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펀치,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상태바
강력한 펀치,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 송지산
  • 승인 2019.09.05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우라칸 에보를 서킷에서 만났다. 강한 펀치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이다

지난 7월 29일, 람보르기니의 신모델 우라칸 에보가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같은 날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우라칸 에보의 시승회가 개최됐다. 우라칸 에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승장소다.

파올로 사르토리 람보르기니 한국 담당 매니저의 설명에 따르면, 우라칸 에보는 단순한 디자인 변경 모델이 아니라고 한다. 디자인 변경을 통해 공기역학 성능이 크게 개선되어 1세대 대비 6배나 향상됐다. 다운포스도 7배 늘어났으며 냉각 효율도 16% 높아졌다. 쉽게 말해 더 잘 달리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V10 5.2L 자연흡기 엔진은 이전보다 30마력 늘어난 640마력을 낸다. 단순히 수치의 증가가 아닌, 1마력 늘어날 때마다 운전재미 또한 함께 늘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는 게 람보르기니 측의 설명. 티타늄 흡기 밸브와 경량 배기 시스템으로 사운드 또한 달라졌다.

우라칸 에보에서 주목해야 할 신기능은 바로 LDVI(Lamborghini Dinamica Veicolo Integrata) 기술이다. 차량의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 전반을 통합 제어하는데, ‘피드백’(feedback) 방식이 아닌 ‘피드포워드’(feedforward) 방식, 즉 차량의 움직임과 운전자의 반응을 미리 예측해 설정을 변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코너에서도 좀 더 이상적인 궤도로 주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우라칸 에보의 또 다른 변화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추가다. 중앙 콘솔에 마련된 터치식 디스플레이는 람보르기니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디자인 요소인 육각형으로 구성된 메뉴가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탑승해보니 시트가 예상보다 편안하다. 역동적인 드라이빙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운전자 또한 편안해야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법. 몸을 잘 감싸주면서도 너무 딱딱하지 않아 일반 도로 주행도 문제없을 정도다.

센터 콘솔의 각종 토글 버튼들은 마치 전투기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계기판으로도 이어지며 색다른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 하단의 스위치로 주행모드를 바꿔주면 스트라다와 스포츠는 계기판 컬러가 바뀌는 정도지만, 코르사 모드에선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며 트랙 주행에 필요한 정보 위주로 표시한다.

그렇다면 실제 주행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날카로운 움직임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다. 이는 네바퀴 조향 시스템(All Wheel Steering)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조향 정도에 따라 뒷바퀴도 함께 조향을 도와 저속에서는 민첩한 움직임을, 고속에선 안정적인 코너링을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다른 방향으로 뒷바퀴를 조향해 휠베이스를 줄여주는 효과를, 반대로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휠베이스를 늘리는 효과로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고. 고속과 저속을 나누는 기준은 스트라다 모드에선 시속 70km, 스포츠나 코르사 모드에선 시속 100km이다.

젖은 노면에서도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준다<br>
젖은 노면에서도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준다

아벤타도르 S에서 처음 적용된 이 AWS가 우라칸 에보에도 더해지며 놀라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짐카나 코스에서 우라칸 에보가 보여준 움직임은 훨씬 작은 카트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연속적인 방향 전환에도 민첩하게 방향을 바꾸는 건 물론이고 핸들을 완전히 돌린 상태에서의 원 선회도 예상보다 훨씬 좁은 반경에서 이뤄진다. 

인스트럭터의 설명에 따라 핸들을 돌린 상태로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아주면 짜릿한 타이어의 파열음과 함께 차체가 측면으로 미끄러지며 몸에 느껴지는 횡가속이 뱃속을 근질거리게 한다.

