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벳으로 브루클랜즈에서 브라이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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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벳으로 브루클랜즈에서 브라이턴까지
  • 콜린 굿윈(Colin Goodwin)
  • 승인 2019.08.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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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속도로에 알맞게 만들어진 콜벳으로 브루클랜즈에서 브라이턴까지 편도 1차로 길로만 달리기로 한 것은 당연히 도전거리가 될 만하다

오늘은 가장 즐거운 날이 될 것이다. 내게 주어진 일은 고속도로나 중앙분리대가 있는 왕복 4차선 도로를 피해 웨이브리지(Weybridge)에 있는 브루클랜즈(Brooklands) 자동차 박물관부터 브라이턴(Brighton)까지 달리는 데 도전하는 것이다. 편집장은 "영국의 혼잡한 도로에서 운전을 즐기는 게 아직 가능하기는 하냐"고 묻기도 했다. 대부분은 그렇다. 몇 주 전, 나는 즐거운 점심식사 후 몇몇 친구와 함께 서리(Surrey) 언덕 주변에서 있었던 길 찾기 랠리에 참가했다. 내가 알피느(Alpine) A110을 몰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지만, 모리스 마이너같은 고물차를 몰았어도 멋진 경험을 했을 것이다.

엔진이 앞쪽에 있는 콜벳은 곧 박물관의 유물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가 새로 나온 콜벳 그랜드 스포트를 몬다는 사실은 도전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오토카> 영국판 광고에 실렸듯, 이 차는 콜벳과 카마로의 영국 독점 공급업체인 버지니아 워터(Virginia Water)의 이언 앨런 모터스(Ian Allan Motors)에서 빌린 것이다. 좀 더 중요한 사실은, 콜벳은 조만간 새로운 미드엔진 C8 모델로 바뀔 것이며 EU 형식승인을 받은 차는 소수만 남아 있다. 앨런은 60대의 콜벳과 카마로를 사들이는 아주 대담한 조치로 영국 애호가들의 투기를 잠재웠다. 매물로 남아있는 시간은 짧겠지만, 이 차도 그 중 한 대다.

전형적인 미국차와 전형적인 영국도로의 만남

그럼 이제 서둘러 출발해 보자. 날씨는 좋은데 약간의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 이언 앨런 모터스의 케빈 헐(Kevin Hurl)이 우리를 위해 빨간색 그랜드 스포트 쿠페를 준비했지만 그 차는 지난주에 누군가에게 팔렸고, 그래서 그는 비밀스러운 은신처에서 또 하나의 그랜드 스포트를 가져와 등록했다. 빨간색에 자동변속기를 단 컨버터블이다. 이 차를 며칠간 써도 그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는 나와 꽤나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서리에서 태어났을 뿐 아니라 길퍼드(Guildford)를 근거지로 1년 동안 퀵서비스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브루클랜즈에서 브라이턴까지 가는 길은 손바닥 보듯 훤하다. 차에 달린 내비게이션 시스템 때문에 골치를 썩지 않을 것이 틀림없고, 내가 가져온 종이 지도와도 씨름하지 않을 것이다.

굿윈은 내비게이션을 끄고 교통표지와 지도, 자신의 코만 써서 길을 찾았다

<오토카> 부편집장인 데미안 스미스(Damien Smith)는 서리에서 출발해 완티지(Wantage) 근교에 있는 윌리엄즈(Williams) 본사까지 갔던 여정이 이번 피처 기사에 영감을 주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중앙분리대가 있는 왕복 4차로 도로는 아주 짧은 구간만 달렸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내야 한다. 그래서 그런 길을 손가락만큼도 달리지 않기로 했다.

콜벳을 받아 브루클랜즈로 가져올 때까지, 우리는 내가 ‘가장 멋진 10시’라고 부르는 시간의 한가운데 있었다. 화물차 기사들은 아직 짐을 싣고 있고, 엄마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X5를 몰고 커피숍에 모일 시간이다. 이런 표현 때문에 내가 성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웨이브리지에 와서 직접 보면 당신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콜벳 그랜드 스포트는 넓지만, 기본형 스팅레이는 사실 재규어 F-타입보다 5cm 정도 좁다. 오래 전 우리가 장기 시승했던 것과 같은 C6 모델과는 달리, 앞 펜더 꼭대기에 곧게 뻗은 모서리가 있어서 달리는 동안 차의 너비를 가늠하기가 아주 어렵지는 않다. 내가 잡은 경로는 부분적으로 아주 좁은 길들로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다.

