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차원, 르노 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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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차원, 르노 클리오
  • 리처드 레인(Richard Lane)
  • 승인 2019.08.0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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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워진 클리오의 주행특성과 실내 분위기는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올라섰다

눈에 보이는 익숙한 디자인 요소들은 무시하자. 5세대 르노 클리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리고 지금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아주 완전히 새로운 차다. 차체 패널은 모두 새것이고, 심지어 창의 형태도 구형 클리오의 것과 똑같지만 그 역시 새로운 것이다. 차체 구조도 새로운 것이고 이전보다 22kg 더 가볍다. 서브프레임들은 가장 확실한 새것이고, 서스펜션도 이전과 비슷하지만 무척 많이 새로워졌다. 그리고 엔진들도 대부분 새것이다. 헤드레스트는? 기어레버는? 스티어링 휠은? 모두 새것이다.

수석 엔지니어인 질 뮬라토(Gille Mulato)의 표현처럼, 사내에서 클리오는 ‘할머니ʼ와 같은 지위에 있는 차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부분이 새로워진 것은 그런 지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즉, 새 클리오는 르노 차들의 모든 하위 시스템을 개척하는 역할을 하면서 다른 모델에 그 결과물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영향은 모듈형 CMF-B 플랫폼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그냥 잊고 넘어갈 만한 성격의 주제는 아니다.

 

운전자세는 편하고 내장재는 보기에나 느끼기에 모두 좋다

유럽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형차(유럽 이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폭스바겐 폴로가 2위이고 포드 피에스타가 3위다)의 최신 모델은 물리적 크기에서는 이전보다 작아졌지만 공간은 더 넉넉하다. 두 가지 관점에서 모두 의미 있는 발전이다.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이 차는 동급을 선도하는 일련의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담고 있으며, 피에스타의 역동적 주행성능과 폴로의 세련미 사이 좁은 영역에 클리오를 뿌리내리는 것이 르노의 우선 목표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클리오가 슈퍼미니 차급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새 플랫폼과 연결되어 있다. 다만, 섀시와 크게 관계없는 성능과 실내 마무리 관점에서는 4세대 클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르노도 인정한다.

 

차체는 완전히 새로 만든 것이고 크기 자체는 이전보다 더 작으면서도 실내는 더 넓다

르노로서는 이례적으로, 외부 디자인은 그다지 큰 화젯거리가 아니다. 르노는 현재 클리오가 팔리는 주된 이유가 외관에 있으며, 이전 세대 모델이 2014년에 출시된 이후 매년 판매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디자인 책임자인 로렌스 반 덴 아커(Laurens van den Acker)가 디자인을 완전히 갈아엎을 이유가 별로 없었다. 네덜란드 출신인 아커는 이전 세대 모델을 - 그가 브랜드 정체성을 새로 정의한 이후 처음 디자인한 르노 차였다 - 직접 디자인했기 때문에, 디자인의 우수성은 거의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새 클리오의 그릴은 이전보다 더 커졌고(요즘 그렇지 않은 차가 어디 있나?), 메간을 닮은 엄니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을 달았다. 보닛에는 도드라진 윤곽선 한 쌍이 생겼고, 새로운 범퍼와 함께 인상이 더 강렬해진 덕분에 차의 전체 모습은 어색하지 않다. 창 테두리는 크롬이 감싸고 있고, 뒤쪽은 검은색 플라스틱 때문에 덜 무거워 보이면서 장식을 덧붙이기보다는 차체 패널을 미묘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성형함으로써 깔끔한 미니멀리즘을 구현했다. 스포티한 분위기와 성숙한 분위기를 모두 조금씩 갖춘 듯하다. 시승차는 발렌시아 오렌지 색이어서 포르투갈의 햇살 아래에서 무척 매력적으로 보였다.

 

