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아메리카 통신-미국 도로에서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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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혁의 아메리카 통신-미국 도로에서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 최중혁
  • 승인 2019.11.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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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잠시 주차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쉬이익.”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지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렌터카 업체에서 마일리지가 500마일(약 800km)도 넘지 않았던 새 차를 픽업해 분명 새 타이어임에도 불구하고 못이 박히는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차 트렁크를 열어봐도 스페어타이어를 찾을 수가 없다. 요즘 신차엔 연비 때문에 스페어타이어를 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 차는 출고된 지 얼마 안 된 ‘완전한’ 신차다. 그렇다면 타이어 수리 키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공간이 텅 비었다. 렌터카를 픽업할 때 제대로 확인을 안 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더 큰 문제는 휴대폰도 안 터지는 지역에서 낭패를 겪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미국 땅은 워낙 광활하기 때문에 통신사가 미국 모든 지역을 커버해주지 못한다. 모든 전화가 불통인 지역도 많다. 특히 사람은 별로 없지만 드넓은 자연만 있는 미국 국립공원에선 숙소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화가 터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국립공원 안에 있는 비상전화를 이용해 렌터카 업체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렌터카 지점은 차로 2시간 반 거리에 떨어져 있고, 그마저도 주말이기 때문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국립공원 인근의 타이어 샵들도 주말이라 모두 닫았다. 유일하게 렌터카 업체에서 보내주는 견인차를 타고 약 4시간 떨어진 프레스노 공항까지 가야하는 방법밖에 없다는데, 그 땐 이미 해가 지고 있을 때였다. 견인차가 오는데도 한참 기다려야 한단다. 당장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어서 결국 필자는 국립공원 소속의 경찰차를 타고 공원 내 숙소로 이동했다. 차는 길에 버려뒀다. 한국에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필자가 다시 미국 국립공원 여행을 떠난다면 이런 일을 대비할 수 있을까? 있다. 여행 전에 트리플에이(AAA, 미국자동차협회) 클럽에 미리 가입했다면 미국 어디서나 견인 또는 타이어 교체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7일 전엔 가입해야 한다.) 미국 어디를 가도 트리플에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도 유일하게 트리플에이가 운영하는 자동차 견인, 수리소만이 있다.

트리플에이는 1902년에 설립된 미국 정부 소유의 비영리단체로서 미국과 캐나다에 5800만 명 이상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 업체는 자동차 안전과 관련된 홍보를 하거나 미국 지역 지도를 배포하고, 정부를 대신해 국제 운전 면허증 발급도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주로 비상 도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로 차 키를 차에 두고 내렸거나, 타이어 수리, 전기차 방전 등을 이유로 이 업체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 클럽에 가입하게 되면 연계된 미국 내 각종 호텔과 철도, 렌터카 등 쏠쏠한 할인혜택도 얻을 수 있다.

2006년 트리플에이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신차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연비 정보를 개선하기 위해 EPA(미국 환경 보호국)와 협력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실제 주행 조건을 재현했고 이 테스트 결과 2008년식 차량부터 갤런 당 마일 수가 5~25% 감소했다.

최근 미국에선 여전히 장거리 자동차 여행(로드트립)이 인기다. 이 흐름은 밀레니얼 세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어릴 적 부모를 따라 자동차 여행을 했던 경험과 추억을 갖고 있어서 이런 여행을 선호한다고 한다. 

또한 항공 여행은 비용이 많이 들고 공항 보안검색 과정이 심신을 지치게 하는 반면, 자동차 여행은 필요한 물건들을 마음껏 차에 싣고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다. 게다가 반려동물을 편하게 동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언제든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여행할 일이 많은 미국에서 로드트립을 떠나는 이들에겐 트리플에이 클럽 가입은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결국 평일이 되어서야 렌터카 업체에서 보내준 견인차를 타고 가장 가까운 렌터카 지점에 가서 다른 차로 바꾸고서야 일을 해결했다. 한국 사람들도 자동차로 미국 여행을 할 때 한국자동차협회(KAA)에 가입하면 미국에서도 동일하게 트리플에이 클럽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꼭 이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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