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애스턴마틴 그리고 캐롤 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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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애스턴마틴 그리고 캐롤 쉘비
  • 데미안 스미스(Damien Smith)
  • 승인 2019.07.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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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ing Lines / 르망, 애스턴마틴 그리고 캐롤 쉘비

지독한 감기와 화상 입은 발. 내가 로이 살바도리와 1959년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절대 잊지 못하는 이유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가 캐롤 쉘비와 짝을 이뤄 거둔 우승은 애스턴마틴의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남아있으며, 지난 7월 4일 개막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브랜드를 기념하는 가장 의미 있는 행사가 됐다. 비록 그는 커다란 고통과 불편함을 겪었지만 이러한 가치로 보상받았다.

1950년대 애스턴마틴을 지배했던 데이비드 브라운은 르망에 엄청난 집념을 보였다. 훗날 걸프 오일 포드 GT40과 포르쉐 917로 명성을 얻은 존 와이어가 이끌던 애스턴마틴 레이싱 팀은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뉘르부르크링 1000km를 포함해 거의 모든 레이스에서 성공을 만끽했으나, 르망에서만큼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마침내 1950년대의 마지막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DBR1이 위대한 역사를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4번째 시즌에 애스턴마틴은 더 빠른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에 대응하기 위해 레이싱카를 새로 매만질 필요가 있었다. 이에 로이 살바도리는 배기관 구조 변경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고 그 과정에서 발에 화상을 입었다.

지난 2012년 세상을 떠난 그는 생전에 내게 “아직도 화상 자국이 남아있다. 그때 복싱 슈즈를 신고 그 작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레이스를 하는 동안 정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 고통에 익숙해져야 했고 견뎌내야만 했다”고 고백했다.

로이 살바도리와 같은 해에 숨을 거둔 캐롤 쉘비도 생전 “그때 나는 다행이도 방염 레이싱 슈즈를 신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르망 당시 그는 장염으로 고생했음을 밝히며 “레이스 내내 콜라만 들이켰다”고 기억을 더듬은 바 있다. 그리고 협심증으로 예상보다 일찍 마침표를 찍은 자신의 레이싱 경력 가운데 1959년 르망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음을 인정했다.

당시 레이스에서 팀 동료였던 스털링 모스는 선두를 달리다 밤 9시쯤 사고로 리타이어했다. 그리고 행운의 여신은 페라리마저 외면했다. 벨기에 출신인 올리비에 젠데비엔은 다음날 오전 11시, 과열과 오일 압력 저하로 레이스를 포기했다.

그렇게 로이 살바도리와 캐롤 쉘비는 편안하게 선두를 지키며 일정한 속도로 달렸다. 그리고 오후 4시가 되자 르망은 긴 대장정의 막을 내렸고 데이비드 브라운은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로이 살바도르는 화상 입은 발뿐 아니라 극심한 감기 증세까지 겹쳐 공식 기자회견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언젠가 나에게 “당시엔 기자회견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을만큼 녹초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그가 보여준 엄청난 정신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굿우드 페스티벌을 통해 로이 살바도리와 캐롤 쉘비가 1959년에 보여준 강인한 정신력이 다시 한 번 높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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