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마력 재규어 XK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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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마력 재규어 XKR-S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8.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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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KR-S는 애스턴 마틴 V8 밴티지, BMW M3 GTS, 포르쉐 911 GT3와 맞설 수 있을까?

어떤 차는 사운드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그 차가 운전의 즐거움을 안겨주려고 작심한 400마력짜리 쿠페라면. 가령 천둥소리를 낸다면, 그랜드 투어링적인 사고에 기울어졌을 공산이 크다. 이빨을 드러내고 우르릉거리면 서킷의 한 자락이 핏속에 들어있다는 징조. 울부짖는다면 레이스 트랙이 아예 제집과 같다. 한데 비명을 지르면 GT가 서킷에 어울리지 않듯 도로와는 인연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바로 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이들 4대 라이벌을 한자리에 모았다. 제각기 위에서 지적한 성격 하나씩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다. 주인공은 재규어의 신형 XKR-S. 550마력 슈퍼차저 V8로 찻값은 9만7천 파운드(약 1억7천100만원). 한편 멋지게 이빨을 드러내고 우르릉대는 애스턴 V8 밴티지가 다시 젊어진 436마력 10만2천500파운드(약 1억8천만원) ‘S’ 스펙으로 다가온다.

다음으로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살 수 없는 차가 등장한다. 우리가 435마력 포르쉐 911 GT3의 아우성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자료를 보면 아직도 8만9천785파운드(약 1억5천800만원)에 팔리고 있는데 말이다. 결국 911 GT3는 이 비교시승란에서 결코 패배한 적이 없는 강자. 비명은 11만7천630파운드(약 2억700만원)짜리 M3 GTS의 몫. 이 차는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BMW마저 ‘온로드 성능을 갖춘 궁극적인 트랙 데이 카’라고 표현했다. 이 차도 살 수는 없다. 영국에 들어온 15대가 이미 다 팔렸기 때문. 바탕을 이룬 차보다 6만4천505파운드(약 1억1천만원)나 더 비싸지만….

BMW는 트랙에 가장 알맞게 조율했고, 재규어는 도로에 가장 적합하게 다듬었다. 그와는 달리 포르쉐와 애스턴은 그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한자리에 모은 까닭이 있다. 모두 시장에서 신뢰성을 누릴 만큼 두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모로 이 차들은 모두 타협을 통해 태어났다. 문제는 어느 차가 제 구실을 가장 잘 해내는가에 있다.

먼저 재규어를 살펴보기로 했다. 4대 라이벌 중 가장 새로운 차이기도 하다. 이 차는 XJ220 이후 재규어의 가장 하드코어 제품이다. 출력도 그에 어울린다. 스펙만으로도 온갖 호기심을 자극한다. 라인업 중 가장 큰 엔진인데도 속이 차지 않아 슈퍼차저를 추가했다. 출력만도 2위보다 거의 100마력이나 웃돈다. 게다가 토크는 한 술 더 뜬다.

무게도 4대 라이벌의 차상위보다 143kg이나 더 나간다. 이들 가운데 토크 컨버터 자동박스를 달고 있는 유일한 모델. 따라서 M3이 가속력에서 대등하고 포르쉐는 앞서가리라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재규어가 이들 가운데 연비가 제일 좋으리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모두 그럴 수 있다. 315kg 가벼운 포르쉐는 출력/무게비에서 재규어와 거의 맞먹는다.

물론 그런 느낌이 든다는 말은 아니다. 엄청난 토크, 놀랍도록 반응이 좋은 트랜스미션과 약간 지나치게 공격적인 드로틀 맵을 갖췄다. 따라서 재규어는 다른 라이벌이 따를 수 없는 방법으로 즉각적이고도 폭발적으로 빠르다. 만일 약간의 911 기질과 M3의 변환속도를 갖춘다면, 라이벌에 비해 밤과 낮만큼 차이가 나는 최고속차가 될 것이다. 직선 코스에서.

하지만 그 무게와 GT적 성격 탓에 XKR-S는 코너에서 약간 자신감이 떨어진다. 적어도 오늘 이자리에 모인 라이벌들의 화끈한 기준에 따른다면. 비교적 무겁고 조용하고 실용적이고, 2인 이상의 공간을 마련한 유일한 차. 하지만 재규어는 ‘재규어 스포츠카 전략의 궁극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 기준에 따라 치밀하게 해부해 나가야 옳다.