차체는 완전히 새로 만든 것이고 크기 자체는 이전보다 더 작으면서도 실내는 더 넓다

엔진 라인업은 비교적 간단하다. 기본 모델인 SCe 75에는 자연흡기 3기통 1.0L 72마력 가솔린 엔진이 쓰이지만, 최고출력이 100마력인 터보 엔진 TCe 100 버전이 더 인기 있을 것이다. 이번에 우리가 시승한 차가 그것이기도 하다. 현재 최상위 가솔린 엔진 모델은 TCe 130으로 르노 모델 전반에 쓰이는 것과 같으며 직접 연료분사 기술의 도움을 받는 4기통 1.3L 터보 엔진이다. 또한, 현재 판매되고 있는 클리오 중 유일하게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쓰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10초에 미치지 않는 유일한 모델이기도 하다. 르노 스포트 모델이 아니더라도 더 빠른 변형 모델이 나올 것이 분명하고, 메간에 쓰인 4기통 1.8L 터보 엔진을 디튠한 버전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디젤의 인기가 전만 못하게 된 탓에, 디젤엔진은 1.5L 85마력 버전 한 가지만 제공된다. 탑재된 5단 변속기의 기어비가 가솔린엔진의 것보다 높아 정속주행 때에는 연비가 31.9km/L를 넘긴다. 2021년에는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쓰는 E-테크(E-Tech) 클리오가 나올 예정이다. E-테크 클리오는 1.6L 가솔린엔진과 클러치 없는 변속기에 한 쌍의 전기 모터가 결합된다. 도심 주행 연비는 가솔린엔진과 비교해 50% 가까이 향상될 것이라고 한다.

 

실용성 측면에서 보면, 클리오는 좋은 점수를 받을 듯하다. 크기가 391L인 적재공간은 B세그먼트 차에서 지금까지 독보적이었던 폴로의 351L를 훌쩍 뛰어넘어 가장 넉넉하다. 앞좌석 등받이 역시 얇아져, 뒷좌석 탑승자의 무릎공간이 26mm 늘어나 상당한 차이로 우세하다. 또한, 사진가 룩 레이시의 말로는 뒷좌석 머리 공간이 재규어 XE보다 더 여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할 수 있는 변화 중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실내다. 르노는 실내에서 가장 값싼 소재들을 모두 손과 시선이 닿는 곳 바깥으로 옮겨 놓았다. 전반적으로 촉감이 부드러운 소재를 훨씬 더 많이 쓰는 한편, 설치 위치가 높아진 기어 노브 아래쪽에 딱딱한 플라스틱을 배치해 구형 모델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 되었다. 

 

섀시는 균형이 잘 잡힌 느낌이고 코너링 때에는 의도대로 뒤 차축이 움직임을 잘 받쳐준다<br>
섀시는 균형이 잘 잡힌 느낌이고 코너링 때에는 의도대로 뒤 차축이 움직임을 잘 받쳐준다

몇몇 부분에는 고급스러운 감각이 더해지기도 했다. 대시보드를 가로질러 공기배출구를 담고 있는 부분은 아우디가 부럽지 않을 정도지만(그리고 보니 기어 노브는 R8 분위기가 난다), 르노는 윗부분에 색을 입혀 지나친 독일차 분위기를 피했다. 아울러 아랫급 트림에서도 다양한 색상과 질감을 선택할 수 있다.

 

이어서 손이 닿는 부분들의 탁월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승차의 가죽 스티어링 휠은 한두 차급 위의 느낌을 준다. 그리고 르노가 에어백 배치를 재설계한 덕분에 스포크 사이로 디지털 계기판을 보기가 수월하다. 유리창 스위치와 높이 솟은 새 9.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 아래에 있는 토글스위치들 역시 조작감이 또렷하다. 

르노는 공기조절장치를 디지털 조작영역으로 옮기는 짜증나는 업계 흐름에 반기를 들어온 만큼, 이 차에 실내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요철 처리한 플라스틱 크롬 장식의 로터리 다이얼을 단 것이 제법 설득력 있다.

달리는 느낌은 기본적으로 훌륭함에도 실내의 탁월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스티어링 칼럼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고, 좌석은 거의 모든 취향에 알맞도록 낮게 조절할 수 있다. 측면 돌출부의 생김새는 실제보다 더 지지능력이 뛰어나 보인다.

 

스티어링 움직임은 자연스럽지만, 높아진 기어 레버는 적극적으로 넣어야 한다. 변속할 때의 조작감이 약간 껄끄러워, 어떻게 변속하더라도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레버 작동거리는 고성능 모델이 아닌 만큼 괜찮은 편이지만 움직임 자체는 더 명확해져야 한다. 그에 비하면 클러치 페달은 깃털만큼 가볍고, 이전보다 좀 더 빨라졌으며 움직이는 거리가 길어졌다는 점에서 스티어링 특성과 비교할 만하다. 

간단히 말해, 도심 주행 때 필요한 저속에서의 쉬운 조작성과 민첩함을 아주 잘 구현하고 있다. 이는 슈퍼미니급 차에서 너무 가혹하게 비판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새 3기통 1.0L 터보 엔진 역시 '적절하지만 흥미롭지는 않다'고 정리할 수 있다. 특히 그런 엔진이 힘과 개성을 가질 수 있음을 포드가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마치 르노가 이 차를 속도기록용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을 때도 있을 만큼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에는 토크가 부족하고, 회전수가 5,000rpm을 넘어서면 단조로운 소리가 커지기만 한다. 다만, 실제 주행 중 부하가 걸리지 않을 때 최소 실내에서만큼은 이 차급에서 더 세련된 엔진이 드물고, TCe 엔진은 정속 주행에선 거슬리지 않는 소리를 내며 터보차저의 지체현상도 사라진다.

