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FIVE, 미니 쿠퍼 SD 5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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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FIVE, 미니 쿠퍼 SD 5도어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1.28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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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고 높아지고 문 2개가 추가됐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바로 미니다움이다

무의식적으로 뒷문을 열고 가방을 뒤에 실었다. 차에 오르려는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참, 이거 미니였지’ 자동차에 있어서 뒷문의 유무는 실용성을 가르는 중요한 척도다. 아무리 뒷자리가 넓더라도 문이 없으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기 마련. 미니 5도어가 창출한 새로운 가치는 뒷문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요약이 가능하다.

물론 뒷문 달린 미니가 처음은 아니다. 클럽맨이 있고, 컨트리맨도 있다. 하지만 클럽맨은 일종의 왜건형이고, 앞문을 열어야만 열 수 있는 쪽문이 오른쪽에 하나 달렸을 뿐이다. 컨트리맨은 온전한 뒷문이 달렸지만 SUV다. 미니 해치백에 뒷문이 달린 건 미니 5도어가 처음이다.
 

미니 5도어의 첫인상은 조금 낯설다. 미니에게도 새로운 미니인데 어색한 것이 당연하다. 한눈에 봐도 차체가 길어졌다. 뒤 유리 각도는 조금 더 누웠고, 뒤 범퍼가 삐죽 튀어나왔다. 아무튼 여전히 미니는 미니다. 다른 주류 해치백들과 비교되는 색다른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니를 타는 사람은 왠지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멋쟁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내·외부 조명장치는 모두 LED다. BMW에서도 4시리즈나 5시리즈 고급형부터 적용되는 LED 헤드램프가 그룹 막내인 미니에 들어갔다. 무척 밝아서 기능적으로 뛰어나고, 색상이 예뻐 심미적으로도 만족스럽다. BMW LED 헤드램프와 달리 프로젝션 방식을 채택하고 빛의 경계에 보랏빛 스펙트럼을 연출해 패션성이 뛰어나다. 참으로 미니다운 터치다.
 

실내는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어른스러워졌다. 1, 2세대의 실내는 위트가 넘쳤지만 고급감은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디자인과 소재 모두 한층 고급스러워진 3세대 미니의 실내는 BMW 분위기가 강해졌다. 플라스틱을 광범위하게 썼지만, 대부분 표면이 말랑말랑한 고급스런 플라스틱이라 거부감이 없다.

앞 열 디자인과 구성은 3도어 모델과 동일하다. 앞좌석에 적용된 스포츠 시트는 이전 세대와 달리 매우 기능적인 모양으로, BMW에 달려 있어도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이다. 자리에 앉으면 몸에 꼭 맞고 운전 자세가 좋다.
 

센터페시아에 쟁반 크기로 달렸던 속도계는 스티어링 휠 너머로 자리를 옮겼다. 속도계가 있던 자리는 큼직한 8.8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주변 원형 테두리에는 ‘LED 써클’이라는 조명 띠를 넣었다.

LED 써클은 평소 기본 디스플레이로 3가지 모드(엔진회전수, 주행 모드, 간접조명)를 지원한다. 그밖에 내비게이션, 주차 보조, 전화, 블루투스, 냉·난방 장치, 음향 등 각종 기능에 따라 시각적인 피드백을 준다. 예를 들어, 흰색과 빨간색으로 엔진회전계를 연출하다가 공조장치의 온도 조절 다이얼을 돌리면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바뀌는 식이다. 기능적으로 효과가 좋을 뿐만 아니라 차와 상호 교감하는 듯한 재미도 준다. 미니다운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실내는 창의적이고 아기자기한 디테일들로 가득하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즐거움을 주는데, 특히 센터페시아 하단과 오버헤드 콘솔에 달린 토글 스위치와 기어 부츠 주변을 두른 주행 모드 스위치가 재밌다. 선택할 수 있는 실내 간접조명 색상은 자그마치 12가지에 달한다. 무지개 색보다 많다.

새로운 미니 5도어의 핵심은 뒤에 추가된 문과 뒷자리에 있다. 뒷문은 크기가 작아 입구가 좁다. 하지만 3도어에 비하면 승하차가 훨씬 쉽다. 만약 미니 3도어에 영·유아용 안전시트를 설치해본 적 있다면, 이 작은 문이 크나큰 축복처럼 여겨질 것이다.
 

3도어 모델보다 약 7cm 늘린 휠베이스는 모두 뒷자리 공간에 할애했다. 덕분에 뒷자리 다리 공간이 많이 늘어났다. 여전히 타이트하지만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또한, 시트 구성을 달리해 3명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가운데 승객을 위한 헤드레스트와 안전벨트도 갖췄다. 미니에 따르면, 뒷좌석 팔꿈치 높이의 좌우 공간이 3도어보다 약 6cm 넓다고 한다.

또한, 뒤 차축 뒤쪽을 약 9cm 늘려 트렁크 공간도 넓혔다. 미니 5도어의 트렁크 용량은 3도어형보다 30%나 넓어진 278L. 큰 유모차를 싣기에는 빠듯하지만,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3개로 구성된 여행용 캐리어 1세트를 실을 정도는 된다.
 

