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프런트 미드십 2+2 GT, 페라리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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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프런트 미드십 2+2 GT, 페라리 로마
  • 최주식
  • 승인 2019.12.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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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라리 로마의 스타일은 1974년 308 GT4를 떠올리게 한다

2019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페라리 신차는 2+2 엔트리 쿠페 모델이라는 점만 알려졌을 뿐 모델명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글로벌 론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도착할 때까지 그 이름은 전혀 알 수 없었다. 마침내 공개된 이름은 페라리 로마. 바로 데뷔 무대를 로마로 선택한 이유였다. 페라리 모델에 도시 이름을 붙이는 전례는 많았다. 마라넬로, 몬자, 모데나 그리고 캘리포니아, 포르토피노에 이르기까지. 이중 캘리포니아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탈리아 도시들이다. 페라리 본사는 모데나 인근의 마라넬로에 위치한다. 이제 마침내 이탈리아의 수도 이름을 접수하게 된 것이다. 

11월 14일 페라리 로마 글로벌 론칭 행사가 열린 장소는 로마 올림픽 스타디움이었다. 길게 깔린 레드 카펫을 밟고 행사장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술로 가득 채운 화려한 바와 극장식 레스토랑 무대가 펼쳐졌다. 페라리 로마의 콘셉트인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달콤한 인생)에 어울리는 무대 장치였다. 전면 스크린에는 1960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라 돌체 비타’의 장면이 흐르고 있었다. 영화는 로마의 멋진 풍광과 상류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다. 

익숙한 원형 테일 램프 대신 반원형 트윈 테일 램프가 신선한 뒷모습을 보여준다

이윽고 페라리 CMO(최고마케팅경영자) 엔리코 갈리에라(Enrico Galliera)가 무대에 나와 페라리 로마의 라 돌체 비타 콘셉트를 소개했다. 1950~60년대 로마의 자유분방한 라이프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로마라는 모델명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페라리만의 독보적인 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성능과 더불어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의 가치를 말했다. 

첫인상은 상당히 모던한 이미지지만 페라리 디자인 헤리티지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날카로우면서 균형감 있는 차체의 비율, 순수하고 우아함을 드러내는 디자인은 250GT 베를리네타 루쏘와 250GT 2+2로 대표되는 페라리의 프런트 미드십 GT 라인업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 하지만 직접적인 스타일링은 1974년 308GT4와 더 유사점이 많아 보인다. 프런트 엔드에서 안쪽으로 꺾여 들어간 프런트 그릴이 특히 그렇다. 날렵한 쿠페 라인은 모든 페라리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스포티한 매력이다.

이어서 페라리 수석 디자이너 플라비오 만조니(Flavio Manzoni)가 디자인 디테일을 소개했다. 페라리 로마의 외관 디자인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간결한 선과 다양한 요소들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볼륨감 있는 전면 보닛에서 뻗어나가는 날렵한 라인이 매끄러운 측면 실루엣과 콤팩트한 패스트백 공간으로 정리되며 인상적인 차체 비율의 조화를 보여준다. 

새로운 2+2 GT 쿠페 페라리 로마가 이탈리아의 고도 로마에서 베일을 벗었다<br>
새로운 2+2 GT 쿠페 페라리 로마가 이탈리아의 고도 로마에서 베일을 벗었다

기본적으로 미니멀리즘을 바탕에 두면서도 우아함을 강조하기 위해 불필요한 디테일을 제거했다. 가령, 라디에이터에 냉각 처리를 위해 필요한 곳에만 천공 처리를 한 일체형 패널로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 콘셉트를 만들었다. 또한 기존의 세로형 헤드라이트 대신 가로형 풀 LED 헤드라이트를 적용함으로서 차체 외관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뒷모습 역시 전형적인 원형 테일 램프 대신 반원형의 트윈 테일 램프를 달아 앞모습의 신선함이 이어지는 효과를 낸다. 그리고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는 리어 스크린에 일체형으로 탑재되어 있다가 고속에서 자동으로 펼쳐져 다운포스를 높여준다. 

페라리 로마는 포르토피노의 하드톱 쿠페 버전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상이다. 전혀 새로운 신세대 2+2 GT의 탄생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8기통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20마력을 발휘하며 세그먼트 내 최강의 성능을 자랑한다. 출력 대 무게비(2.37kg/cv) 역시 동급 최고 수준으로 한층 강화된 핸들링 성능과 반응성을 제공한다. 4년 연속 올해의 엔진상(International Engine of the Year)을 수상한 8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하며, 즉각적인 스로틀 반응을 위해 가변 부스트 매니지먼트(Variable Boost Management)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GPF(가솔린 미립자 필터)의 도입과 더불어 소음 장치를 제거하고 신형 바이패스 밸브를 도입하는 등 완전히 새롭게 재디자인된 배기 시스템으로 더욱 정교해진 사운드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페라리 로마의 새로운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SF90 스트라달레에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이전의 7단 변속기보다 소형화되고 무게도 6kg가량 가벼워졌다. 연비와 배출가스가 감소한 것은 물론, 변속도 더 빠르고 부드럽다는 게 특징. 

페라리 로마의 섀시에는 차세대 모델을 위해 페라리가 개발한 모듈러 기술이 적용되었다. 보디 쉘과 섀시 모두 최신식 경량화 기술과 첨단 생산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재설계되었으며, 실제로 부품의 70%가 완전히 교체되었다. 또한 페라리의 GT 라인업 최초로 도입된 사이드 슬립 컨트롤 6.0, 5가지의 마네티노 모드, 캘리퍼의 제동 압력을 유압식으로 조절해 편주각을 제어하는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 등 페라리의 최첨단 차량 동역학 시스템을 탑재했다.

인테리어는 파격적이라 할 만큼 새롭다. 그동안 계기판 중심이던 듀얼 콕핏 콘셉트에서 운전석과 동반석의 분리된 두 개 공간을 모두 강조하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가로로 긴 디스플레이 스크린은 세로로 긴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전체적으로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눈에 띈다. 그러면서 수동기어를 연상시키는 기어박스 디자인으로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페라리의 표현에 따르면 완벽하게 재설계된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적용해 많은 부분에서 획기적인 진화를 이루었다. 

스티어링 휠은 살짝 변화를 주었지만 “눈은 도로에, 손은 스티어링 휠에(Eyes on the road, hands on the wheel)”라는 철학은 그대로다. 무엇보다 스티어링 휠에 적용된 햅틱 컨트롤을 통해 차량 내 대다수의 장치를 작동 및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16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운전에 필요한 모든 주행 정보를 제공하며, 8.4인치의 중앙 디스플레이 및 패신저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으로 조작 가능해 사용하기 쉽다. 

신형 페라리 키 역시 ‘컴포트 액세스’(Comfort Access) 기능이 적용되어 키를 소지한 운전자가 신형 도어 핸들 옆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문을 열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해 옵션으로 제공되는 페라리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지능형 주행 보조 시스템)와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기능은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는 페라리의 자세를 보여준다. 일상적인 운전은 물론 장거리 주행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현대적 GT카의 탄생이다. 페라리 로마는, 오래된 유적이 가득한 도시 로마에서 야누스적인 매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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