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르노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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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르노의 ‘맛’
  • 송지산
  • 승인 2019.09.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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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르노가 한 자리에 모였다. 각각의 개성과 실력을 확인해보았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여름을 맞아 ‘쿨 썸머 장거리 시승’이라는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장거리 시승이야 평소보다 좀 더 오래, 멀리 시승을 진행하는 것인데, 태백 스피드웨이까지 장소를 넓혔다. 바로 르노 차들을 트랙에서 경험해보기 위한 것. 해치백 클리오, 전기차 트위지, 상용차 마스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묘한 조합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클리오는 트랙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발군의 실력, 클리오
클리오는 행사장인 태백까지 이동을 겸해 일반 도로 시승을 진행했다. 유려한 곡선으로 그려진 차체 라인이 프랑스인들의 감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차에 타자 SUV 못지않은 예상외의 눈높이가 조금은 당황스럽다. 허나 시야는 높고 넓을수록 좋은 법.

실내는 QM3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내 곳곳에 컬러팁을 더해 산뜻한 느낌이다. 주행에선 외부 소음이 좀 들어오는 편인데, 소형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만한 정도.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규정 속도를 넘기면 예민한 사람은 귀가 따갑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커진다. 자연스럽게 안전운전이 가능해질 것 같다. 

클리오는 1.5L 디젤 엔진에 6단 DCT를 더해 90마력의 최고출력과 22.4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너무 낮은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수치는 수치일 뿐, 체감은 보이는 것 이상이다. 추월을 위한 가속에서도 빠르게 돌아가는 계기판의 바늘은 부족함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태백 스피드웨이에 도착해서 트랙 시승을 진행했다. 고속도로를 달려오며 느꼈던 클리오의 민첩함은 트랙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잦은 가감속이 이루어지는 트랙에서도 매끄럽게 이뤄지는 변속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제동 성능 덕분에 코스에 집중할 수 있었다. 

따로 세팅을 바꾸지 않은, 일반 시승 차량을 그대로 사용했기에 비교적 거친 태백 스피드웨이의 노면에서도 생각보다 몸으로 전달되는 충격이 적지만 약간의 롤링은 어쩔 수 없다.

모터스포츠에 오랜 시간 몸담아온 르노인 만큼 클리오에서도 레이스 DNA가 느껴진다. 소형차로도 트랙에서 이정도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트위지는 의외로 짜릿한 운동성능을 보여준다

짜릿한 즐거움, 트위지
행사장 앞 주차장에선 소형전기차 트위지를 이용한 슬라럼 체험이 진행됐다. 내 키가 196cm라 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다. 그러나 시트를 뒤로 밀면 충분한 탑승 공간이 나온다. 

실내는 간결하다. 스티어링 휠 뒤로 계기판과 좌우 레버, 대시보드 좌측의 비상등과 변속 버튼이 구성의 전부다. 운전만 할 줄 안다면 적응하는데 채 몇 분도 걸리지 않는다.

안전벨트를 매고, 변속 버튼을 눌러 주행 모드로 변경한 후 가속 페달을 거침없이 밟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출발하는가 싶더니 이내 빠르게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극초반을 빼면 전기차다운 가속을 보여준다.

첫 번째 코스는 일렬로 늘어선 라바콘 사이 방향전환이다.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꽤 빠른 속도에서도 빠르게 머리를 돌려가며 빠져나간다. 예전에 타본 카트, 딱 그 느낌이긴 한데, 귀를 때리는 배기음이 없어 편안하다.

다음은 원 선회 코스. 핸들을 끝까지 돌리곤 과감하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본다. 다른 자동차였다면 불안함이 느껴졌겠지만 트위지엔 없다. 거침없이 원하는 만큼 돌아나가는 날렵한 움직임이 매우 즐겁다.

마지막은 급제동. 앞뒤에 장착된 디스크 브레이크가 타이어의 높은 파열음과 짧은 스키드 마크를 남기며 차체를 멈춰 세운다. 뛰어난 제동력에 놀라는 것도 잠시, 밀려오는 고무 타는 냄새가 매캐하다. 옵션인 윈도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평소에 트위지를 높은 경제성의 초소형 전기차 정도로만 보던 시선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트위지 오너들이나 트위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역동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새로운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마스터의 수동변속기는 다루기 쉽다

편안하면서도 넉넉한, 마스터
마스터로는 수동 운전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근래엔 수동 변속기 차를 탈 일이 별로 없어 오래간만에 경험을 되살릴 겸 차에 올랐다. 시승차는 운전석 뒤편으로 화물칸이 마련된 마스터 밴. 실내 곳곳에 요모조모 마련된 수납공간이 편의성을 높인다.

동승한 인스트럭터의 설명에 따라 기어를 넣고 조심스레 발을 떼자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스터는 일반적인 1톤 트럭과 달리 1단 출발을 해야 한다. 이를 잘 모르는 고객들이 2단 출발을 반복하다 클러치 디스크가 타버려 수리 받으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충분히 힘이 느껴지는 2.3L 디젤 엔진이 큰 가속 없이도 차체를 여유 있게 밀어낸다. 6단 수동변속기도 편하고 정확하게 맞물려 어렵지 않다. 변속기는 후진 시 스틱 중앙의 레버를 당겨야 하는 방식이다.

굽은 길을 통과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 차폭이 전체적인 크기에 비해 날씬한 2020mm이기 때문이다. 코스를 빠져나가는 데 예상보다 좌우로 공간이 많이 남는다. 여기에 차체 자세 제어(ESC)와 경사로 밀림 방지(HSA) 기능들은 실제 도로 주행에서 안전성을 더하는 부분.

코스의 마지막은 운전면허시험을 떠오르게 하는 T자 코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후진으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할 때도 날씬한 차폭이 부담을 덜어준다. 조금 서툰 클러치 조작으로 시동을 꺼뜨릴 뻔한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코스를 돌아나왔다. 밴이나 마스터 모두 차량 바로 뒤편은 시야 확보가 어려워 시승차에도 별도로 장착된 후방 카메라가 있었다. 구입을 생각한다면 필히 달아야 할 옵션인 듯하다.

끝으로, 체험을 마치고 내리기 위해 중립을 넣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체결한 후 문을 열자 시동이 꺼진다. 오토 스탑/스타트 시스템 작동이다. 자주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상용 운전자에겐 연비를 높이는 유용한 기능이 되겠다. 3000만원 전후의 가격이지만 상용 운전자에게 필요한 기능들이 두루 갖춰져 있다. 높은 인기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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