시동을 걸면 운전석 앞 대시보드 안에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스르륵 올라온다. 미니의 HUD는 앞 유리가 아닌 별도의 투명 플라스틱판에 반사시키는 방식. 어둡게 착색되어 있어 주간 시인성이 뛰어나며, 기능과 그래픽디자인은 BMW와 같다.

3세대 미니의 쿠퍼 SD는 이번 5도어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조개껍질처럼 쩍 벌어지는 쿠퍼 SD의 보닛 아래에는 BMW에서 가져온 직렬 4기통 1,995cc 터보 디젤 엔진이 들어갔다. 4,000rpm에서 최고출력 170마력을 내고, 겨우 1,500rpm부터 최대토크 36.7kg·m을 발휘한다. 엔진은 제법 묵직한 소리를 내며 부드럽고 힘차게 돌아간다. 회전 질감과 음색 모두 잘 다듬었다.
 

저회전에서 충분한 힘이 나오기 때문에 굳이 고회전까지 다그칠 필요가 없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의 재래식 6단 자동변속기. 듀얼클러치 변속기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변속한다. 힘 좋은 엔진과 명민한 6단 자동변속기가 합심해 정지 상태에서 7.3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시키고, 시속 223km까지 내달리게 한다. 쿠퍼 SD의 공인연비는 도심 16.5km/L, 고속도로 19.1km/L, 복합 17.6km/L. 성능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인상적인 수치다.

기어 부츠를 둘러싼 로터리 스위치로 설정할 수 있는 주행 모드는 총 3가지. 스포트(최대의 고카트 감각), 그린(최적 연비주행), 이 둘을 조합한 기본설정 미드(MID)가 있다. 모드에 따라 드로틀 반응, 스티어링 특성, 변속 프로그램이 바뀐다. 그린 모드에서는 코스팅 기능을 지원해 타력 주행을 돕는다. 코스팅 기능은 미니 커넥티드(BMW i드라이브의 미니 버전) 메뉴에서 별도로 설정할 수도 있다.
 

쿠퍼 SD 5도어는 핸들링이 무척 인상적이다. 미니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핸들링이다. 이번 3세대 모델 역시 핸들링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핸들링이 좋다는 건 정확히 무슨 뜻일까. 먼저 그 의미에 대해 정의해둘 필요가 있다.

핸들링은 한마디로 조종성이다. 핸들링이 좋다는 것은 자동차가 운전자의 조작에 대해 의도한 만큼 정확하게 따라준다는 뜻이다. 핸들링은 서스펜션 세팅만으로 간단히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섀시만의 문제도 아니다. 핸들링은 자동차의 종합적인 패키징을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핸들링이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선 모든 분야에 걸친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뒷바퀴굴림이 핸들링에 유리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앞바퀴를 굴리든 뒷바퀴를 굴리든 뒷바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앞바퀴굴림 차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선회할 때 뒷바퀴에 하중이 제대로 가해지지 않으면 충분한 접지력을 얻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코너링이 불가능하다.

쿠퍼 SD 5도어는 빠른 코너링에서 네 바퀴에 골고루 하중이 가해지는 균형 감각이 뛰어나다. 특히, 코너링 중 바깥쪽 뒷바퀴가 굳건히 버티는 움직임이 인상적. 레일을 따라 달리는 듯한 감각과는 다르다. 노면 온도가 매우 낮은 관계로 직접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몰아붙이면 오버스티어를 낼 것 같다. 앞바퀴굴림 차로는 매우 특이한 성격이다.
 

미니 정도의 브랜드라면, 단순히 좋은 핸들링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 핸들링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즐거움과 개성까지도 담고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미니는 쿠퍼 SD 5도어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미니의 주장처럼 고카트 감각의 핸들링까지는 아니어도 동급 해치백들 가운데 고카트 감각에 가장 가까운 것만은 분명하다.

쿠퍼 SD 5도어는 차 크기에 비해 크고 무거운 2.0L 디젤 엔진을 얹었지만, 앞쪽이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스티어링은 묵직하고 응답성이 좋으며 매우 정확하다. 민첩하고 날카롭되 너무 빠르지는 않아서 호들갑스럽지 않고 의도한 만큼만 정확히 반응한다.
 

승차감과 핸들링 사이의 균형은 거의 이상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전 세대 쿠퍼 S 및 SD는 핸들링을 위해 승차감을 상당 부분 포기한 면이 있었다. 덕분에 예리하고 민첩했지만, 평소에 타고 다닐 때 쿵쾅거리기도 했다. 반면, 3세대는 2세대와 비교해 핸들링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면서 승차감은 훨씬 고급스럽고 편안하다.

결론적으로, 미니 5도어는 3도어만큼 좋으면서 실용적이다. 제법 가족용 차로 손색이 없어서 자녀 있는 부모도 미니 해치백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컨트리맨은 미니로 인정할 수 없고, 아이 때문에 미니 해치백은 탈 수 없다는 순혈주의자들의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류 시장에서는 살짝 빗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쿠퍼 SD 5도어를 보면, 오전 유치원 앞 분주한 행렬보다는 늦은 밤 떠들썩한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 같은 핫 플레이스가 어울린다. 거기서 만나 하이파이브를 외치는 20, 30대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미니는 아무래도 젊은이의 아이콘이므로.

글 · 임재현 에디터
사진 · 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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