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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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 최주식
  • 승인 2017.02.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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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누락자는 아홉 살 때 저승사자를 만나지만 삼신할미의 도움으로 생을 이어간다. 그리고 열아홉에 도깨비를 만난다. 자신의 운명이 도깨비 신부임을 안 그녀는 마침내 900년 묵은 도깨비의 검을 뽑아 그의 불멸을 끝낸다. 저승사자는 그녀에게 너는 스물아홉에도 저승사자를 만날 것이라고 말한다. 아홉은 신의 수이자 완전수인 열(10)에 가장 가까운 미완의 숫자라면서… 아홉수. 우리 모두 그 시절을 지나왔고 또 지나갈 것이다. 어느새 우리 잡지도 아홉수를 맞았다. 

아홉수에는 어쩐지 아팠던 기억이 있다. 왠지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것은 신의 수이자 완전수에 다다르기 전의 불안. 미완인 채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 아니었을까. 혹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다음 문장이 그 이유를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그 세계 또는 완전수는 끝이 아니며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것을.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초불확실성의 시대’(Age of Hyper-uncertainty)라고 표현했다. 세계가 언제 불확실하지 않은 때가 있었으랴마는 이번에는 상황 자체가 많이 다른 듯하다. 어쨌든 ‘하이퍼’가 구사되는 시대다. 슈퍼카 그 이상의 하이퍼카가 이미 한자리를 차지했고 연결성도 모자라 이제는 하이퍼-커넥티드를 외친다. 한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진 세계화는 이제 그 반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 그 세계화의 자리는 인공지능(AI)이 대신하고 있는 느낌이다.  

자동차에도 인공지능이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세계가전박람회(CES)에 등장한 토요타 콘셉트-i는 인공지능으로 운전자의 취향이나 감정을 인식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운전자의 표정이나 동작, 피로도 등을 데이터화해서 현재 상태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주행환경을 제공하는 것. 가령 “지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신나는 음악 틀어줄까?” 자동차와 뭐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과거 TV시리즈 〈전격Z작전〉 속 ‘키트’(kitt)의 재현이다. 그것을 완성하는 자율주행 기능 역시 완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그 변화의 현장을 지면에 담았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자동차업계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여전히 동면 중인 곳도 있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시승차도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달의 시승기는 BMW M2를 제외하고 모두 SUV가 차지했다. 마세라티 최초의 SUV 르반떼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 캐딜락 SRX 후속 XT5, 쌍용 신형 코란도 C, 그리고 중국계 SUV 북기은상의 켄보600이 그들이다. 특히 켄보600은 본지가 가장 먼저, 단독으로 시승했다. 가격대로 보면 2천만원부터 1억 중반대까지 다양하다. 어쨌든 지금 현실은 여전히 내연기관 SUV가 대세다.     

창간 9주년 기념호다. 차린다고 차렸지만 부족한 게 많다. 더불어 입맛에 맞을지도 걱정이다. 그러고 보면 잡지를 만드는 일이 음식을 만드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늘 고민이다. 아홉수를 잘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면서 아홉수란 결국 경계(警戒)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다. 독자 제위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전한다.   

 

월간 오토카 코리아 2017.2월호 편집장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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