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르노삼성 SM7, 아우디 A7, 크라이슬러 30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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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르노삼성 SM7, 아우디 A7, 크라이슬러 30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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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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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 디자인 담론

르노삼성 SM7
르노삼성의 신형 SM7이 등장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국내 시장에서 그랜저가 장악하고 있는 준대형 승용차 시장을 신형 SM7이 얼마나 뺐을 수 있을까 하는 것. 사실 국내 준대형 승용차 시장에는 그랜저만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대형 하면 그랜저를 떠올린다. 이것은 차의 성능이나 디자인이 좋고 나쁘고 와는 별개의 문제인 듯하다.

그동안 그랜저와 겨루었던 비슷한 급의 차들은 스테이츠맨이나 베리타스를 비롯해서 현재는 알페온도 있고, 또 기아의 오피러스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랜저가 훨씬 더 대중적(?)이었다. 심지어 중형 쏘나타보다 준대형 그랜저가 더 많이 팔리는 차라는 점은 가히 ‘미스터리’라고 할만하다. 돈 많은 소비자들이 정말로 많은 건지, 아니면 역설적으로 그랜저가 ‘쉬워 보이는’ 차인지 모르겠지만…

신형 SM7은 서울모터쇼에 컨셉트카로 등장한 이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닛산의 신형 ‘티아나’와 같은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을 가진 늘씬한 차체 비례와 아우디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빅 마우스(big mouth) 라디에이터 그릴, 애스턴 마틴의 테일 램프를 떠올리게 하는 뒷모습으로 기대치를 높여놨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SM5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던 SM7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현재의 SM7은 단지 SM5의 고급 모델 같은 이미지인 게 사실이다. 말하자면 오리지널리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랜저 역시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SM7이 SM5와 같은 플랫폼이라는 건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랜저와 쏘나타를 살펴보면 이름과 디자인이 확연히 다르다. 반면에 SM7과 SM5는 이름도 유사하고 차체 디자인도 따로따로 본다면, 서로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유사하다.

르노삼성은 국내에서는 대중 브랜드이지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니다. 대중 브랜드의 고급 승용차는 브랜드보다는 차명을 앞세워야 한다. 물론 이건 디자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령 벤츠는 C클래스를 타든 E클래스를 타든 간에, 아무튼 ‘프리미엄 브랜드 벤츠’를 타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랜저 HG가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이라고 해서, ‘그랜저’라고 하지 않고 ‘쏘나타 3.0’이라고 했다면, 과연 쏘나타의 판매량이 그랜저 판매량을 합친 만큼의 두 배 이상이 됐을까?

신형 SM7의 디자인은 현재의 SM5와 차별화시키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어내는 데에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이 신형 SM7을 진정한 그랜저의 대항마로 키우고 싶다면, 차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르노삼성은 BMW처럼 숫자로 구분해도 사람들이 알아주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랜저는 이미 25년 전부터 그걸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우디 A7
아우디의 신차 개발은 정말 적극적이다. 그리고 차체 디자인의 새로운 시도 역시 적극적이다. 2005년형부터 나오기 시작한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노프레임 디자인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우디의 그릴 디자인은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디자인 방법의 하나로 여겨져서인지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관점과는 별개로, 다른 메이커들도 그와 같은 디자인 원리를 응용한 스타일을 개발하게 되었다.

아우디는 근래에 모노프레임의 전체적인 틀은 유지하면서도 초기의 곡선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좀 더 직선적이고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LED 헤드램프를 채택한다든지 하는 아우디만의 빛을 이용한 디자인과 결합되어 더욱 구분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우디는 A4나 A6, A8처럼 짝수 번호는 4도어 세단형 승용차이고, A3, A5, A7처럼 홀수 번호는 쿠페나 해치백형의 스포티한 성격의 승용차로 구분하고 있다. 이것은 BMW가 세단을 홀수로 구분하고 스포티한 승용차를 짝수로 구분하는 것과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흥미롭다. 아우디의 신형 A7은 스포티한 세단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최근에는 이처럼 승용차에서 ‘장르의 파괴’가 많이 나타나는데, 벤츠의 CLS가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후로 세단과 스포츠카의 중간쯤 되는 차들이 여럿 생겨났다.

