인 바티스타와 기술적으로 무척 비슷한 차가 될 것이다. 바티스타는 더 부드러운 스프링 탄성률과 더불어 최신 시뮬레이션 결과 기본 앞뒤 토크 배분 비율이 35:65로 정해진, 훨씬 더 승차감이 유연한 그랜드 투어링 카를 목표로 삼았다. 미드엔진 형상과 무서운 가속력을 지니겠지만, 바티스타에는 고급스러움이 있어야 하고, 노르드슐라이페 시뮬레이션 주행 기록을 놓고 볼만은 몇 가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성능 측면과 냉각 관련 예측을 위한 것일 뿐이다. 우리는 그런 경쟁에 뛰어들고 싶지 않다.”

바티스타의 화려한 디자인은 최고의 엔지니어링 팀이 뒷받침한다<br>
바티스타의 화려한 디자인은 최고의 엔지니어링 팀이 뒷받침한다

“우리의 목표는 서킷에서 경주할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닉 하이드펠트(Nick Heidfeld)는 볼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전 F1 드라이버인 그는 바티스타의 주행특성 개발을 자문할 예정이고, 잠깐 카탈루냐 서킷에 들러 그에게 기운을 북돋우는 이야기들을 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험한 차들 가운데 스티어링 특성이 가장 좋았던 것은 맥라렌 570S였다”고 했지만, 그는 그처럼 풍부한 스티어링 감각을 목표로 삼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구현하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래도 여전히 감탄할 만한 목표임은 분명하다.

앞 차축의 소형 전기 모터들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는 뒷바퀴굴림 전용 모드는 주행감각에 다른 차원의 경험을 더하면서도 차의 최고출력은 여전히 1217마력이나 된다. 이는 하이드펠트가 구현하기 위해 대단히 집착하는 기능이지만, 볼만은 뒷바퀴에 여전히 구동력이 살아 있는데도 스티어링을 끝까지 돌리지 않고 훨씬 더 빠른 가속과 민첩성을 위해 더 큰 출력을 쓰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흥미로운 생각이다. 그리고 토크 벡터링, 회생 제동, 승용차로서 전례 없는 성능을 안전하게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복잡하게 뒤섞여, 차를 개발하는 동안에는 더 큰 이념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바티스타가 운전자를 즐겁게 하는 전기차로서 통념을 깰 수 있을지, 아니면 수치상으로만 놀라운 차에 그칠지는 2020년에 확인해 볼 것이다. 

 

 

포뮬러 E 경주차를 몰아보면 짐작할 수 있을까?

1인승 포뮬러 E 경주차는 순수한 달리는 즐거움을 지녔다<br>
1인승 포뮬러 E 경주차는 순수한 달리는 즐거움을 지녔다

페라리가 SF90 스트라달레의 계약금을 낸 사람까지도 실제 페라리 F1 경주차를 몰 수 있도록 허락할지는 모르겠지만, 마힌드라가 피닌파리나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비슷한 효과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핫해치 수준으로 출력을 낮춘 1세대 포뮬러 E 경주차는 900마력급 하이브리드 F1 경주차보다는 행사 기획자들에게 덜 부담스럽고 안전 걱정을 덜 수 있는 것이겠지만, 정상급 서킷에서 FIA 1인승 경주차를 몰아본다는 것은 여전히 흔치 않은 기회다.

달리는 느낌은 어떨까? 간단히 말해, 놀랄 만큼 순수하다. 파워 스티어링도, 구동력 제어 장치나 ABS도 없고, 스티어링 휠은 아주 조금 돌아갈 뿐 아니라 토크에 쉽게 압도되는 일반 도로용 타이어를 끼운 상태에서는 스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 특성은 동력계에서 비롯되는 소음이 없어 더 악화된다. 내연기관 차에서 차체 뒤쪽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타이어가 헛돌면서 엔진 회전수가 금세 치솟는다. 이런 청각적 신호는 운전자 뒤쪽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느끼는 데 있어 등 쪽에 있는 시냅스만큼이나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2018년식 마힌드라 M4 일렉트로(Electro)와 다른 모든 포뮬러 E 경주차에는 그런 것이 없다.

바티스타는 개발 과정에서 포뮬러 E 경주차와 차별화되어야 한다<br>
바티스타는 개발 과정에서 포뮬러 E 경주차와 차별화되어야 한다

우리가 카탈루냐 서킷에서 잠깐 몰아봤을 때는 물론이고, 포뮬러 E 모든 경주에서도 그렇듯 피트 차고에는 타이어 온도 유지 장치가 없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케팅 기회라는 것을 넘어, 포뮬러 E와 바티스타 사이의 관계에는 배터리 관리와 공기역학 측면에서 겹치는 기본적 영역은 거의 없다. 궁극적으로, 승용차는 훨씬 더 빠르고, 더 복잡하고, 더 큰 능력을 갖춘 장치가 될 것이다.

 

 

어떤 차들이 영향을 주었나

메르세데스 SLS AMG 일렉트릭 드라이브

2013년에는 양산 전기차 중 가장 빠른 것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0→시속 100km 가속 3.9초의 성능은 걸음마 수준처럼 느껴진다. 바퀴마다 하나씩 달린 모터가 주행특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냈고, 순간적 토크 배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리막 콘셉트 투

크로아티아의 선구적 업체 리막은 바티스타의 뼈대를 공급하고, 구조 일체형 배터리 팩과 함께 같은 탄소섬유 모노코크 구조를 쓴다. 이는 서스펜션 서브프레임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자유롭게 크기를 바꿀 수 있고 길이를 늘일 수 있다.

피닌파리나 세르지오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페라리 458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만든 세르지오는 2013년에 이미 피닌파리나의 현대적 미학을 구현했다. 비록 그 차에 쓰인 자연흡기 V8 4.5L 엔진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냉소적 미소를 띤 앞모습은 신형 바티스타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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