동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클리오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섀시다. 서스펜션은 거친 노면의 충격을 놀랄 만큼 잘 흡수한다. 

날카로운 충격은 그대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지만, 슈퍼미니치고 그렇지 않은 차는 없다. 이 차급에서 뚜렷하게 더 나은 차는 폴로가 유일하고, 대다수는 훨씬 더 나쁘다. 수직방향 차체 움직임은 좋다. 기울어지는 차체를 억제하는 특성은 더 자연스럽다. 우리 취향에는 지나치다고 하겠지만 어떻게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다. 

 

정속주행 때에는 엄청나게 조용한데, 단지 엔진 때문만은 아니다. 상당한 비용을 들인 부분이 바로 이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얻은 셈이다. 나중에 로드테스트에서 소음을 측정했을 때 이 차가 골프 크기의 경쟁차들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길 바란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이 차를 정말로 몰고 싶은 때는 언제일까? 일단 스티어링 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을 간파한 상태에서 차를 몰아붙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흐트러질 부분은 구름저항이 낮은 타이어다. 물론 언제든 균형잡힌 섀시가 항상 뒷받침할 것이고, 또 하나의 놀랍고 멋진 기술인 모바일 리어 액슬(Mobile Rear Axle)도 그럴 것이다. 

이 일반 클리오 모델을 몰 때에는 모바일 리어 액슬이 제 역할을 해내길 기대해야 하고 직진할 때에도 ESP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조절해야 하지만, 새 모델에서 좁아진 차체 뒷부분(근본적으로 공기역학 특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루어진 변화다)은 차의 움직임을 활기차게 만든다. 이만큼 차의 움직임을 조절하기 좋은 느낌의 차는 피에스타 - 또는 아주 과격하게 몰 때의 미니 - 뿐이고, 따라서 앞으로 나올 RS 클리오는 폭발적인 차일 것이 분명하다.

요약하자면, 이 작은 차는 일반 도로에서 달리는 느낌이 여유롭고 실내가 강렬하며 돋보인다는 점이 매력이다. 사실, 많은 사람이 동급을 선도하는 피에스타를 살 때보다 클리오에서 더 큰 만족을 얻을 것이고, 그것은 이 프랑스차의 개성이 대부분 표면적인 매력과 편안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 특징은 언제 어디서든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다른 차들을 놓고 보면, 폴로와 세아트 이비자 모두 스티어링은 충분히 정확하고 노면을 잘 따르지만 피에스타와 클리오와는 달리 답답한 느낌이고, 큰 애착을 갖게 만들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 미니는 값이 비쌀 뿐 아니라 두루 훌륭한 차라고 하기에는 승차감이 너무 단단하다.

5세대 클리오를 성공적인 슈퍼미니라고 할 수 있을까? 좀 더 카리스마와 끈기를 가진 엔진을 얹고 몰입하기 좋은 스티어링 감각을 더한다면 충분히 그런 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동 차간거리 유지기능의 편리함

사람이 조작하지 않고 차의 가·감속과 방향을 바꾸는데 필요한 여러 센서와 카메라는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 설계되어야 한다. 클리오에 쓰인 새 CMF-B 플랫폼이 르노에게 아주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차에 쓰인 '자율주행' 기술 묶음의 하이라이트는 세그먼트에서 돋보이는 고속도로 및 교통정체 도우미(Highway & Traffic Jam Companion) 기능이다. 이 기능은 클리오를 차로 한가운데로 달리며 앞 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게 하는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60km 범위 내에서 작동한다. 이는 TCe 130 모델에만 추가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고, 구매자 중 이 시스템을 포함시킬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Renault Clio TCe 100

클리오가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역동적인 측면의 짜릿함은 부족하지만 잠재력이 있고, 실내는 성공적으로 변화했다
     
    1만 7000파운드 (약 2520만 원, 추정치)
엔진    3기통 999cc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100마력/5000rpm
최대토크    16.3kg·m/2750rpm
변속기    5단 수동
전비중량    1178kg
0→시속 100km 가속    11.8초
최고속도    시속 187km
연비    22.7km/리터 (영국 기준)
CO2/과세기준    100g/km, 24%
경쟁차    포드 피에스타, 세아트 이비자, 폭스바겐 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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