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끈다. BMW 840i 그란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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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끈다. BMW 840i 그란 쿠페
  • 최주식
  • 승인 2019.12.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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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스타일. 도로에서 시선을 잡아끄는 BMW가 얼마만인지 모른다

8시리즈는 지난 1999년 단종 이후 20년 만의 부활이다. 그동안 6시리즈 쿠페가 그 공백을 메워왔지만 점점 힘에 부쳤고 이제 새로운 8시리즈가 그것을 대체한다. 중대형 쿠페는 더 한층 고급 시장으로 커졌으며, 4도어 쿠페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시장은 아닌 것이다. 

콘셉트카에서부터 8시리즈의 부활 예고편을 하나씩 지켜보면서 기대감을 키운 이유는 역시 디자인 때문일 것이다. 키드니 그릴을 보고 다시 가슴 뛰기 시작한 것이 얼마만일까. 비록 콘셉트카에서 두드러졌던 샤크 노즈가 무뎌지긴 했으나 그 느낌이 사라진 건 아니다. BMW에서 홀수가 세단, 짝수가 쿠페의 개념이라 했을 때 8시리즈는 7시리즈의 쿠페 버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공식을 잊어버려도 좋을 듯하다. 새로운 G15세대 2도어 쿠페는 G14 컨버터블과 G16 4도어 그란 쿠페로 패밀리를 확장한다. 그리고 결정판 M8이 있다. 그 자체로서 스펙트럼이 넓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7의 그릴이 비대해지면서 느낌은 완연히 다르다. 8은 그 무엇의 무엇이 아닌 그냥 8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오늘 처음 만나는 8시리즈는 쿠페가 아닌 그란 쿠페, 즉 2도어가 아닌 4도어 쿠페다. 도어가 하나 더 달린 만큼 차체가 길어진 건 당연한데 그 늘어난 폭이 제법 크다. 휠베이스는 8시리즈 쿠페보다 201mm 늘어난 3023mm이다. 전체 차체 길이는 231mm 늘어난 5082mm에 이른다. 너비는 30mm 늘어나 1932mm이고 높이는 61mm 커진 1407mm이다. 윈드 스크린 프레임을 조금 더 바로 세웠다는 설명이다. 포르쉐 파나메라(5049mm)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쿠페(5032mm)와 비교해도 가장 길다. 4도어이므로 AMG GT 4도어(5050mm)와 비교해도 길다. 그러면서 높이는 가장 낮다.(포르쉐 파나메라 1423mm, S클래스 쿠페 1411mm, AMG GT 4도어 1445mm)

4도어에 대형 차체지만 세단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역시 쿠페다운 디자인 덕분이다. 클래식 레이싱 카에서 영감을 얻은 더블 버블 루프와 넓은 어깨, 작은 헤드(포르쉐의 특징이기도 한)의 비율로 스포티한 뒷모습을 보여준다. 

 공기역학 기능과 스타일 균형이 잘 조화된 앞모습<br>
 공기역학 기능과 스타일 균형이 잘 조화된 앞모습

실내는 화려한듯하면서 과하지는 않다. 멋진 공간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지만 금세 차분해진다. 그런 다음 하나하나 장식을 보면 내장재의 고급감과 깊이가 드러난다. 보기에도 좋지만 만지는 촉감도 좋다. 그리고 크리스털 기어레버에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다. X7에서 먼저 보았던 것과 같지만 여기서도 잘 어울린다.

앞서 누가 탔는지는 모르지만 사이드 볼스터를 옆구리가 아플 만큼 조여 놓았다. 왼손으로 시트 옆 아래를 더듬어 살짝 풀고 위치를 잡는다. 확실히 몸을 고정시키는 시트는 조절 범위가 넓고 좋은 운전 자세를 만든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장비는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7.0’이라 부른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이 가능하고 홈스크린 맞춤 설정 범위가 넓어졌다. 아이드라이브 컨트롤러는 다루기 쉬워졌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컨트롤러 위로 손가락을 써 한글을 입력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음성 입력 또한 차를 소유해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 옆모습이 길다는 걸 느끼게 된다<br>
사진으로 보았을 때 옆모습이 길다는 걸 느끼게 된다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디지털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신형 Z4에서 X7, 뉴 7시리즈까지 최근 등장하는 BMW에 새로 적용되고 있는 계기판이다. BMW의 새로운 변화에서 나는 이 디지털 계기판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정서적으로도 끌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홀수에서 이 방식을 쓴다면 짝수에서 원형 계기와 같은 다른 방식을 쓰는 게 어떨까? 익숙해지면 괜찮을지 모르지만, 그런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역할이 8시리즈에 주어진 것 아니었나. 어차피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주행 정보를 얻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글쎄, 생각의 꼬리는 이쯤에서 자르도록 하자.

