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여행, 릭쇼 타고 히말라야 고원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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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여행, 릭쇼 타고 히말라야 고원을 달리다
  • 존 에반스
  • 승인 2019.11.14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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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알프스를 넘는 자동차 여행이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히말라얀 어드벤처는 어떨까?
이 여정의 주최자들은 이 모험이 실제로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존 에반스가 더 자세히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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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의 한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몇몇 친구들과 함께 엔진 달린 인력거(모터사이클을 개조해 삼륜차량으로 만든 것, 릭쇼 또는 툭툭으로 부름: 역주)를 타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약 1200km를 달렸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의 50세 생일을 축하하는 새로운 방법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의 어느 밤, 해발 5000m 가까운 고도와 영하의 기온 속에서 존 스톡스는 작은 재미가 문자 그대로 중년의 위기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을 복기할 시간이 있었다. “모든 일들이 암울하게 보였고 우리는 살아남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면서 “우리가 더 높이 올라갈수록 릭쇼는 희박한 산소 때문에 속도가 더뎌지더니 결국에는 기껏해야 시속 10마일(약 16km) 정도로 밖에 달리지 못했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그 날 달릴 수 있는 시간을 완전히 놓쳤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4시간이나 뒤쳐진 채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막을 것이라고는 천으로 된 지붕 밖에 없는 릭쇼를 타고 한 쪽은 강, 다른 한쪽은 눈이 녹아 거칠고 뒤틀려있는 히말라야의 길을 따라 기어 올라가야 했다.”

눈 녹은 물이 만들어낸 급류들은 이 루트를 달리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br>
눈 녹은 물이 만들어낸 급류들은 이 루트를 달리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매년 6월 레에서 출발해 시믈라까지 갔다가 다음 9월까지 다시 돌아오는 이 ‘릭쇼 런 히말라야’를 주최한 브리스톨 출신 어드벤처리스트의 홈페이지에는 스톡스가 어떤 내용에 동의하는 것인지 분명히 하고 있었다.

‘당신은 세계의 아주 외딴 곳에 위치한 곳에서 아주 나쁜 도로를 매우 안정적이지 않은 탈 것을 타고 달릴 것이다. 이것은 정말로 위험한 일이다. 과거에 이 모험에 참여했던 이들 중에는 영구적인 외상과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되거나,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은 바 있다. 이것은 결코 미화된 휴가가 아니다.’

지난 2007년, 어드벤처리스트는 태국을 배낭여행하는 것보다 ‘더 극도로 무모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이들의 모험에는 툭툭을 타고 인도 전역을 달리거나 닛산의 미크라를 타고 외몽고를 달리고, 몽키 바이크를 타고 사하라를 건너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고도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그야말로 장관이다<br>
이 고도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쉼터를 발견했을 때에는 그곳을 향해야 한다<br>
쉼터를 발견했을 때에는 그곳을 향해야 한다

엔진 달린 릭쇼를 타고 히말라야의 한 쪽 구석을 탐험하려는 생각은 어드벤처리스트가 이미 스리랑카와 인도를 횡단하는데 사용했던 릭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회사에서 ‘모험주의 홍보대사’로 불리는 맷 디킨스는 지난 2016년 이 여행 루트를 미리 답사하고 어드벤처리스트의 베테랑들과 함께 그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개척단을 이끌었다. 그리하여 레에서 시믈라로 향하는 여정은 마침내 2017년 실현될 수 있었다.

이 루트는 레에서 마날리까지 이어진 해발 3200m에서 5334m 사이 총 480km의 도전적이고 극적인 길을 달려야 하는 코스다. 이 길을 따라 여행자들은 해발 5334m에 난 산길인 ‘타글랑 라’를 넘어야만 한다. 디킨스는 “레에서 시믈라로 가는 데에는 총 7일이 걸리지만, 마날리로 가는 구간에서만 이틀이 소요된다”고 말한다. 

이 여행에서 더 환영받는 요소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낮은 해발 4267m 구간에 위치한 길가 찻집인 징징 바다. 당신은 여기서 쉬기 위해 차 한 잔 값을 내야 하지만, 릴라이언트 로빈(쉽게 굴러버리기로 유명한 영국의 삼륜차 : 역주) 운전자의 담력을 테스트 할 수 있을만한 극단적인 지그재그 코너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경험 부족 릭쇼 모험가들에게는 별로 신경 쓰일 만한 점이 아니다.

존 스톡스는 “주최자들은 여행을 시작할 때 코스와 기본적인 정비 과제, 고산병 등에 대해 알려주지만, 그 후에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다”며, “우리는 곧 코너를 조심스럽게 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왜냐하면 릭쇼가 뒤집어 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릭쇼는 가벼워서 충분히 쉽게 끌고 똑바로 세울 순 있었다”고 떠올렸다. 