우라칸 에보의 실력을 확인했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트랙을 달릴 차례. 시동을 걸자 잠자던 맹수를 깨운 듯 등 뒤에서 우렁찬 엔진음이 들려온다. 선두차량의 안내에 따라 조심스레 워밍업을 시작한다. 스트라다 모드에선 비교적 얌전한 모습이다. 람보르기니 서울 관계자가 “예전보다 운전하기가 편해졌다”는 말이 수긍됐다. 가속 페달도 민감하지 않아 운전이 편하다. 가속 페달을 힘 있게 밟아주기 전까진 거친 황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도심 운전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부드럽게 워밍업을 끝냈으니 다음은 스포츠 모드, 정차 상태에서 모드를 바꾸자 엔진음이 한 단계 올라가며 달라진 모습을 암시한다. 가속 페달의 응답성도 한 단계 올라가 컨트롤이 좀 더 조심스러워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트랙 주행에 충분한 날카로운 핸들링과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아직 하나의 모드가 더 남았다. 

마지막 코르사 모드. 앞선 두 모드보다 훨씬 우렁찬 엔진음과 달라진 계기판이 본격적인 트랙 주행의 시작을 알린다. 가속 페달은 여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발끝으로 건드릴 때마다 V10 엔진 본연의 힘을 아낌없이 쏟아낸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파워를 감당하지 못해 쩔쩔맬 것이라 생각했지만, LDVI 기술은 미숙한 운전자의 트랙 주행도 ‘그럴 줄 알았어’라는 듯이 운전을 도와 매끄러운 주행이 이뤄진다. 간간히 코너 한계점에서 들려오는 타이어의 파열음만이 부족한 실력을 느끼게 할 뿐이다.

주행 모드를 바꿔갈수록 서스펜션은 점차 단단해지지만, 트랙이다 보니 큰 불편함보단 오히려 안정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헤어핀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불안함 따윈 느껴지지 않는다. 몸을 잘 감싸주는 시트와 안정적인 움직임, 내가 원하는 데로 가속하고 멈추고 돌아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더해지니 서킷 주행이 점점 즐거워진다.

람보르기니의 명성에 대해선 긴 말이 필요할까. 그렇지만 이번 우라칸 에보의 성능과 움직임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즐거운 컬처 쇼크다. 

 

 Q&A 

파울로 사르토리 한국 담당 매니저(왼쪽)와<br>프란체스코 크래시 한국-일본 지역 매니징 디렉터<br>
파울로 사르토리 한국 담당 매니저(왼쪽)와
프란체스코 크래시 한국-일본 지역 매니징 디렉터

행사 중간 람보르기니 본사 담당자와 진행된 인터뷰 시간에는 우라칸 에보가 주는 놀라움만큼이나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Q 우라칸 퍼포만테와 에보의 공기역학 시스템 차이는?
퍼포만테는 최상의 퍼포먼스가 목적이기 때문에 특허기술인 ALA(Aerodinamica Lamborghini Attiva)가 적용됐다. 에보 또한 슈퍼카의 성능을 낼 수 있지만 일상에서의 주행 또한 목적이기에 퍼포만테와는 다른 방식(ALA 적용 없이)으로 공기역학 성능을 높였다. 

Q 퍼포만테와 에보의 서스펜션 세팅의 차이는?
에보의 서스펜션은 능동적(Active) 서스펜션으로, 환경이나 주행 모드에 따라 바뀌어 최적의 성능을 내도록 한다.

Q LDVI의 작동 방식은?
LDVI는 피드백이 아닌 피드포워드 로직을 적용했다. 새로운 CPU는 차량 무게 중심에 위치한 센서와 자이로스코프 장치를 통해 1/1000초 단위로 입력되는 정보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다음 순간을 예측해 차량의 세팅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한다. 이를 통해 트랙에서 계산된 궤도 내에서 좀 더 매끄럽고 완벽한 주행을 할 수 있다. 현존하는 차 중에선 이런 기술은 람보르기니가 유일할 것이다.

Q 우라칸 에보의 후륜 모델도 출시 예정인지?
그렇다. 적정한 출력 범위 내에서 후륜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