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길 위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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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길 위의 기억들
  • 최주식
  • 승인 2009.08.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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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은행나무에 매미들이 진을 치고 일제히 울어댄다. 매미들의 합창은 파도소리마냥 청량하지는 않지만 그 비슷한 소리를 내며 밀려왔다 밀려가듯이 일정한 주기를 띤다. 벽시계를 보며 시간을 한번 재어보았더니 50초 울고 30초 쉬더니 다시 1분10초를 울다가 50초를 쉬었다. 쉬는 시간보다는 우는 시간이 더 길다. 우는 것이 저들 매미의 존재의 이유라면 잠시 쉬는 것은 다시 울기 위한 몸짓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매미는 지나간 여름날 땡볕 아래 걸었던 무수한 길의 기억들과 또 어쩌지 못했던 권태의 기억들을 안고 있다. 길 위를 떠돌던 나른한 날의 기억들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다.  

이달에는 현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가 시선을 모았다. LPG를 연료로 한 하이브리드는 세계 최초인데, 비록 내수용이지만 완성도는 높아보였다. 어쩌면 앞으로 나올 휘발유와 디젤 연료 기반의 하이브리드를 위한 전초전인 셈이다. 현재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올 10월 출시예정인 신형 YF 쏘나타인데,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은 내년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닛산 GT-R이 국내에 들어온 것도 7월의 뉴스. 뉘르부르크링에서의 기록적인 성과, 그리고 포르쉐 911과 아우디 R8을 압박하는 이 괴물은 그러나 국내에서 35대만 한정판매된다(이미 20대는 예약판매 되었다고). 이런 경우 시승할 기회는 거의 없다. 한국적 자동차 미디어 환경의 난점이다. 다만 <오토카>는 이미 여러 차례, 심지어 ‘로드 테스트’를 통한 GT-R 분석기와 스펙 V까지 소개했음을 위안으로 삼는다. 

<오토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토카>를 알아주는 독자들에 의해 성장해나가고 있다. 실제 그러한 독자들은 과월호 신청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사무실에는 좁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창간호부터 모든 과월호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이달에는 일본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정기구독 신청이 들어왔다. 국제우편요금을 자기부담으로 해서 보겠다고 했다. 고마운 일이다. 

미쓰비시 아이미브(i-Mi)가 국내에 깜짝 공개된 것은 약간 의외였다. 일본에서도 7월부터 시판에 들어간 세계 최초의 양산 전기차. 골프장에서 카트로 쓰이는 줄만 알았던 전기차가 가정용 전원을 사용해 충전하고 일반주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하이브리드카에 이은 제2의 혁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아, 아이미브 시승은 이번호 마감이 끝나는 며칠 후에 잡혀 있다. 국내 도로에서의 시승 느낌은 부득이 다음 9월호에서 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는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매력을 잃지 않고 있는 최고의 페라리 F40과 최신판 페라리 중 최고로 꼽히는 430 스쿠데리아의 한판 승부를 담았다. 초특급 한정판 비타협적 로드레이서 F40은 아름답지만 까다로운 1984년형 288 GTO의 직계 혈통. 젊은 스쿠데리아가 그 고귀한 혈통을 이겨낼 수 있는지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지난 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클래식&스포츠카>의 반응이 뜨겁다. 이번호에는 누보랄리, 드레이퓌스, 버누아와 위밀 등 서킷의 전설적 영웅들이 몰았던 걸작 ‘부가티 타입 59’가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간다. 이 시대의 어느 차들보다 아름다운 보디와 디테일, 기계적 미학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타입 59의 세계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월간 오토카 코리아 2009.8월호 편집장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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