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를 향한 여정, 토요타 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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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를 향한 여정, 토요타 캠리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1.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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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태어나 세계를 휩쓴 월드카 캠리. 작은 소형차로 시작해 중형 세단의 왕좌에 오른 캠리의 ‘왕좌를 향한 여정’을 살펴봤다.

1세대 캠리 V10 : 석유파동을 뛰어 넘은 작은 차
캠리 1세대, 코드네임 V10의 개발은 1977년 시작됐다. 1973년 일어난 1차 석유 파동의 영향을 그대로 담아냈다. 당시 자동차 회사들은 다운사이징에 주목했다. 더 가볍고 연비 좋은 차를 만들어야 했다. 풍요를 당연시했던 미국의 소비자들도 대형차가 아닌 소형차를 찾게 됐다. 따라서 토요타의 개발 목표 또한 합리적인 소형차였다.

공교롭게도 개발 중인 1978년 2차 석유 파동이 일어난다. 더욱 상황은 급박하게 전환됐다. 두 번 연속 널뛰는 유가의 충격으로 산업은 힘을 잃었고, 대형차에서 소형차로의 전환은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미국차 업계는 울상을 지었지만 소형차로 수출시장을 노리던 일본차 업계, 특히 토요타에게는 최고의 기회였다.

석유 파동에 힘입어 수출 물량도 크게 늘었다. 일본 소형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970년 10%에서 1980년까지 20%로 두 배 뛰어올랐고, 미국과 일본은 자동차 수출을 놓고 알력이 심했다. 그래서 토요타는 미국에 생산 공장을 여는 것을 합의점으로 내걸었다. 이후 혼다와 닛산도 미국 공장을 열었다. 같은 목표를 가진 경쟁자들의 등장이다.

복잡한 상황에서 1982년 등장한 캠리 1세대의 목표는 명료했다. 일본 내수시장과 해외 수출시장 모두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휘발유 엔진과 디젤 엔진 모두를 달았다. 차체도 4도어 세단과 5도어 리프트백의 두 가지로 나눴다.

혼다 어코드와의 경쟁에선 토요타가 먼저 승기를 잡았다. 어코드보다 큰 엔진에 긴 휠베이스가 도움이 됐다. 게다가 연료탱크를 뒷좌석 아래 달아 적재공간도 늘렸다. 1983년에 미국으로 수출된 캠리는 그 이후 1985년까지 토요타 주력 상품의 하나로 총 12만8천대가 수출되었다. 구성과 전략의 승리였다.
 

2세대 캠리 V20 : 차급 이상의 완성도
4년 만인 1986년, 2세대 캠리인 코드네임 V20이 등장했다. 해외시장 공략용으로 왜건도 추가했다. 허나 2세대 캠리의 테마는 1세대와 달랐다. 대중을 위한 차치고는 지나치게 완벽주의가 묻어났다. 조립 품질이 아주 좋아졌고, 단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유는 렉서스였다. 토요타는 1989년 미국시장에 렉서스 브랜드를 앞세워 고급차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일 계획이었다. 모델은 단 두 가지. LS400과 ES250이었다. ES250의 바탕이 되는 모델이 캠리와 그 형제차 비스타였다. 완벽한 바탕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새로운 엔진을 더한 88년부터 캠리의 잠재력은 폭발했다. 미국인의 입맛에 맞는 V6 엔진을 더했고, 토요타 켄터키 공장에서 미국산 캠리가 쏟아져 나왔다. 순식간에 판매고가 늘었다. 88년에는 약 22만5천대, 90년에는 28만대가 넘는 판매를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내구성이 높고 장비가 충실한 일본차라는 인식으로 승부했다. 허나 아직 더 발전할 여지가 있었다. 캠리는 미국의 중형차에 비하면 작았다. 미국의 중형 세단은 더 큰 차체에 V6 엔진이 기본이었다.
 

3세대 캠리 XV10 : 차체를 키워 정면 대결에 나서다
2세대 캠리 V20 이후로 캠리의 계보는 조금 복잡해진다. 북미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미국 중형 세단과 정면 대결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더 큰 캠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크기를 키우면 일본시장에선 세금이 늘어난다.

그러나 토요타의 목표는 명확했다. 캠리를 코롤라 이상의 월드카로 키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토요타는 일본형과 북미형 모델을 분리해 캠리를 만들기로 했다. 일본 시장용 모델은 V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되, 북미 시장용 모델은 차체를 더 키운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해 XV시리즈로 나눴다.

캠리의 경쟁자인 토러스는 당시 미국시장 승용차 판매 1위를 자랑하는 차였다. 커다란 차체와 넉넉한 엔진은 미국 입맛에 딱 맞았다. 이에 맞서려 캠리는 몸집을 키웠다. 엔진도 바꿔 직렬 4기통 2.0L 엔진은 2.2L로 늘렸고, V6 3.0L 엔진으로 맞섰다. 알루미늄으로 된 완전 신형 V6 3.0L 엔진은 정면 대결의 열쇠였다.

더 커진 캠리를 북미시장은 두 팔 벌려 반겼다. 판매량이 순식간에 늘었다. 이를 발판으로 4세대 캠리가 출시된 96년에는 판매대수 35만7천대를 기록했다. 97년에는 포드 토러스를 따돌리고, 미국시장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바라고 바라던 왕좌에 앉는 순간이었다.
 