신형 A7의 차체 비례는 뒤 유리가 매우 크게 경사져 있고 트렁크가 짧은 모습이다. 사실 트렁크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스포티한 느낌이 난다. 최근의 승용차 디자인 추세가 고급 승용차라고 할지라도 점점 트렁크가 짧아 보이도록 디자인하고 있지만, 신형 A7은 차체 구조 자체가 5도어 해치백이다.

그런데 독일에서 A7의 명칭은 A7 스포트 백(Sportback)이다. 아마도 일반적인 해치백과 차별화시키기 위한 이름으로 보인다. 게다가 뒤 시트 등받이를 접지 않더라도 해치를 열었을 때의 트렁크 공간은 정말로 넓고, 뒤 시트 등받이를 앞으로 접으면 광활한 트렁크 공간이 나타나기도 한다. 도어에는 문틀(door sash)이 없는 하드톱형 차로 개방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어서, 전체적인 차의 느낌은 마치 A8의 하드탑 해치백 버전 정도의 느낌이다. 아우디가 벤츠나 BMW와 함께 럭셔리 카로 인식되는 국내시장에서 5도어 해치백형 고급 승용차가 얼마나 어필할 것인지 궁금하다.

크라이슬러 300C
300C는 크라이슬러의 기함(旗艦, flagship)으로 1998년 다임러 벤츠와의 합병 이후 벤츠의 6세대 E 클래스 W124의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이용해서 크라이슬러의 1957년형 300C를 모티브로 2004년 직선적이고 육중한 차체 이미지로 개발되었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1980년대를 거치면서 모든 승용차들이 앞바퀴굴림방식으로 바뀌었고, 크라이슬러 역시 300C가 나오기 이전까지 기함으로 있던 300M은 둥글둥글하게 부풀려진 육중한 차체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앞바퀴굴림방식이라는 단점 아닌 단점이 고급 승용차로서의 약점이었다. 때문에 크라이슬러에게 벤츠의 W124의 뒷바퀴굴림구동 플랫폼은 기가 막힌 수확(?)이었다.

사실 벤츠의 W124의 뒷바퀴굴림구동 플랫폼은 우리나라에서도 쌍용의 체어맨으로 개발되기도 했듯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2004년에 나왔던 300C는 후륜구동방식의 대형 승용차로써 한동안 꽤 선방(?)을 했지만, 실내 디자인에서는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미국 차들의 특징이 긍정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선이 굵고 대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투박하고 섬세하지 못하면서 질감 역시 고급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구형의 300C는 그런 미국차들의 양면적인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다시 시간이 지나 2007년에 크라이슬러와 벤츠는 갈라섰고, 작년에 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다시 합병되었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와의 합병이 기대되는 것은 두 회사가 서로 모델 라인업에서 겹치는 영역이 하나도 없다는 점 때문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끼워 맞추듯 서로가 가지지 않은 모델을 기가 막히게 갖추고 있다.

새로이 등장한 300C는 이전의 모델을 안팎으로 다듬어서, 좀 더 정교해지고 거친 느낌이 줄어든 모습이다. 실내의 질감도 좋아졌다. 그렇지만 본래의 300C가 가지고 있던 마초적 감성은 조금은 누그러진 듯하다. 신형 300C는 이탈리아에서는 피아트의 고급 브랜드 란치아에서 테마(Theme)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테마의 1세대 모델은 1980년대 중반에 쥬지아로의 디자인으로 사브 9000과 공동으로 개발된 모델로 2,000cc가 주류였지만, 페라리의 8기통 엔진을 얹은 고성능 모델도 있었다.

이후 란치아의 최고급 모델은 조금은 이상한 디자인이었던 데시스(Thesis)로 바뀌었고, 디자인 때문이었는지 데시스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새로이 등장한 란치아의 최고급 모델 신형 테마(신형 300C)는 그동안 란치아가 가지지 못했던 육중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앞으로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디자인이 신형 300C를 기점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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