우리는 코브햄(Cobham)에서 A3 도로를 가로지른 뒤 거의 평행한 길을 따라 오컴(Ockham) 마을까지 달린 데 이어 옛 티렐(Tyrrell) 포뮬러 원 팀 공장을 지나쳤다. 지금은 이탈리아 케이크 장식 회사의 근거지로 쓰이고 있지만 건물들은 옛 모습 그대로이고, 켄 티렐이 처음 일을 시작했던 옛 헛간까지도 완벽한 상태로 남아 있다.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했던 팀이 이렇게 작은 곳에서 운영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또 하나의 유서 깊은 장소도 지나갔다. 이스트 호르슬리(East Horsley)의 로터스 판매업체인 벨 앤 콜빌(Bell & Colvill)이 그곳이다. 바비 벨(Bobby Bell)과 마틴 콜빌(Martin Colvill)은 종종 자신들이 갖고 있는 클래식카들 중 하나를 전시장에 갖다 놓곤 했다. 아마도 GT40이나 BRM P160같은 차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도 주기적으로 들르곤 했다. 1980년대에는 이곳 서비스 부서에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입사하지는 못해 지금 이렇게 콜벳과 달리고 있다.

이렇게 넓은 차를 모는 것은 공간지각능력을 시험하기에 좋다

이제 우리는 올림픽 사이클 도로경주 코스로 사용된 길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라이크라 소재의 사이클복을 입은 은퇴자들에게 둘러싸이지 않은 것이 놀랍다. 여기는 지대가 높아서, 런던 시내의 유명한 고층건물인 샤드(Shard)를 포함해 런던까지 펼쳐진 풍경이 잘 보인다.

콜벳의 기본 모델은 스팅레이이고, 이 그랜드 스포트 모델처럼 쉐보레의 고전이 된 스몰블록 푸시로드 방식 V8 엔진의 자연흡기 버전에서 힘을 얻는다. 가장 강력한 콜벳은 Z06으로, 같은 엔진의 668마력 슈퍼차저 버전을 쓴다. 값은 더 비싸고, 무게는 더 나가고,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십 분의 몇 초 더 짧으며, 최고시속은 우리가 탄 차의 290km보다 빠른 311km다. 모두 다 의미 없는 숫자들이다. 이런 차들에서 중요한 것은 감성적 매력과 특별한 느낌이다.

마침내 V8 엔진의 472마력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도로가 등장했다

우리는 이제 늘 그렇듯 보행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한 시어(Shere)에 들어섰다. 사람들로 가득찬 ‘윌리엄 브레이’(William Bray)라는 이름의 펍은 티렐과 관련 있는 또 하나의 장소다. 건물주가 티렐 드라이버로 활약한 줄리언 베일리(Julian Bailey)였던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젠가 이곳에서 에디 조던(Eddie Jordan)이 드럼 연주를 맡은 밴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이번에는 차로가 하나뿐인 길에 들어섰다. 가파른 언덕과 양보를 위한 구역이 있는 서리의 구릉지를 가로지르는 곳이다. 콜벳처럼 큰 차에 타고 있으면, 전방 상황을 생각하고 마음 편히 양보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십대이던 시절, 비틀을 몰고 이런 길에서 심각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브레이크가 고장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주차 브레이크를 썼고 차는 통통 튀기며 비포장 경사로에서 벗어났다.

나는 수년간 쉐보레의 스몰블록 엔진이 모든 차에 장착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랜드 스포츠와 함께 한 4일 동안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의 왕복을 포함해도 연비가 11km/L에 달했다

이따금 기타의 신이 페라리를 타고 나타나 크랜리(Cranleigh)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유허스트(Ewhurst)에 있는 에릭 클랩튼의 옛집을 지난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던스폴드(Dunsfold)와 록스우드(Loxwood)라는 마을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길은 이제 왕복 2차로로 바뀌었다. 훨씬 더 넓고 콜벳 크기에 알맞은 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요즘 같은 때에 473마력이라는 숫자가 그리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태평스럽게 주고받았다. 그리고 수치가 6으로 시작하는 최고출력의 AMG와 BMW M 모델들과 비교하지는 않았지만, 콜벳은 대단히 빠른 느낌이다. 그다지 무겁지 않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랜드 스포트 모델의 무게는 1,562kg으로, 1,720kg인 재규어 F-타입 SVR이 꽤나 무거워 보이게 만든다. 콜벳이 무척 빠르다는 느낌이 드는 또 다른 이유는 V8 엔진이 힘을 쏟아내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소리에 있다. 이 구식 푸시로드 엔진의 소리는 포드 머스탱의 V8 엔진보다 훨씬 더 낫다.

우리는 록스우드를 지나자마자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길인 A272 도로를 건넜다. 평소보다 더 혼잡한 그 길은 빨리 달리기 위험한 곳이 많다. 우리는 아직 남쪽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A23 도로를 가로질러 디츨링 비콘(Ditchling Beacon)을 거쳐 브라이턴에 들어서기 위해 동쪽으로 방향을 바꿀 생각이다. 실수로 왕복 4차로 도로에 들어서지 않으려면 지도를 꺼내야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 지능형 속도조절 시스템이 의무화되는 것에 관한 논쟁을 읽고 본지에 아주 훌륭한 독자편지가 온 적이 있다. 그 편지를 쓴 독자는 빨리 달리는 것이 자동차 애호가가 되는 자격이 되는 줄 몰랐다고 한다. 나는 늘 속도 내는 것을 좋아했지만, 내게는 정곡을 찌른 지적이었다. 속도는 운전에 대한 열정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세상은 달라졌고 아주 빨리 달리는 것이 단순한 선택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속도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브라이턴으로 가는 길에 M25와 M23 고속도로를 타는 것보다 우리가 선택한 길을 따라 가는 것이 정말 빠른지 궁금하다. 고속도로 교통량은 무척 예측하기 어려워서, 실제로 어떤지 이야기하기 어렵다. 편도 3차로 길이 더 빨라야 마땅하겠지만, M23 고속도로는 '스마트 고속도로'라는 멍청한 개념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종종 막히곤 한다.