4세대 캠리 XV20 : 최고의 자리에 오르다
1991년 XV10을 출시하자마자, 토요타는 XV20의 개발에 바로 착수한다. 1996년 출시된 XV20은 기존 모델의 안락함을 더욱 세련되게 다듬었다. 더불어 렉서스 ES의 기반 모델을 캠리가 아닌 윈덤으로 바꾸며, 렉서스 ES의 바탕이 된다는 부담을 줄였다.

더욱 안락해지고 편해진 캠리는 미국 대중 시장에 순식간에 녹아들었다. 과잉의 미덕을 내세우던 토러스를 합리주의를 내세워 쫓았다. 안정성과 내구성이 인정받으며, 시장의 평가는 날로 높아졌다. 1997년에는 토러스를 앞서고, 그 자리를 공고히 유지했다.

4세대 캠리의 특별한 점은 토요타의 고성능 디비전인 TRD의 슈퍼차저 키트를 정식으로 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토요타는 캠리 V6 3.0L 엔진의 출력을 247마력으로 올려주는 TRD 슈퍼차저 키트를 정식 발매했다.

또한, 캠리를 바탕으로 만든 솔라라 쿠페를 1999년 추가했다. 솔라라 컨버터블도 2000년에 출시했다. 캠리를 바탕으로 스포티하고 젊은 분위기를 덧씌우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1999년 태국 공장에서 캠리 생산을 시작하며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강화에도 나섰다.
 

5세대 캠리 XV30 : 하나 된 캠리, 더 좋은 차로 거듭나다
1998년, 토요타는 일본형 캠리 V40을 단종했다. 후속작 V50은 토요타 비스타로만 팔았다. 일본형과 북미형으로 분리된 캠리 라인업을 다시 합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토요타는 둘의 장점을 합친 완전 신형 모델을 빚어냈다. 그리고 세단만 생산하기로 했다. 판매 간섭을 없애고, 크로스오버 SUV의 판매고를 더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나의 캠리로 묶어 만드는 이상, 좀 더 좋은 차와 효율성이 요구됐다. 토요타는 디자인과 개발에 드는 비용을 걷어냈다. 30% 가까이 비용을 줄였다. 이를 이용해 XV20에 비해 장비를 많이 달 수 있었지만, 원가는 더 들지 않았다. 또한 동남아시아 시장을 위해, 디자인 이원화 전략을 채용했다. 북미형 캠리는 조금 더 대중 지향적인 성격으로, 아시아형은 조금 더 고급스러운 성격으로 자리매김했다.
 

6세대 캠리 XV40 : 캠리, 하이브리드를 더하다
2006년 등장한 6세대 캠리, XV40은 토요타 처음으로, 휘발유와 하이브리드의 두 가지 구동계를 동시에 내놓는 모델이 됐다. 더불어 스태빌리티 컨트롤, 트랙션 컨트롤 등의 기능을 기본 적용해 안전성을 키웠다.

캠리 하이브리드가 추가되며 시장 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친숙한 캠리와 하이브리드의 조합이 시너지를 냈다. 2009년에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판매율 중, 캠리 하이브리드가 8.3%를 차지할 정도였다. 미국시장에서는 15만대가 팔려,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순위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6세대 캠리는 상당한 인기를 끌어 2007년에는 미국시장 판매대수 47만3천대의 최고기록을 남겼고, 2008년 말에는 누적판매 1천200만대를 기록했다. 토요타에서 코롤라와 하이럭스에 이은 세 번째 1천만대 판매를 달성한 것이다. 또한, 나스카 레이싱에 뛰어들며 재미있는 기록도 세웠다. 캠리 XV40은 1963년 그랜드 내셔널 시리즈에 참가한 영국차 MG MGA 이후, 나스카 서킷을 달린 최초의 타국 차가 되었다.
6세대 캠리는 국내에 들어온 첫 캠리이기도 했다. 2009년 토요타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하며 한국시장에 첫발을 들였다. 2011년에는 2천20대가 판매되면서 수입차 판매 순위 9위를 기록했다.
 

7세대 캠리 XV50 : 완성, 또 한 번의 진화
신형 캠리는 2011년 등장했다.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전체적인 성장에 힘입어, 일본시장에서는 2.5L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내세웠다. 북미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를 내세우고 있으나, 181마력 직렬 4기통 2.5L, 277마력 V6 3.5L 휘발유 엔진이 아직은 중심이다.

7세대 캠리는 한층 섬세해진 디테일이 강점이다. 엔진을 가볍게 다듬고 연비도 끌어냈다. 하이브리드의 엔진 또한 새로 개발하고 시스템 또한 크게 바꿨다. 연비를 중시하는 시대에 맞춰 연비를 끌어올리며, 편의와 안전에 집중했다. 동급 최고의 10개 에어백을 달아 2012년 미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종합안전성검사에서 최고등급을 획득했다.
 

2014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국내시장에는 11월 18일 출시됐다. 디자인을 바꾸고 세밀한 변경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약 2천 개가 넘는 신형 부품이 적용됐다.

글 · 안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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