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트랙션, 메르세데스-벤츠 4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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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트랙션, 메르세데스-벤츠 4매틱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5.01.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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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눈 쌓인 풍경을 좋아하지만 눈길 달리기는 반갑지 않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4매틱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지난 30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온 4매틱의 현재를 만났다

인스부르크 공항에서 S500 4매틱 쿠페의 키를 건네받아 해발 2천 미터, 발음도 어려운 호흐구르글로 간다. 시가지 풍경은 금세 사라지고 눈이 보이더니 더불어 짙은 안개가 찾아왔다. 지독한 안개는 도로와 눈 쌓인 산의 경계를 허물었다. 도로 양옆으로 세워놓은 폴대가 없다면 어디가 경계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럭셔리 쿠페에 앉아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와 닿는다. 때로 현실은 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S500 4매틱 쿠페는 S500과 전혀 다른 스타일. 스포티하면서 우아하다. V8 4.6L 455마력 엔진은 같지만 한층 날렵한 움직임을 나타낸다. 1,800rpm부터 터지는 최대토크가 72kg·m. 미끄러지듯 성큼 나가는 초기가속이 불안해지려는 찰나 끈적한 접지력이 네 바퀴에 묻어 있음을 확인한다. 스티어링과 더불어 하체는 유연하지만 명료하고 핸들링은 정확하다. 계기판 중앙 내비게이션 모드에 주변 풍경이 투시 카메라 영상으로 나타난다.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세상은 흑백인데 차만 홀로 컬러로 달려가는 느낌이다. 지독한 안개 속을 지나 산장호텔에 다다랐을 때는 완전히 어둠이 내린 뒤였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의 4매틱 워크숍에 참석했다. 벤츠의 네바퀴굴림 시스템, 4매틱이 처음 등장한 것은 30년 전인 1985년. W124계열의 E-클래스 에스테이트에 처음 달리기 시작했다. 이 차는 시속 12km 이하로 달릴 때 4WD가 지속적으로 작동했는데 이때, 앞뒤 구동력 배분은 35:65였다. 그리고 13km 이상으로 달리면 뒷바퀴굴림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뒷바퀴가 미끄러지면 자동으로 4매틱이 작동했다. 이와 같은 지능적인 시스템은 당시 경쟁사보다 앞선 것이었다.
 

오늘날 4매틱은 지속적으로 레인지를 확장해 A부터 G클래스까지 18개 레인지에서 76개의 4WD 모델을 고를 수 있다. 특징적인 것은 각 모델별로 성격에 맞는 4WD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점. 세부적으로 벤츠 4매틱은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상시 네 바퀴를 굴리는 AWD 시스템, 둘째, 고성능 모델에 특화된 퍼포먼스 중심의 AMG 4매틱, 셋째, 새로운 콤팩트 카에 맞춰 개발한 뉴 제너레이션 4매틱 등이다.

상시 네바퀴굴림 AWD는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고 트랜스퍼케이스를 변속기 일체형으로 설계해 콤팩트하다. 전자식 주행안정 프로그램(ESP)과 미끄럼 방지 조절장치(ASR)와 연동 작동하면서 앞뒤 45:55의 비율로 토크를 전달, 구동력을 배분한다. 센터 디퍼렌셜 기어에 달린 더블 디스크 클러치가 앞뒤 차축 간 토크를 제어한다.
 

고성능 모델을 위해 특화된 AMG 4매틱은 뒷바퀴굴림의 특성을 살린 방식이다. 앞뒤 구동력 배분을 33:67로 해 AMG 고유의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잃지 않도록 했다. 트랜스퍼케이스가 AMG 스피드시프트 7단 변속기와 일체형으로 설계되어 무게 증가는 70kg에 그친다. 다판 클러치를 달아 어느 바퀴든 접지력을 잃을 경우 즉각적으로 구동력을 회복한다.

뉴 제너레이션 4매틱은 새로운 콤팩트 카 모델을 위해 개발했는데, B-클래스에 처음 쓰였다. 가로배치 앞바퀴굴림 구조에 맞춘 경량 설계로 무게를 줄이고 앞뒤 차축 간 구동 토크를 가변적으로 배분시킬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통합된 4매틱은 앞뒤 구동력을 100:0에서 50:50으로 배분할 수 있다.
 

4매틱에 대한 학습을 마치고 이제 실전에 들어갈 차례다. 워크숍이 열린 산장에서 티멜스요흐-호흐알펜스트라세라는 곳까지 8km 구간을 더 높이 등정하는 코스다. 제설차가 밀어낸 눈의 높이가 키를 훌쩍 넘는다. 한쪽 길은 조금만 벗어나면 아찔한 절벽이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컨스트럭터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주행이 가능할 만큼 날씨가 좋았기 때문이다. 시야 확보는 안전과 직결된다. 컨스트럭터 팀 리더가 “여러분들은 운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날 실습생들은 한국과 그리스 팀.

먼저 GLA 250 4매틱에 오른다. 눈이 다져진 길은 빙판보다 미끄럽진 않지만 바퀴에 노면이 패인 자국이 많아 울퉁불퉁하다. 헤어핀 코너를 비롯해 가파른 코너가 이어진다. 그리고 짧고 긴 직선 구간이 번갈아 나타난다. 코너 앞에서 충분히 감속하고,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빠져나가는 게 중요하다. 시선은 멀리, 가고자 방향을 향해야 한다. 코스를 익힌 다음 실전이다. 컨스트럭터가 탄 선두차는 “차를 믿고, 마음껏 달리라”며 속도를 높여간다.
 

