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곳은 없다. 정면돌파가 있을 뿐’, 시트로엥 CEO 린다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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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곳은 없다. 정면돌파가 있을 뿐’, 시트로엥 CEO 린다 잭슨
  • 오토카 코리아 편집부
  • 승인 2014.12.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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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의 새로운 CEO 린다 잭슨. 그녀는 업계의 기존 틀을 벗어던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제품을 참신한 방법으로 만들어 팔아 시트로엥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바꿔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형 시트로엥 C4 캑터스를 가장 이상적으로 맛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운전대를 남에게 맡기고 한밤중에 파리 중심부를 달리는 것. 지금 시트로엥 브랜드의 총수는 영국 여성 린다 잭슨. 그녀를 인터뷰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캑터스가 도대체 무엇이며 잭슨이 말한 시트로엥의 새로운 기본 성격이 무엇인가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내가 탄 캑터스는 시트로엥의 국제홍보 총책이 운전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출신인데도 외모와 운전술이 고전적인 파리 직장여성 그대로였다. 비가 오는 자갈길에서 충돌 직전의 위험한 상황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어지러운 러시아워를 꿰뚫고 나갔다. 재빨리 다가오는 르노 세닉을 슬쩍 피하면서 유쾌하게 웃었다. “내 주위에는 에어범프가 달려 있거든요.” 우리는 급박하면서도 나른하게 파리를 가로질렀다. 캑터스를 내리면서 잭슨의 인터뷰를 생생하게 살려낸 시범운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시트로엥은 느긋하고도 따뜻한 호감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잭슨이 내게 한 말이었다. “운전자에게 차가 느긋하고 상쾌하게 느껴져야 한다” 나는 바로 그런 느낌을 맛봤다. 프랑스인들은 그걸 무념의 경지라 한다던가….

이처럼 아주 새롭고 지극히 프랑스적인 시트로엥 해석이 영국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에 통할 수 있을까? 나아가 저 멀리 중국과 남미와 같은 세계시장에서 높은 국제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정상으로 달려가는 잭슨의 여정

2010년 이후 영국과 아일랜드 시트로엥을 이끌었던 잭슨은 지난 6월 시트로엥 전무로 승진했다. 그에 앞서 시트로엥과 프랑스 시트로엥의 재무이사였다. 대입예비학교 시절 여름방학 인턴으로 재규어에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자동차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 뒤 그 인연이 일생의 직업으로 이어졌다.

잭슨은 브리티시 릴랜드 제국의 소용돌이치던 말년, 오스틴-로버, BMW의 로버 그룹 소유 기간과 2000년 피닉스 포의 회사 ‘구출’ 작업을 이어 달렸다. 그러다가 2003년 시트로엥에 발탁되면서 영국 자동차산업과의 오랜 인연이 끊어졌다.

PSA(푸조+시트로엥) 그룹은 분열이 극심한 몇 년이 이어졌다. 2012년과 2013년 PSA는 60억 파운드(약 4조4천640억원)의 적자를 내다가 올해 초 다국적 구제계획이 나왔다. 프랑스 정부와 중국 국영 자동차 메이커 둥펑이 손잡고 각기 4억7천만 파운드(약 8천197억원)를 투자했다. 게다가 기존 투자자들이 10억 파운드( 남짓을 내놨다. 그래서 푸조 패밀리는 3각 소유관계에 들어갔다. PSA가 회사주식 약 14%를 갖고, 프랑스 정부와 둥펑이 같은 비율의 주식을 손에 넣었다.
 

지난 4월, 전직 르노 2인자 카를로스 타바레스가 PSA에 합세했고, 즉시 ‘레이스 복귀’ 계획에 착수했다. 이 계획 아래 두 브랜드는 경계가 더욱 뚜렷해졌다. 푸조는 폭스바겐의 라이벌로 ‘상급 주류’를 겨냥했다. 그와는 달리 시트로엥은 주류에서 경쟁하면서 선명한 개성으로 차별화했다.

DS는 앞으로 독자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중국에서 총공세를 펴게 된다. 거기서 푸조, DS와 시트로엥은 2020년까지 총판매량을 3배로 늘릴 작정이다. 세계적으로 PSA는 전체적인 라인업을 딱 26개 모델로 줄인다. 지금 PS가 얼마나 절박한 압력을 받고 있는가를 가장 잘 알려주는 지표가 있다. 2018년의 순익 마진을 겨우 2%로 잡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타바레스가 취임한 지 겨우 몇 주가 됐을 때 시트로엥 개조의 총감독자로 잭슨을 지명했다. 잭슨은 지난 6월 1일 취임한 뒤 4개월이 채 되지 않아 <오토카>와의 인터뷰를 받아들였다.

