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함께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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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함께 걷다
  • 최주식
  • 승인 2014.12.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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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누군가 걸어간 길, 내가 지나온 길, 가보지 못한 길, 그리고 걸어가야 할 길… 길 위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시간이 흐른다. 시간의 흐름은 기억 속에서 흔들린다. 흔들리는 기억 위에 사람들이 지나간다. 누군가는 무심히 스쳐 지나가고 누군가는 다시 만난다. 서로의 기억은 때로 믹스커피처럼 섞이거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저마다의 길을 가는 것이므로. 자신의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길을 갈 때는 걷거나 혹은 자동차를 탄다. 길 위에는 사람들이 흘러가고, 더불어 한 시절도 흘러간다. 어쩌다 차에 실려 가는 차를 보면, 어디 다른 세상으로 가는 로봇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에 실려 가는 차를 보면 볼 때마다 그냥 낯설다.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데, 저절로 차가 흘러가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요즘 자율주행 자동차가 화제가 되고 있다. 기술 수준도 빠르게 발전하는 중이다. 무인자동차가 아니다. 사람이 타고 있는데 운전을 하지 않을 뿐이다. 차가 지능적으로 가고서고 모든 과정을 알아서 해준다. 이 기술은 물론 소용이 있을 것이다. 흥미롭지만 왠지 반갑지는 않다. 그 옛날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다닐 때, 그저 말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동차 여행은 자동차와 함께 걷는 일이라고, 요즘 생각한다. 그동안 몰랐던 자동차와 함께 걷는 재미를 발견하고 있다. 한때 차 없이 다니는 기행도 해보았지만 완벽하진 못했다. 차와 함께 걷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차를 타면 왜 항상 빨리 가려고만 했을까. 이걸 깨닫는 순간 차와 함께 걷는 법을 배우게 된다.  

다음으로 더불어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른 차와 함께 걷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법 말이다. 좁은 등산로를 걸어갈 때를 생각해보자. 거리에서 만나는 차들이 모두 등산로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자. 뒤에서 나보다 건장한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면 슬쩍 옆으로 비켜주지 않는가. 차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길의 흐름은 훨씬 원활하게 된다. 

이곳에서의 한 시간이 저곳에서의 7년이라면. 저곳에서 소중한 그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면, 지금 이 한 시간의 무게감은 도대체 얼마일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는 시간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고 말한다. 

그래 하늘을 보자. 그리고 생각하자. 에스키모들이 그들 스스로 ‘인간’이라는 의미로 부른 이누이트족은 수천 년간 사냥을 하면서 살아왔다. 지나온 발자국마저 사라져버리는 북극에서 그들은 바람과 별을 보고 길을 찾았다. 하지만 GPS를 사용하게 되면서 그 능력은 퇴보하고 있다. 우리가 계속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 숙이고 산다면 아마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릴지 모른다. 

늘 그렇듯, 아직 11월이지만 12월호 마감을 하며 1년이 다 지나간 기분이다. 또 1년 동안 함께 걸어준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길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

 

월간 오토카 코리아 2014.12월호 편집장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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