안개와 깎아지른 낭떠러지는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다<br>
안개와 깎아지른 낭떠러지는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디킨스는 마날리를 경유한 이후 136km에 달하는 스피티 계곡의 길이 그가 운전해 본 전 세계 어떤 도로와 비교해도 가장 험난했으며, 히말라야의 ‘고속도로’가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그 모든 악조건. 즉, 매우 좁고 가파르며 때때로 산사태나 눈이 녹아 만들어진 강으로 인해 거의 통과할 수 없는 가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높은 쿤줌 고개의 지그재그로 이어진 도로들은 경사가 높고 매우 좁으며, 거의 모든 곳에서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라는 경고 표지판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레에서 시믈라까지 이어지는 길들의 험난한 구간들은 눈과 얼음 때문에 연중 대부분 폐쇄되지만 5월부터 9월까지 잠시 개방된다. 이 때 국경 도로 기관의 직원들이 끊임없이 고속도로를 정비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대부분의 정비 작업이 중단된다.

릭쇼는 이러한 악조건에 완전히 부적합한 차량(물론 이 점이 가장 중요한 것이긴 하다)처럼 들린다. 스톡스는 이 길 위에서 누구도 본 적 없다고 주장하던 현지인들과의 조우를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팀이 길에서 멈췄던 유일한 경우는 깊은 모래에 빠졌을 때뿐이었으며, 가장 고군분투했던 기억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릭쇼를 꺼내기 위해 필사적이었을 때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에 비하면 18인치(약 457mm) 깊이로 흐르는 눈 녹은 물을 통해 달리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에 불과했다.

그는 “운이 좋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1단 기어를 넣고 천천히 달리면서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릭쇼를 끌고 다닐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그리고 누군가 길에서 기름을 팔고 있다면 먼저 그 기름이 해바라기유가 아닌지 확인한 다음 기름을 구입해야 한다. 왜냐하면 언제 다시 기름을 채울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디킨스는 전혀 스스럼이 없었다. 그는 “사람들은 곤경에 처하면 스스로 그것을 해결해낸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면서 “만약 그 방법이 현지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 때부터 이 여행은 도중에 만나는 현지 지역 사회와 교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경치는 무척 아름답지만, 너무 추워서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지경이다<br>
경치는 무척 아름답지만, 너무 추워서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지경이다

이러한 교류는 낯선 사람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거나, 꼭두새벽에 유목민들의 캠프로 가는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까지 확장될 수 있다. 그렇지만 스톡스가 어느 밤 거의 죽을 뻔했던 경험을 했던 것이 말해주듯, 그 선택은 가장 가까운 거리의 오두막을 포기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 때는 어두웠으며 눈도 내리고 있었고 우리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는 그는 “그리고 나서 우리는 릭쇼를 밀어 18인치 깊이의 흐르는 물살을 뚫어야 했다. 우리는 기진맥진했지만 버려져있던 오두막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완전히 골아 떨어졌다. 4일 동안이나 똑같은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고 추억했다.

히말라야를 달리는 이 여행의 더욱 기괴한 면 중 하나는 참가자들이 출발하기 전에 각자가 선택한 디자인에 따라 현지인들이 릭쇼를 페인팅 해 준다는 것이다. 끔찍할 만큼 화려하게 페인팅된 삼륜차들이 해발 5000m 가까운 고지대를 달리는 행렬은 틀림없이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로 여겨질 것이다.

참가 조건에는 500파운드(한화 약 74만 원)를 ‘쿨 어스’(Cool Earth)에 기부하거나, 페루 열대우림 지역을 보존하기 위한 어드벤처리스트의 자선 단체(이 단체는 지금까지 150만 파운드, 한화 약 22억 원을 모금했다)에 기부하는 것이 포함되며, 또한 참가자들이 선택한 또 다른 자선 단체에 추가로 500파운드(한화 약 74만 원)를 기부해야만 한다. 

그 6월의 밤, 기온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존 스톡스와 그의 동료 팀원들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점점 더 커져갔을 때에도, 열대 우림을 지키는 일은 분명 그들이 품고 있던 마지막 소망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망은 꼭대기 근처에 위치한 오클랜드의 따뜻한 바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자즈 오토 릭쇼

엔진    200cc, 4스트로크
연료 탱크 용량    8L
주행 가능 거리    193km
바퀴    3
최고속도    72km/h (내리막길)
운행 가능 고도    해발 5486m(그야말로 겨우)
운행 상태 무게    400kg
기타    천으로 덮인 지붕, 윈드 스크린, 오토바이식 액셀러레이터, 3인승 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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