GLA 250 4매틱의 움직임은 경쾌하다. 눈길 위에서 컨트롤이 쉽고 방향을 잘 잡는다. 가속도 재빨리 이루어지지만 제동거리는 여유를 좀 가져야 한다. 근데 브레이크 페달을 좀 더 강하게 밟아도 괜찮다. 노면에 익숙해지면서 가속과 감속이 더 대범해진다. 약간의 스릴조차 즐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트랙션이 좋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제설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차머리를 돌린다. 바로 건너편이 이탈리아 땅이라고. 눈 속에서 솟구쳐 나온 듯한 건축물 하나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긴다. 알고 보니 이쪽 알프스 도로(High Alpin Road, 2509m)의 역사를 전시한 박물관(Timmelsjoch Experience Pass Museum)이란다. 원래 도로가 능선 위에 지어진 것인데, 눈이 많이 쌓인 탓이다.
 

다음은 C400 4매틱을 탄다. 세단이어서인지 하체가 바닥에 닿는 느낌이다. 버튼을 눌러 차고를 높이자 한결 편안해졌다. 달리기는 확실히 뒷바퀴굴림의 특성이 묻어났다. GLA와는 다르게 바퀴가 미끄러지는 느낌, 속도를 너무 줄이고 코너에 진입하면 빨리 벗어나기도 어려웠다. 4매틱이라도 뒷바퀴굴림 특성에 맞는 타이밍을 견지해야 한다.
 

내리막길 브레이킹도 흔들렸다. 하지만 바퀴가 미끄러지는 순간에도 스티어링 휠을 정자세로 두고 끈기 있게 브레이킹을 하면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미끄러지더라도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차를 믿으라는 말을 믿을 수밖에.

멀리서 보면 사막 같은 눈 언덕들이 가까이 다가가면 치열하게 부딪치는 랠리의 현장이 된다. 탄력을 받으면 직선도로에서 더 강력한 가속성능을 보여준다. 오른쪽이 그야말로 낭떠러지인 눈길을 시속 140km로 달린다. 그리고 정확한 제동 뒤에 코너를 감아나간다. 완벽한 트랙션이다.
 

실습을 모두 마치고 내려오는 길, W124 에스테이트가 늠름하게 눈길을 박차며 올라온다. 그 뒤를 30년 후배들이 줄지어 따른다. 메르세데스 벤츠 4매틱의 미래가 함께 햇살에 반짝였다.

 

Q&A 요르그 바인홀드 (Weinhold, Jorg) 4매틱 프로덕트 매니저

어떤 일을 하나?
슈투트가르트 본사에서 근무하며 파워트레인 매니지먼트 일을 주로 한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엔진과 대체 엔진 즉 휘발유, 디젤 엔진 외 전기, 하이브리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4매틱도 파워트레인의 일부다. 여러 버전이 있는데 어떤 기술을 개발하는 게 좋은지, 고객들이 어떤 기술을 선호하는지 수요를 파악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큰 차에 4WD 탑재 경향을 파악해 개발팀에 의견을 전달한다.

4매틱의 판매비중은 얼마인가?
현재 20%를 살짝 밑도는 수준이다. 몇 년 내 25%를 목표로 한다.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경우 팔리는 벤츠 모델의 100%가 4매틱이다. 미국 북부 쪽도 비슷하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는 없다. G클래스는 100% 4매틱이고 앞바퀴굴림 모델에는 10% 정도다.

콤팩트 카에 4매틱을 확장하는 이유는?
콤팩트 카의 출력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트랙션 증가를 필요로 한다. 4WD의 연비도 FF, FR 대비 나쁘지 않다. 새로운 CLS 슈팅 브레이크의 경우 100km당 0.6L 증가에 그쳤다. 예전에는 연료가 많이 들어갔으나 그만큼 기술이 발전했다. 전기차도 4WD가 중요한데 배터리 문제가 크다. 현재 개발 중이다.

경쟁사와 차별화 포인트는?
경쟁사가 오프로드 퍼포먼스 위주로 개발해왔다면 우리는 온로드 퍼포먼스를 중시해왔다. FF 기반의 콤팩트 카에 4매틱을 다는 것은 민첩성과 안전성을 높여준다. 그리고 벤츠의 4매틱은 경쟁사보다 25% 가볍다. 아우디, 폭스바겐의 경우 듀얼 클러치와 4WD를 매칭할 때 별도의 오일을 쓴다. 벤츠는 듀얼 클러치와 통합하므로 별도의 오일 서클이 필요 없다. 자동변속기에 4WD를 통합함으로써 반응도 빨라졌다. 변속기는 현재 FR 9단이 나와 있는데 각단 기어비가 너무 짧아져 문제다. 10단이 아마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이다. 기어 단수는 어쩌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 중요한 건 기어비다. 기어비가 10.0이면 시속 120km에서 1,200rpm을 나타낸다. 이게 이상적이다.

한국시장을 어떻게 보나?
한국 소비자들은 신기술을 좋아하고 신기술에 빨리 적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충전 인프라가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하이 퍼포먼스 경향이 있다. AMG의 수요가 많이 늘고 있다. 중국과도 비슷한 것 같은데 스포티한 디자인을 선호하고 다른 차에 없는 기술 적용을 좋아한다. 일본과는 다르다.

글 · 최주식 편집장
사진 · 메르세데스 벤츠 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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