추가된 파워와 난처할 만큼 요란하고 적극적인 배기음은 접어두기로 하자. 다음으로 레귤러 XKR과는 다른 턴인 동작이 눈에 띈다. 더 빨라서가 아니라 더 큰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때문. 스티어링은 감각만이 아니라 무게도 더 크게 다가오고, 더 힘차게 다뤄야할 일거리를 마련해준다.

그래서 XKR-S는 트랙에서 기본형보다 더 큰 능력을 발휘하고, 덩치와 무게에 비해 놀랍도록 말을 잘 듣는다. 아울러 도로에서도 듬직한 혜택을 준다. 전체적으로 XKR-S는 긴 고속 코너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했다. 거기서 서스펜션은 차분히 가라앉았고 뛰어난 밸런스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저속 코너에서는 라이벌에 비해 약간 부드럽고, 트랙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가령 물결치는 도로에서는 차체의 수직운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장거리 여행에는 적어도 일부나마 보상이 따른다. 4대 라이벌 중 가장 조용하다. 하지만 승차감은 애스턴에 그치지 않고 포르쉐도 그에 못지 않아 인상적이다. 이 점을 좀 더 따져보기 위해 BMW로 가보자. 드라이버중심 쿠페를 만들면서 이만큼 접근방법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 차를 즐기려면 최고속으로 몰아봐야 한다.

트랙에서 이 차는 눈부시다. 단 한 랩만으로는 GT3만큼 난폭하게 빠르지는 않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밸런스가 훨씬 뛰어나고, 정상적인 로드카를 트랙에 맞춘 대다수 버전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한계까지 몰기가 훨씬 수월하다. 기본형 M3은 전자장비를 해제하고 전속으로 몰기는 무척 어렵다. 하지만 GTS는 조절형 서스펜션과 트랙 데이 타이어를 신고 있어 그러기 위해 태어났다는 느낌이 든다. 대체로 그렇기 때문이다.

엔진도 화려하다. 8,300rpm에 비명을 지르며 티타늄 배기관을 울릴 때 그 효과는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더 긴 행정과 더 강한 토크 덕택에 한층 정교하게 다듬은 기본형 M3 엔진보다 연료효율이 더 높다. 가령 패들 시프트 변속기를 갖춘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트랙에서는 패들을 당길 때마다 매끈하게 즉각 변속한다. 한데 그냥 맡겨두면 재래식 자동박스처럼 저절로 처리한다.

그것은 정밀도를 떨어뜨리는 유일한 양보다. GTS는 트랙에서 몰 때 짜릿하지만, 도로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제 정신이라면 어느 구간에서는 그대로 서있을 수 없는 도로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엄격한 디자인은 혜택이라기보다 약점이 된다. 포르쉐는 선택형 댐퍼를 옵션으로 내놨다. 그와는 달리 M3 서스펜션은 지극히 무자비하다. 예상대로 승차감은 봐줄 수 있을 정도지만 빈약하다. 한데 재미있는 영국의 B급 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릴 때 끊임없이 덜컥거려 참기 힘들다. 다른 3대 라이벌이라면 기꺼이 타고 넘을 만한 요철을 피하기 위해 줄곧 노면을 살펴야 한다. 요컨대 재미를 가로막고 속도를 떨어뜨린다. 예리한 스티어링이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아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GT3이 뛰어들었다. 트랙 스피드에서는 M3의 언더스티어가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도로와 트랙을 가리지 않고 어떤 조건에서도 포르쉐는 그 문제를 당장 해결한다. 무게가 215kg이나 가벼워 경쟁 상대가 없다. 뒤 엔진 구조가 제공하는 트랙선과 포르쉐 모터스포츠 부서의 첨단장비가 힘을 합쳐 M3을 어렵잖게 앞선다.

