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에서 보낸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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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에서 보낸 24시간
  • 최주식
  • 승인 2014.07.0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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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사르트 서킷 한쪽에 세워진 대관람차를 보자 르망에 왔음을 실감했다. 르망의 상징이 된 대관람차는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1971년에 나온 스티브 맥퀸 주연의 영화 <르망>에서도 등장했으니 꽤 오래되었음이 틀림없다. 레이서보다 더 레이서 같았던 그의 표정에는 24시간을 달리는 레이서의 열정과 고독이 짙게 스며들어 있다. 실제 스티브 맥퀸은 자동차광이며 직접 레이스를 즐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고, 그가 예전에 탔던 차들이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스티브 맥퀸만큼 르망의 상징이 된 인물이 또 있을까. 기념품점에서는 어김없이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와 그가 몬 경주차 포르쉐 917K의 모형차가 빠지지 않는다. 포르쉐는 영화가 나온 1971년 헬무트 마르코와 기즈스 반 레네프가 몬 917K로 우승을 차지했다. 1970년에 이은 2회 연속 우승. 하지만 1972년에는 새 경기 규정에 맞지 않아 출전할 수 없었다. 아무튼 1971년 917K가 세운 주행거리 신기록은 5,334.41km. 이 기록은 2010년에 와서야 깨졌다. 크고 작은 사고가 벌어져 경기가 지연되다보면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 르망은 포르쉐의 출전으로 흥미를 더했다. 1998년 911 GT1이 포르쉐에 마지막 우승컵을 안겨준 이후 16년 만의 복귀. 포르쉐는 르망 통산 16회 우승으로 최고의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복귀전이면서 통산 17회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다. 4년 연속 우승 행진 중인 아우디는 통산 12회 우승 기록.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팬들도 들썩였다. 지지난해부터 참여한 토요타팀의 기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보는 재미가 커졌다.

재미있는 또 한 가지는 지난해까지 F1 레드불팀에서 뛰던 마크 웨버가 포르쉐팀의 드라이버로 출전한다는 사실. 화제는 풍성할수록 좋은 법. 마크 웨버가 과연 르망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졌다. 게다가 마크 웨버가 몬 경주차 919 하이브리드의 넘버는 20번. 스티브 맥퀸이 영화 <르망>에서 몬 경주차 917K와 같은 넘버다. 우연이었을까. 만약 포르쉐 20번이 우승을 차지했다면 화제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마크 웨버가 몬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20번은 몇 차례 선두에 올랐고, 대회 종료 2시간을 남기고는 아우디와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이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올해의 르망 24는 아우디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24시간 레이스는 빨리 달리는 것보다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흔히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모두가 살아남았을 때는 빨리 달리는 것으로 승부가 난다. 그래서 빨리 달리는 것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 역시 인생이라면 너무 힘들지 않은가.

새벽에 서킷에 나왔을 때는 경기가 시작된 지 14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감도는 하늘은 경이로웠고, 맹수의 소리를 내지르며 달리는 경주차들은 왠지 숙연해 보였다. 모두들 스티브 맥퀸의 그 고독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르망 드라이버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인 얘기는 동이 터올 무렵이 가장 힘들다는 것. 그리고 가족 생각이 많이 난다는 것이었다. 불현듯 우리에게도 매일 24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곧잘 그 사실을 잊고 있다. 24시간… 레이스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만, 그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월간 오토카 코리아 2014.7월호 편집장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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