예상대로, 나는 종이 지도를 써야만 했다. 헨필드(Henfield)와 허스트피어포인트(Hurstpierpoint)를 거쳐 디츨링 시가지로 들어서야 했기 때문이다. 콜벳은 마을 한가운데 있는 작은 회전교차로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나는 몇몇 사람의 매서운 눈빛을 견뎌야 했지만 이 밝은 빨간색 스포츠카는 전반적으로 부러움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나는 다음 세대 콜벳에서 엔진이 놓일 위치에 관한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 젊은 애호가들은 스포츠카라면 미드엔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세대는 자라면서 페라리 데이토나, 쉘비 코브라, 애스턴 마틴 V8 밴티지 같은 차들에 푹 빠졌었다. 그러면, 미드엔진 콜벳도 여전히 콜벳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C8 콜벳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99%이고, 그것은 여러 새로운 소비자가 눈독을 들이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값이 저렴할 것 같아서 더욱 그렇다.

지금의 콜벳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확실히 그렇지만, 스털링/달러 환율 때문에 손해를 봤음에도 그랜드 스포트 컨버터블의 값은 9만510파운드(약 1억3295만 원)다. 911보다 훨씬 저렴한 것은 물론이고, 7만 파운드(약 1억283만 원)부터 시작하는 스팅레이에서는 값 차이가 훨씬 더 커진다. 서비스 비용과 부품값까지 따져 보면, 콜벳의 경제성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디츨링 비콘까지 달린 적이 있었는데, 하마터면 심장마비로 쓰러질 뻔 했다. 차라리 콜벳의 운전석에 앉아있는 것이 더 편하다. 처음부터 우리가 브라이턴 뒷길에 도착할 때까지 탁 트인 구간은 아주 짧았다.

이제 여정이 끝났다. 왕복 4차로 도로는 단 1mm도 달리지 않았다. 개성이 흘러넘치고 빨리 몰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차를 몰고 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야기했듯, 자동차를 즐기는 일은 아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세 대의 위대한 콜벳

 

1963년형 스플릿 윈도우
많은 사람이 모든 콜벳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스플릿 윈도우 쿠페는 1963년에만 생산되었다. 독립식 뒤 서스펜션이 특징인 C2 세대 콜벳이 생산된 첫 해였다. 또한, '스팅레이'라는 이름이 처음 쓰이기도 했다. 전자식 점화장치와 함께 연료분사방식 엔진은 선택사항이었다.

 

1967년형 L88
L88 옵션은 알루미늄 실린더 헤드를 쓴 7.0L 엔진이었다. 공식 출력은 436마력이었지만 실제로는 558마력 이상을 낸 것으로 여겨진다. 1967년에는 L88 콜벳이 겨우 20대만 생산되었다(생산이 중단된 것은 1969년 말이다). 오늘날, 1967년형 L88 콜벳은 경매에서 350만 달러(약 40억7050만 원) 이상의 값으로 팔릴 것이다.

 

1990년형 ZR1
콜벳 가운데 유일하게 오버헤드 캠 엔진을 얹어 생산된 모델. ZR1의 DOHC 엔진은 로터스가 설계했고 머큐리 마린(Mercury Marine)이 생산했다. 최고시속 274km에 이르는 이 차는 요즘 3만 파운드(약 4407만 원)가 넘는 가격표가 붙는다.

 


위대한 1차선 도로 ‘베스트 3ʼ

 

포스 가도
로마인들이 만든 이 도로는 원래 링컨에서 엑세터까지 이어졌지만, 오늘날은 레스터와 시런세스터 사이에서 달리기 가장 좋은 곳이 됐다. 개인적으론 전 모토GP 레이서인 나이얼 맥켄지, 제이미 윗햄과 함께 두카티를 타고 이 길을 달릴 때가 가장 즐거웠다.

 

시몬스톤에서 스웨이트까지 이어지는 요크셔데일의 버터텁스 패스
요크셔데일은 내가 지구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역으로, 이곳의 도로는 정말 대단하다. 도전적인 길인만큼 많은 주의를 필요로 한다. 2014년 투르 드 프랑스 구간의 일부였던 이 도로에서 자주 보이는 자전거들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빨리 달리면 중요한 경치를 놓치게 된다.

 

애쉬윅에서 체다까지 이어지는 B3135 도로의 체다 협곡 구간
나는 이 골짜기를 따라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길지도, 빨리 달리지도 못하는 길이지만, 영국이 운전하기 즐거운 도로에 관한 한 모든 조건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다. 즉, 우뚝 솟은 화강암 절벽 사이를 달리는 경험을 위해 스위스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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