시승차는 840i 그란 쿠페. 신형 6기통 3.0L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1.0kg·m의 힘을 낸다. 0→시속 100km 가속을 5.2초 만에 해내고 최고시속은 250km에서 제한된다. 앞 245/35 R20 뒤 275/30 R20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를 신었다.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을 낸다<br>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을 낸다

8시리즈 그란 쿠페는 8시리즈 쿠페보다 커진 차체에 비해 무게는 약 70kg 증가하는데 그쳤다. 차체 곳곳에 알루미늄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적절하게 사용한 결과다. 더불어 액티브 플랩 컨트롤 기능, 에어 커튼 등으로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다. 이런 특징은 달리기 시작하면서 쉽고 매끄럽게 달리는 감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은 생각보다 가볍다는 느낌과 공존한다.

직렬 6기통 3.0L 340마력 트윈 터보 엔진은 풍부한 힘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달린다. 어쩌면 부드러움이 강조된 탓에 스포티한 기분이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 rpm은 웬만한 속도에서는 아래쪽에서 논다. 이럴 때 스포츠 모드로 바꿔주면 계기의 배경이 붉은색으로 바뀌며 rpm이 솟아오른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있기 때문에 그런 기분을 좀 더 끌어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인디비주얼 모드에서 맞춤 설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드의 차이가 분명해서 한층 단단하고 빠른 반응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가속을 이어갈 때 나타나며 항속 체제로 들어가면 다시 부드러워지는 건 시간문제다.

실내 고급감은 전체 구성보다 디테일에서 빛난다<br>
실내 고급감은 전체 구성보다 디테일에서 빛난다
새로운 디지털 계기는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br>
새로운 디지털 계기는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자꾸 손이 가는 크리스털 기어 레버<br>
자꾸 손이 가는 크리스털 기어 레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에 포함된 스톱 앤 고 기능으로 부분 자율주행은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스티어링만 좀 신경 쓰면 잠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주변을 잘 살피면서다. 자율주행 어시스턴트는 기능 작동과 전환을 빠르게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시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싣는다. 전자식 컨트롤 댐퍼가 포함된 어댑티브 M 서스펜션, 그리고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등 기본적으로 차체를 안정시키고 정교한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장치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없다. 그런 안정감 위에서 즐기는 재미라는 게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2가 아닌 확실하고 넉넉한 뒷좌석에 GT의 성격을 분명히 한 차이기 때문이다. 보다 고성능을 원한다면 625마력짜리 M8을 쳐다봐야 할 지 모른다.

2열은 여유있는 공간으로 탑승자를 만족시킬만 하다<br>
2열은 여유있는 공간으로 탑승자를 만족시킬만 하다
널찍한 트렁크가 GT로서 그란 쿠페의 높은 효용성을 말해준다<br>
널찍한 트렁크가 GT로서 그란 쿠페의 높은 효용성을 말해준다

독립된 뒷좌석은 스포츠 타입 시트와 여유 있는 레그룸으로 공간적인 안정감을 준다. 루프가 낮긴 하지만 답답할 정도는 아니다. 한 차에 여러 명이 탄다고 했을 때 탑승 위치에 따라 만족감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 그란 쿠페는 4개의 좌석 모든 위치에서 만족할 만한 차가 아닐까. 트렁크 역시 쿠페의 기준을 넘어 널찍하다. 골프백 3개를 실을 수 있다는데 그 정도로 커 보이지는 않는다. 40:20:40으로 뒷좌석을 접어 활용도를 키울 수 있다. 

오른쪽 사이드미러는 후진할 때 자동으로 아래쪽을 비추는데 너무 아래로 내려간다. 시선을 돌려 확인해야 한다. 360도 카메라 역시 화각이 조금 더 평면적으로 나타나면 좋겠다. 어두워지고 난 후 사이드 미러는 후방을 선명하게 비추었다. 전방을 교란하는 불빛들도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다. 밤 운전의 시야가 좋다는 것은 피로도를 줄여주는 것과 함께 운전 감각을 살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먼 길을 야간에 이동할 때 도움 될 것 같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달리기지만 가속은 생각보다 빠르다<br>
차분하고 부드러운 달리기지만 가속은 생각보다 빠르다

840i 그란 쿠페는 일상 주행은 물론 4명 가족 또는 친구가 장거리 여행을 갈 때 멋진 동반자가 될 것이다. 짧은 시승에서도 GT의 자질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장거리에서라면 그 매력이 더욱 도드라질 것 같다. 

시내를 달리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드러운 질감 뿐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란 쿠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으로 커졌으며 표정은 밝아졌다. 물론 접근하기 쉽지 않은 가격이지만 한번 쯤 뒤돌아보게 만드는 차의 존재는 도시의 풍경을 보다 다채롭게 만들어줄 것이 틀림없다. 목표를 갖게 만드는 것도 자동차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BMW NEW 840i Gran Coupe
가격    1억3410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5082×1932×1407mm
휠베이스    3023mm
엔진 직렬    6기통 트윈 터보 2998cc 가솔린
최고출력    340마력/5000~6500rpm
최대토크    51.0kg·m/1600~4500rpm
변속기    자동 8단
최고시속    250km(제한)
0→시속 100km 가속    5.2초
연비(복합)    13.3-13.9L/km
CO₂배출량    164-170g/km
서스펜션(앞/뒤)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245/35 R20 (뒤)275/30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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