GT3을 오랫동안 몰고 다닐 생각은 없다. 이전에 샅샅이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르쉐 디자인의 천재성은 거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가격대의 다른 어느 차도 따를 수 없는 수준으로 드라이버를 끌어들인다. 그러면서도 그 일을 해내는 패키지는 더할 수 없이 간결하고 편안하고 다루기 쉽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고 있다. 반면 아무리 선심을 쓰더라고 M3에 대해서는 결코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애스턴은 날마다 언제나 쓸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즐겁다. 여러모로 밴티지 S는 4대 가운데 참으로 놀랍다. 애스턴 마틴은 라인업을 빚어내는 데 그토록 능란하고, 어느 모델에서나 쉽게 마지막 곁가지를 뽑아낼 수 있다. 따라서 신형이 나올 때마다 구형과는 크게 달라야 한다고 안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애스턴은 그래야 한다. 밴티지 S를 만들기 위해 애스턴은 구석구석에 정성을 쏟았다. 파워를 키우고, 무게를 줄였으며, 서스펜션을 한층 날카롭게 다듬었다. 스티어링은 더 빨라졌고, 브레이크는 성능이 더 올라갔다. 나아가 로보트형 7단 수동변속기를 뒷바퀴 사이에 받아들였다. 때문에 완전 수동에서 완전 자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변속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신형 변속기는 애스턴의 가장 큰 약점일 수 있다. 자동변환을 요구하지 않는 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자동변환을 요구하면 상당히 끔찍한 반응을 보인다. 이럴 때 변속기는 금방 변덕을 부린다. 그에 비해 다른 해법(특히 GT3의 수동식과 GTS의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식)이 훨씬 낫다. 때문에 밴티지 S의 남은 부분이 감각적으로 훨씬 좋다. 다른 라이벌보다 조금 느리지만 열성적인 엔진과 영감을 받고 선택한 섀시 세팅이 어우러져 변속기의 약점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트랙에서는 GT3보다 좀 느리고 약간 개입 정도가 떨어지지만, 모든 라이벌을 몰고 달려본 험한 B급 도로에서 가장 뛰어났다. 재규어처럼 뜨지 않았고, BMW처럼 깡충거리지 않았다. GT3보다 점진적이었고, 그에 못지않은 스티어링의 축복을 받았다.

따라서 하루 종일 트랙에서 휘몰아쳐도 마치 제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정쩡한 판정을 싫어한다. 지금까지 그래 본 적이 없었고, 지금 새삼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XKR-S와 M3 GTS는 아주 다른 차이며, 고객층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B급 도로, 고속도로와 스너터튼 일대 수백 킬로미터를 달렸다. 그런 다음 우리는 두 모델이 4대 라이벌 중 가장 결함이 많은 차라는 결론을 내렸다. 간단히 말해 BMW는 초점을 너무 좁게 맞췄고, 재규어는 목표를 지나치게 넓게 잡았다. 실제로 GTS는 트랙에서만 제 구실을 했다. 그리고 재규어를 몰고 다닐 때는 분명히 대단히 좋은 차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에 비해 기본형 XKR이라면 돈을 크게 절약하고도 운전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형은 6년 전에 나왔지만 여전히 훌륭한 GT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비록 우리가 GTS로 큰 재미를 봤지만 기본형 M3보다 2배가 넘는 가치가 있느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에 들어온 15대 가운데 하나를 갖고 있는 사람은 희소성에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결국 애스턴과 포르쉐가 남는다. 911의 승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놀라지 않을 터이다. 여기서 최고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드라이버즈카로 꼽힌다. 자동차 매스컴에서 ‘천재’라는 말은 너무 흔하다. 하지만 GT3의 경우라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뉴스는 애스턴이 쉽게 2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애스턴은 비싸면서 근소한 차이지만 가장 느리다. 그러나 이 차를 몰아보면 드라이버를 끌어들이고 열의를 불어넣고 재미를 보여주는 능력을 깨닫게 된다. 요철이 심한 B급 도로, 탁 트인 A급 도로를 달릴 때나 트랙을 전속 질주할 때나 실로 보기 드문 능력을 뽐낸다. 애스턴은 환상적인 만능형이고, 앞으로 게이던에서 나올 V12 밴티지와 애스턴 마틴의 정상을 다툰다. 끝으로 GT3은 이제 나오지 않는다. 이 GT3을 꺾으려면 비범한 무엇이 나와야 한다.

글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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