“생산라인에서 무엇이 나오는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각 부서에 배치된 인사를 만나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중국에 가서 현지 임직원들을 만났다. 신형 시트로엥 4대 가운데 한 대가 중국에서 팔리기 때문이다. 캑터스는 우리 브랜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첫 작품이다. 아주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창의력과 기술을 아우른 기본적인 시트로엥 DNA를 살렸다.”
 

잭슨은 이처럼 당연한 결합이 어떻게 적용되느냐를 간단히 설명했다. 캑터스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DS 또는 CX에도 적용되는 제작원리였다.

“아울러 신형 시트로엥은 호감요소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편안하면서도 느긋한 여유를 준다. 따뜻한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였다. 시트로엥 딜러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바꿔 차를 사려는 고객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앞으로 시트로엥 모델은 한층 더 현대적인 디자인을 담아낸다고 잭슨은 지적했다. 따라서 ‘혁신적’(C4 후계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이 될 수밖에 없다.

“안락성에 역점을 두게 된다. 역사적으로 시트로엥은 안락성이 뛰어났다. 쓸모 있는 기술을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담아내는 캑터스의 모니터가 그런 본보기다. 시트로엥의 가치관은 각 시장 부문을 정확히 겨냥한다.”

현행 C4 피카소에 이미 실현되고 있는 전략. 덕분에 피카소는 동급의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요즘 자동차계를 비롯해 산업계 전반은 광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판매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그와는 달리 잭슨은 쇼룸에 넘치는 호감을 담아 밑바닥에서부터 생동하는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영국에서 시트로엥의 브랜드 이미지는 경제적인 할인판매 대상으로 꽂혀 중고차 가치가 뚝 떨어졌다. 잭슨은 이런 사태를 뒤집는 주역으로 등장했다. 새 차로 바꿔 타려는 기존 고객들에게 한층 더 값진 모델이라는 인상으로 다가온다. 순전히 유리한 가격으로 차를 파는 전술에 등을 돌렸다. 그 대신 제품의 개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컬러와 멋진 합금 휠을 비롯해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혔다. 따라서 시트로엥 모델 그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같은 시트로엥 영국의 브랜드 전환 작전은 타바레스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그래서 타바레스는 잭슨을 시트로엥의 세계시장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실제로 잭슨과의 인터뷰는 참신했다. 자동차계에서 보기 드문 최고경영자여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쇼룸이라는 밑바닥에서 자동차산업을 바라봤다. 뉘르부르크링 랩타임과 한층 정교한 기술을 내세워 위에서 내리누르는 상투적인 전술을 경계했다. 그보다는 구입품에 대한 호감과 브랜드 체험을 중시했다.

잭슨은 시트로엥 딜러를 통해 도입되고 있는 아주 흥미 있는 고객중심 혁신전략을 소개했다. 경제 형편이 좋지 않은 스페인에서 고객은 ‘플렉시 드라이브’ 방식으로 C4 캑터스를 살 수 있다. 차를 넘겨받아 몰고 다니면서 대금을 지불하고, 차내 블랙박스를 통해 청구서를 받는다.

‘심플리 드라이브’는 고객이 스스로 구매패키지를 짠다. 그러면 한 달 수입에 맞는 할부, 보험과 서비스 계약을 하게 된다. 잭슨은 고객 서비스에 대단한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아니 자동차계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 하지만 시트로엥은 그 문제를 대단히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그 수단의 하나로 시트로엥 고객상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고객들은 딜러에서의 경험을 솔직히 적어 올린다. 그에 발맞춰 딜러는 24시간 고객의 불만을 처리한다. 시트로엥 상담원은 이미 프랑스에서 활동에 들어갔고, 영국과 독일에 도입되고 있다. 잭슨의 말을 들어보자.

“물론 틀에 박힌 방법이다. 하지만 만족한 고객은 가장 뛰어난 홍보대사다. 소셜 미디어가 출현한 이때 숨을 곳은 없다. 우리는 과감히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

멀티링크 뒤 액슬과 한층 정교한 실내 처리만으로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내놓게 하기는 부족하다. 그리고 강압적으로 고객을 설득하지 않는 게 최상의 전략이다. 마침내 이런 사실을 자각한 메이커가 나와 감동을 준다. 고객중심 시장에서 주류 자동차메이커는 시장에서 사상초유의 피나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기술 ‘가치’를 저비용으로 바꿔치워야 한다. 그리고 강력한 호감 요소는 파리에서 쉽게 통한다. 한데 지극히 프랑스적인 접근법이 영국 자동차계에서는 오히려 과녁을 크게 빗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자동차산업의 학도로서 나는 시트로엥이 하이테크의 높은 파도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갈 태세를 갖췄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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